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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 (24)빅뱅 우주론과 진화론에 관한 교회의 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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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우리는 빅뱅 우주론과 진화론에 관한 교회의 입장을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도대체 교회는 빅뱅 우주론과 진화론에 대해서 어떤 입장을 갖고 있는 것일까요?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 우리는 먼저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께서 2000년 대희년 때 발표하신 여러 연설문 중의 하나인 ‘과학자들의 대희년 연설’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과학자들은 복잡한 지상의 현상들을 세심하게 관찰하고, 각 분야에 고유한 목적과 방법을 따라, 그들의 상관관계뿐 아니라 우주를 지배하는 법칙들을 발견합니다. 과학자들은 창조 질서 앞에서 놀라워하고 겸손하여지며, 그 모든 것을 창조하신 분의 사랑에 이끌리게 됩니다. 신앙은 나름대로, 각각의 특성을 가진 모든 창조된 실재에 대한 더 깊은 이해를 통하여, 모든 연구를 위하여, 모든 연구를 통합하고 융화시킬 수 있으며, 모든 만물의 원천이시며 목적이신 창조주 하느님을 발견할 수 있는 가능성을 인간에게 제공합니다.”(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 ‘과학자들의 대희년 연설’, 2000년 5월 25일)

교황님의 이 연설문을 보면 신앙과 관련하여 “모든 만물의 원천”이라는 말이 등장합니다. 모든 만물의 원천, 즉 우주의 원천이자 생명의 원천은 과연 누구일까요? 바로 이 말 뒤에 나오는 “창조주 하느님”이시죠. 결국 ‘우리의 신앙은 모든 만물의 원천이신 창조주 하느님을 발견할 수 있는 가능성을 인간에게 제공하고 있다’라고 교황님께서 말씀하고 계신 것입니다. 무신론적 과학만능주의자들이 우주의 첫 시작 부분과 지구상의 첫 생명의 출현 부분에 대해 항상 ‘우연히 그런 일이 일어났다’고 하면서 지극히 낮은 확률적 우연성에 입각해서 설명하고 넘어가려고 하는 이 부분에 대해서 교황님은 ‘모든 만물의 원천이신 창조주 하느님을 발견할 수 있는 가능성을 우리 신앙이 제공하고 있다’고 지금 말씀하고 계신 것입니다. 신앙은 모든 만물의 원천에 대해, 즉 우주의 원천이자 생명의 원천에 대해 (우연성이 아닌) 필연성에 입각해서 설명해 주고 있는 것입니다.

이제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의 재위 중인 1996년 10월 22일에 ‘생명의 기원과 진화’를 주제로 열린 ‘교황청 과학원 총회’에 보낸 그분의 담화문을 살펴보겠습니다. 이 글을 보시면 진화론에 관한 이분의 입장이 더욱 잘 드러납니다:

“저는 여러분이 선정한 첫째 주제, 곧 생명의 기원과 진화라는 주제가 마음에 듭니다. 이것은 교회가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중요한 주제입니다. 왜냐하면 계시 또한 인간의 본성과 기원에 관한 가르침을 담고 있기 때문입니다. … 교회의 교도권은 진화의 문제에 직접적인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거기에는 인간에 대한 개념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계시는 인간이 하느님을 닮은 모습으로 창조되었다고 우리에게 가르쳐 줍니다.”(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 ‘교황청 과학원 총회’에 보낸 담화문, 1996년 10월 22일)

교황님의 이 담화문에 따르면 ‘교회는 진화라는 주제에 대해 아주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진화라는 개념에는 인간에 대한 개념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하느님의 모상을 가진 인간에 대한 개념이 지금 진화론 내에서 다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진화론자들이 어떤 식으로 인간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지 관심있게 지켜보겠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계시는 인간이 하느님을 닮은 모습으로 창조되었다고 우리에게 가르쳐줍니다”라는 문장이 이 담화문 안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교황님께서 이 문장을 왜 포함시키셨을까요? ‘무신론적 과학자들이 아무리 진화론을 통해 다른 동물들과 인간을 동급으로 두려고 시도하더라도 교회는 그렇게 가르치지 않는다’라는 것을 명시적으로 여기에 못을 박아 놓으신 것입니다. 인간이 하느님의 모상을 가진 특별한 존재로 창조되었다는 점을 교황님은 분명히 강조하고 계십니다.

과학에 관한 교회의 태도는 이 담화문 안에 분명히 담겨 있습니다. 과학자들이 어떤 식으로 과학적으로 주장을 하든 우리는 인간의 고유한 특성인 ‘하느님의 모상을 가진 존재로서의 인간’에 대한 우리 고유의 가르침은 절대로 놓지 않을 것이며, 과학자들이 인간에 대해 어떻게 말하는지 우리가 보겠다는 것이 바로 교회의 입장입니다.

이제 빅뱅 우주론과 진화론에 관한 가장 최근의 교회의 입장을 보여드리겠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께서는 2014년 10월 27일 교황청립 과학원에 직접 참석하셔서 연설문을 낭독하셨습니다.

“오늘날 우주의 기원으로서 제안되고 있는 빅뱅 이론은 창조주 하느님의 개입과 모순되는 것이 아니라 개입에 의존하는 것입니다. 자연 안에서의 진화는 창조에 대한 관념과 갈등하지 않습니다. 진화는 진화하는 존재들의 창조를 전제하기 때문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 ‘교황청립 과학원 총회’ 연설문, 2014년 10월 27일)

교황님께서는 ‘빅뱅 사건은 창조주 하느님의 개입에 의존하는 것’이라고 말씀하고 계십니다. 다시 말하면 ‘빅뱅의 첫 순간은 우연이 아니라 창조주 하느님의 개입이라는 필연성에 의해 발생된 것’이라고 말씀하고 계신 것입니다. 그리고 진화론에 대해서는 “진화는 진화하는 존재들의 창조를 전제한다”고 하심으로써 ‘진화하는 생명체들은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태초의 첫 생명체를 전제로 존재하는 것’이라는 점을 말씀하고 계십니다. 바로 이 내용이 빅뱅 우주론과 진화론에 관한 공식적인 교회의 입장입니다.

무신론적 과학주의자들은 빅뱅의 첫 순간과 생명체가 첫 출현한 그 순간을 우연이라는 개념으로 어물쩍 넘어가고 그 다음의 변화 과정들을 자연과학의 법칙과 원리들에 따라 설명하면서 ‘우주와 생명체에 하느님이 설 자리가 없지 않나?’라고 말하고 있지만, 교황님께서는 2014년의 교황청립 과학원 총회 연설문을 통해서 ‘빅뱅은 창조주 하느님의 개입에 의존하는 것이고 진화는 진화하는 존재들의 창조를 전제하는 것이다’라고 간단하지만 권위있게 정리하신 것입니다. 현재의 가톨릭교회의 공식 입장은 교황님의 이 연설을 통해 완벽하게 입장이 정리됩니다.

그러면 이제 우리들은 과학에 대해 어떤 태도를 취하면 될까요? 창조주 하느님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서 빅뱅 이론과 진화론에 대해서 어느 정도는 공부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다만 우주의 첫 출발점과 생명의 첫 출발점에는 하느님의 개입이 있었다는 점을 받아들이면 되겠습니다. 과학과 신앙은 둘 다 하느님을 향해 있고 하느님을 증거하기 위해서 함께 존재해야 될 것들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모든 만물의 원천, 즉 우주와 생명의 원천이신 창조주 하느님을 선포하는 데에 필요한 만큼 과학을 공부하고 활용하면 되겠습니다.


김도현 바오로 신부(전 서강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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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2-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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