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교회 결산
▲ 한국 교회는 올 한 해 동안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으로 소홀해질 수밖에 없었던 신자들의 신앙생활과 성사생활을 코로나19 이전으로 회복하고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데 정성을 다했다. 아울러 한국 교회는 2022년 한 해 동안 시노달리타스를 실현하는 데 고민했다. 사진은 서울대교구가 6월 12일 주교좌 명동대성당에서 교구장 정순택 대주교 주례로 교구 단계 시노드를 마무리하고 봉헌한 시노드 감사 미사. |
한국 교회는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종료되면서 신자들의 신앙생활과 성사생활 회복에 온 힘을 쏟았다. 신앙의 빛 안에서 교회의 구성원이 새롭게 복음화되어 삶의 중심에 그리스도를 두도록 한국 교회는 시노달리타스 정신으로 제16차 세계 주교 시노드를 시작한 보편 교회와 연대해 쇄신과 소통을 향한 희망의 여정을 지속했다. 광주대교구와 대전ㆍ청주교구 새 교구장이 착좌했고, 마산교구는 교구장 서리가 임명됐다. 또 한국 교회 역사상 처음으로 교황청 장관으로 임명된 유흥식 대주교가 추기경으로 서임되는 경사가 있었다. 2022년 한 해를 돌아본다.
신앙생활과 성사 생활 회복
한국 교회는 올 한 해 동안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으로 소홀해질 수밖에 없었던 신자들의 신앙생활과 성사생활을 코로나19 이전으로 회복하고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데 정성을 다했다. 전국 교구는 ‘본당으로 돌아가자’는 표어로 신자들의 신앙생활 회복을 독려했고, 코로나 팬데믹으로 약화된 신앙심을 해소할 수 있는 사목 방안을 찾는 데 온 힘을 쏟았다. 그 결과 4월 주님 부활 대축일을 기점으로 전국의 성당에서는 기도와 성가 소리가 울려 퍼졌다. 모든 성사 집전이 정상화됐고, 모든 성당 문을 활짝 열어 예비신자 교육과 신심 단체 활동을 개시했다.
한국 교회는 신자들의 신속한 신앙 회복을 위해 ‘가정 복음화’에 주력했다. 신자 각자 자신에게 맞는 기도 방법을 찾고, 가정 안에서 기도하고 성체성사를 삶의 중심에 두고 생활하도록 안내했다. 특별히 의정부교구는 가정 중심의 통합 사목을 지향해 ‘가정기도 감사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수원교구 법원은 신자와 제도 사이에서 질서를 확립하고, 교회의 법률들을 올바른 방향으로 시행하기 위해 혼인 장애(조당) 문제를 풀어주어 성사 생활 회복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혼인 장애 체크를 하는 홈페이지(https://court.casuwon.or.kr/check)를 개설했다.
한국 교회는 특별히 코로나19 상황으로 더욱 교회에 나오지 않고 신앙생활과 멀어진 청소년들을 위한 사목에 집중했다. 청소년들이 어느 때보다 신앙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고 인지한 교회는 청소년들을 교리교육과 사목의 대상으로만 인식하지 않고 복음 선포의 주체자로 존중하고 사명을 부여하며, 동반하는 관계적 사목으로 전환하는 데 지혜를 모았다. 이에 서울과 광주, 부산 등 각 교구에서는 청년대회와 간담회 등을 열고 청소년들과 소통하는 시간을 가졌다.
하지만 코로나19 여파로 2022년 해외 파견 선교사는 코로나 이전보다 135명이 감소했고, 한국인 수도자 2명이 남미와 아프리카에서 코로나에 감염돼 선종하는 안타까운 일도 있었다.
시노달리타스 여정 속 교회
한국 교회는 2022년 한 해 동안 시노달리타스를 실현하는 데 고민했다. 한국 교회는 2021년 10월 15~17일 개막 미사를 시작으로 ‘시노드 정신을 살아가는 교회를 위하여-친교, 참여, 사명’을 주제로 열리는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 총회의 여정을 시작했다. 주교대의원회의 사무처의 제안에 따라 대부분 교구에서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로 구성된 시노드 교구팀을 운영했다. 전체 하느님 백성이 시노드 여정에 참여하고 그 의미를 이해할 수 있도록 교구마다 자체 연구와 홍보, 교육을 확대해 나갔다. 냉담 교우, 장애인, 이주민, 난민, 성 소수자, 북한 이탈 주민, 타 교파, 이웃 종교인, 일반 시민 사회의 목소리를 경청했다. 어린이와 청소년들의 참여도 독려했다.
10가지 핵심 주제에 따라 한국 교회의 시노달리타스 현실을 파악했다. 한국 교회는 시노달리타스 여정을 통해 다음의 다섯 가지 과제를 식별했다. 첫째, 한국 교회는 특별히 전례, 성체성사와 기도의 중요성이 강조될 필요가 있다. 둘째, 교회 구성원들이 서로 더 많이 소통해야 한다. 이를 위해 교구 차원에서 사목 평의회가 실질적인 역할을 하도록 활성화하는 것은 물론, 본당을 비롯한 신자들의 공동체 안에 다양한 소통의 창구가 제도적으로 마련돼야 한다. 셋째, 한국 교회가 하느님의 정의와 공동선 증진에 관한 교회의 가르침을 토대로 세상과 대화하고 어려움 속에 있는 사람들과 함께하면서 그들을 통해 얻는 사랑의 체험들은 교회의 삶을 쇄신하고 변화시킬 것이다. 넷째, 한국 교회는 지치지 않는 평화의 증언자로서 한반도의 화해와 통일, 그리고 북한 지역의 복음화를 향한 지원과 협력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 다섯째, 지구가 공동의 집임을 깊이 깨닫고 생태적 회심에 따라 그동안 한국 교회에서 미진했던 생태계와 환경 보전을 위한 실천과 운동을 더욱 적극적으로 펼쳐야 한다.
한국 교회는 시노달리타스 종합 의견서를 작성해 교황청 주교대의원회의 사무처에 제출했다.
▲ 근현대 신앙의 증인인 ‘하느님의 종 홍용호 프란치스코 보르지아 주교와 동료 80위’ 시복 예비심사가 마무리돼 교황청 시성부에 예심 문서 일체를 전달했다. 가경자 최양업 신부의 시복시성을 위한 현양 운동도 박차를 가했다. 사진은 하느님의 종 홍용호 주교와 동료 80위 시복 예비 심사 관계자들이 6월 7일 예비심사 법정 종료 회기에 참가해 봉인된 예비심사 문서를 두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
시복시성 운동
근현대 신앙의 증인인 ‘하느님의 종 홍용호 프란치스코 보르지아 주교와 동료 80위’ 시복 예비심사가 마무리돼 교황청 시성부에 예심 문서 일체를 전달했다. 주교회의가 2009년 가을 정기총회에서 한국 교회의 근현대 신앙의 증인, 특별히 한국전쟁 전후 순교자들에 대한 시복 추진을 결정한 이후 13년 만에 이룬 성과이다. 이로써 조선 왕조와 한국전쟁이라는 두 시대의 순교자들에 대한 한국 교회 차원의 통합 추진 시복 안건은 모두 마무리됐다. 앞으로 새로운 시복 추진 안건은 지역 교회 곧 각 교구에서 자체로 추진하기로 했다.
가경자 최양업 신부의 시복시성을 위한 현양 운동도 박차를 가했다. 주교회의는 최양업 시복시성 새 기도문을 승인하고 기적 사례 제보 등 현양 운동에 동참해 줄 것을 호소했다. 또 주교회의 의장 이용훈 주교는 9월 프란치스코 교황을 단독 알현하고, 가경자 최양업 신부의 시복을 향한 염원을 전달했다. 교황은 이 자리에서 “최양업 신부의 시복 절차를 통해 한국 교회의 신앙이 더욱 깊어지길 바란다”고 화답했다.
초대 조선대목구장 바르톨로메오 브뤼기에르 주교 시복 운동도 시작했다. 브뤼기에르 주교 시복에 필요한 전반 과정은 서울대교구가 맡아 추진한다.
주교단 세대 교체
주교단의 변화도 많았다. 김종수 주교가 2월 제5대 대전교구장으로 임명돼 3월 착좌했다. 3월에는 제4대 청주교구장으로 김종강 신부가 임명돼 5월 주교품을 받고 착좌했다. 8월에는 신은근 신부가 마산교구장 서리로 임명됐다. 교회법상 교구장 주교와 동등한 교구장 서리는 교구장 주교의 사임, 이동, 선종 등으로 주교좌가 공석이지만 신임 교구장이 지명되지 않았을 경우 임명된다. 11월에는 옥현진 주교가 제10대 광주대교구장으로 임명돼 대주교로 승품해 착좌했다. 또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 유흥식 대주교가 5월 추기경으로 임명돼 8월 서임했다. 한국인 첫 교황청 장관 추기경이자 한국인 네 번째 추기경 탄생은 한국 교회의 높아진 위상을 보여주는 경사이다.
이 밖에도 서울대교구는 사제를 위한 사제인 ‘꾸라또르’와 ‘주교좌 기도 사제’ 등 ‘교구장 특임 사제’ 직책을 신설했다. 대구대교구는 1950년부터 72년간 운영해오던 매일신문을 3월 매각했다.
주교회의와 각 교구는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해 기도하고 전쟁으로 고통받는 이들과의 연대를 촉구했고, 10월 발생한 이태원 참사에 대해 애도의 뜻을 표하고 비극적인 일이 반복되지 않길 기원했다.
또 스마트폰 앱으로 헌금과 교무금을 낼 수 있고 세례와 견진, 혼인성사 대장을 어느 본당에서도 발급받을 수 있는 새로운 전산 시스템 ‘본당 양업 22’를 11월부터 운영하고 있다.
리길재 기자 teotokos@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