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사목 2022 결산
▲ 서울 중구 주한 러시아대사관 앞에서 시민들이 우크라이나 평화를 기원하는 촛불 집회를 하고 있다. |
올 한 해도 한국 교회는 전쟁이 아닌 평화를 위해 거리로 나섰고 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우기 위해 목소리 높였으며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실천에 나섰다. 또한, 핵 없는 세상을 위해 싸웠으며 힘없고 소외된 사람들에게는 따뜻한 손을 내밀었다. 2022년 한국 교회의 사회사목 행보를 돌아본다.
전쟁 없는 세상을 위해
2022년 2월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 세계 여러 나라는 러시아를 규탄했다. 한국 교회는 즉각 이웃 종교, 시민 단체와 함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규탄 집회를 열고 성명을 발표하며 전쟁 즉각 중단과 평화적 해결을 촉구했다. 또한, 한국 교회는 우크라이나의 평화를 위한 미사를 봉헌하고 우크라이나에 하루빨리 평화가 찾아오길 기도했다. 우크라이나 국민을 위로하는 메시지를 우크라이나 주교회의를 통해 전달하고 긴급 구호자금 등을 우크라이나에 보냈다.
남북 경색 국면에서 한반도 평화를 위한 외침도 계속됐다. 한국 교회는 2023년 정전협정 체결 70주년이 되기 전 한국전쟁을 끝내고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해야 한다고 목소리 높였다. 주교들은 DMZ 평화의 길 철원 구간을 걸으며 이 땅에서 다시는 전쟁이 일어나지 않고 하루빨리 민족의 화해와 일치가 이뤄지길 기도했다. ‘한국전쟁을 끝내고 휴전에서 평화로 나아가자’를 목표로 국내 7대 종교와 370여 개의 시민단체 등으로 구성된 국제 캠페인인 ‘한반도 종전 평화 캠페인’은 2023년 7월 27일까지 한국전쟁 종전을 위한 서명운동을 전개해 유엔(UN)에 보낼 예정이다. 올해 10월에는 미국 워싱턴 D.C. 미국가톨릭대학교에서 2022 가톨릭한반도평화포럼이 개최됐다. 한미 가톨릭교회 인사를 비롯해 학자, 활동가, 정부 관계자들이 참여해 남북 관계를 진단하고 한반도 평화를 위한 해법을 논의했다.
생명존중을 위한 외침
한국 교회는 2022년 낙태법 개정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전개했다. 헌법재판소는 2019년 4월 형법 낙태죄 일부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 2020년 12월 31일까지 보완 입법을 요구했다. 하지만 ‘낙태죄’ 입법 공백은 3년째 이어지고 있다.
이에 한국 교회는 낙태법 개정을 위한 기도 운동을 전개했다. 거리로 나가 행진을 하며 생명의 소중함을 외쳤고 이 목소리가 널리 퍼지길 기도했다. 교회 내 단체들은 생명의 소중함을 알리는 각종 캠페인을 전개했다. 주교들은 정부 관계자들을 만나 낙태법 문제에 대한 후속 조치를 당부했다.
한국 교회는 사형제도 폐지를 위해서도 활발하게 움직였다. 한국 교회 주교단이 사형제도 폐지 청원에 서명한 것을 헌법재판소에 제출했고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사형제도폐지소위원회는 사형제도 폐지 입법청원 서명운동을 했다. 또한, 사형제도 폐지를 위한 세미나와 캠페인 등을 전개하며 사형을 우리 사회의 법 제도에서 청산해야 한다고 목소리 높였다. 한국 교회는 이웃 종교, 인권단체들과 손잡고 사형제도 폐지를 위한 결의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 제8회 인권생명평화기행 참가자들이 삼척 맹방 해변에서 미사를 봉헌한 후 구호를 외치고 있다. 바다 위에는 항만 공사를 위한 배들이 떠있다. |
환경 문제, 더는 두고 볼 수 없다
환경 문제는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가 됐다. 환경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해를 거듭할수록 커지는 이유다.
한국 교회는 올 한 해 환경 문제 해결을 위해 다양한 목소리를 냈다. 크고 작은 실천들도 이어졌다. 교회 내 단체들은 기후위기 심각성을 알리고, 기후행동 동참을 촉구하기 위해 팻말 시위를 하는 등 거리로 나섰다. 가톨릭을 비롯한 시민단체들은 캠페인을 전개하며 기후 ‘위기’를 ‘기회’로 바꾸기 위해 연대했다. 2030년까지 모든 석탄화력발전의 폐쇄를 요구하며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외쳤고 탈핵·탈석탄·탈송전탑을 촉구하는 미사를 봉헌하고 도보순례, 기도회, 팻말 시위 등을 진행하기도 했다. 탈석탄법 제정을 촉구하는 서명운동을 펼치기도 했다. 2022년 한일 탈핵 평화순례 및 간담회도 8월 코로나19 이후 3년 만에 대면 행사로 열렸다. 행사 참석자들은 부산 고리핵발전소, 경주 월성핵발전소 지역과 대전 원자력연구원을 순회하며 지역 탈핵 운동단체와 연대해 거리 행진과 SNS 활동으로 탈핵의 필요성을 알렸다. 새만금 신공항 철회를 촉구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한국 교회는 거리 미사를 봉헌하며 자연과 생명을 보호하고 새만금 신공항이 들어설 수라 갯벌을 보존할 것을 촉구했다.
더는 억울하거나 불합리하지 않도록
고용노동부의 ‘2021 산업재해발생현황’을 보면 2021년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자 수는 2080명으로 집계됐다. 사망률은 2021년 근로자 1만 명당 1.07명이다. 올해도 많은 노동자가 일터에서 소중한 목숨을 잃었다. 이에 한국 교회는 산재사망 노동자들을 위한 추모 미사를 봉헌하고 유가족의 마음을 달랬다. 그리고 노동자를 위한 안전한 환경을 만들고 관련법을 제정해 줄 것을 촉구했다. 산업현장에서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안전조치 등을 시민의 눈으로 점검하고 감시할 인권연대 산재감시단이 출범하기도 했다. 부당하게 해고된 노동자들을 위해서는 복직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내며 노동자들과 연대했다.
올해는 열 번째 맞는 세계 일본군 위안부 기림일이다. 한국 교회는 일본군 위안부 희생자들과 피해자들을 위한 미사를 봉헌하며 그들을 기리고 위로했다. 그리고 일본의 진심 어린 사죄와 법적 배상을 촉구했다. 또한, 한국 교회는 전국 사회복지·장애인단체와 연대해 장애인 선택권이 보장되는 다양한 돌봄체계를 마련하라고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코로나19로 문을 닫거나 비대면 도시락 나눔 등으로 대신했던 무료급식소들은 속속 활동을 재개하며 기지개를 켰다.
시그니스 세계 총회 개최
교황청이 인준한 전 세계 가톨릭 언론인 단체 시그니스월드 총회가 8월 서강대학교에서 ‘디지털 세상의 평화’를 주제로 개최됐다. 교황청 홍보부 파올로 루피니 장관을 비롯해 10여 개국 300여 명이 대면ㆍ비대면으로 참가한 이번 총회는 초연결 세상에서 이뤄지는 단절과 고립의 모순, 가짜뉴스의 폐해, 디지털 격차가 초래하는 불평등, 기후 위기 등 현대 사회가 직면한 문제를 논의했다. 가톨릭 언론인들은 “서로 다른 문화, 신념, 종교, 이념을 가진 사람들과 평화롭게 협력할 수 있다는 인식을 만들어야 새로운 사회를 건설할 수 있다”는 폐막 성명을 발표했다. 처음으로 메타버스 기술이 적용된 이번 행사에서 가톨릭평화방송은 주관 방송사로 총회 전 과정을 중계했다.
도재진 기자 djj1213@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