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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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 르포] ‘청년문간’ 연탄 나눔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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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탄 한 장에 3.6㎏. 갓 태어난 남자아이 몸무게와 비슷하다. 봉사자들은 연탄을 품에 안았다. 이 추운 겨울을 연탄 한 장으로 버티는 집에 온기를, 그리고 희망을 전하기 위해서다. 봉사자들은 우리의 희망이신 아기 예수님을 품에 안은 듯 기쁜 표정으로 연탄을 전했다.

주님 성탄 대축일을 앞둔 12월 17일 청년문간(대표 이문수 가브리엘 신부) 봉사자들은 서울 정릉3동 일대를 집집마다 방문하며 연탄을 전달했다. 청년들의 손으로 희망을 전한 ‘따듯한 연탄 나눔’의 현장을 전한다.


■ ‘산타’의 마음으로

봉사 참가자 중 청년들이 빨간 산타 모자를 쓰고 있었다. 어떤 청년은 ‘산타 수염’까지 준비했다. 산타 모자를 준비해온 청년들은 청년문간 환경서포터즈, 청년희망로드 등 이미 청년문간에서 다양한 활동을 해오던 이들이다. 청년들은 봉사에 참여하기 전 자신들끼리 ‘산타 모자’를 쓰고 오자고 뜻을 모았다. 단순히 노력봉사가 아니라 연탄을 받는 이들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을 전한다는 마음으로 봉사하겠다는 의미다.

산타 모자를 쓰고 봉사에 함께한 서하린(마르첼라·27·의정부교구 청학본당)씨는 “주님 성탄 대축일을 앞두고 희망을 선물하는 좋은 일을 할 수 있어서 뜻깊고 기쁘다”면서 “이 연탄으로 따듯한 겨울이 되셨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청년들만이 아니었다. 이날 봉사에는 포스코, 이삭토스트 등 직장 참가자와 일반 참가자 등 110여 명이 함께했다. 부모님과 함께 참가한 어린이들도 있었다. 이들은 산타 모자는 쓰고 있지 않았지만, ‘산타클로스’의 유래가 된 니콜라오 성인이 가난한 이들에게 자선을 실천했듯이, ‘산타’의 마음으로 봉사에 함께했다.

이날 봉사에서 “연탄을 처음 봤다”는 박도건(10·경기도 파주)군은 “다른 사람들을 위해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니 뿌듯하고 보람있다”며 “그래서인지 봉사가 생각보다 힘들지 않다”고 말했다.





■ 연탄이라는 희망

봉사자들은 연탄들을 품에 안고 옮겨 조심스럽게 창고에 쌓았다. 연탄 봉사라 하면 손에서 손으로 연탄을 전달하는 모습이 떠오른다. 그러나 봉사자들은 일일이 연탄을 품에 안고 들어 날랐다. 왜 연탄을 일일이 옮기는지 묻자 “연탄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는 답이 돌아왔다. 손에서 손으로 전달하는 방법은 더 빠르고 효율적이지만, 옮기는 과정에서 연탄이 부스러지고, 떨어뜨릴 염려도 크다는 것이다. 오가기 어려운 좁은 골목이나 가파른 길에서는 손에서 손으로 전달하기도 했지만, 기본적으로 연탄을 들어서 날랐다.

고작 연탄을 금이야 옥이야 하는가 싶지만, 요즘은 연탄이 더없이 소중하다. 지난 4년간 1장당 평균 800원가량이던 연탄 소매가격은 올해 1200원까지 올랐다. 유류비, 인건비 등 운송비용이 급증한 여파다. 경제적 사정으로 연탄 난방을 택하는 이들에게는 너무도 큰 타격이다.


게다가 올해는 경제난 등으로 연탄 후원도 급감하고 있다. 밥상공동체 서울 연탄은행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연탄 후원이 줄고 있다. 특히 올해 9월부터 11월까지 서울 연탄은행이 후원받은 연탄은 25만700장가량으로 지난해 47만 장에 비해 46.7나 감소했다. 같은 기간 연탄 배달 등을 돕는 봉사자도 992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498명이었던 것에 비해 약 34 줄었다.

이날 연탄을 받은 이해준(86) 할머니는 “요즘 연탄 봉사가 많이 줄어서 연탄이 걱정이었는데 이제 마음이 놓인다”며 “청년들이 여럿이서 봉사해주니 좋고, 반갑고, 고맙다”면서 기쁜 마음을 표현했다.

■ 연탄이 되는 희망

“93, 94! 6개만 더 보내주세요!”

비좁은 창고에서 연탄을 차곡차곡 쌓으며 개수를 세던 봉사자가 외쳤다. 이 창고는 마무리하고 다음 창고에 연탄을 쌓아야 할 차례였다. 연탄을 나르던 봉사자들이 뒤로 상황을 전달했다. 이날 봉사자들은 모두 14가구에 2800장의 연탄을 전달했다. 연일 이어지는 한파는 이날도 여전히 기승이었지만, 어느새 봉사자들의 이마에는 땀이 송글송글 맺혔다.

봉사가 무르익을 즈음 되니 연탄을 든 봉사자와 들지 않은 봉사자가 구분되지 않는다. 연탄을 품에 안고 옮기다 보니 손이며 몸이 온통 연탄처럼 검게 변했기 때문이다. 안도현 시인은 ‘연탄 한 장’이라는 시에서 “삶이란 나 아닌 그 누구에게 기꺼이 연탄 한 장 되는 것”이라고 노래했다. 이날 봉사자들의 모습이 바로 그랬다. 봉사자들은 말 그대로 누군가를 위한 연탄 한 장이 됐다.

올해 청년문간이 진행하는 연탄봉사에 모두 참여할 예정이라는 권하연(프란치스카·25·원주교구 장성본당)씨는 “사람은 온기에서 온기로 연결된다고 생각하는데, 연탄이야말로 ‘따듯한 온기’”라면서 “연탄봉사를 하며 ‘손주 같다’고 말씀해주시는 어르신들을 만나면 우리에게도 따듯함이 전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시대의 어려운 청년들을 위해 저렴한 밥 한 그릇을 전하고자 설립된 청년문간이 벌써 4년째 청년들과 함께 봉사를 진행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청년을 돕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청년이 또다시 누군가를 도움으로써 희망을 발견하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청년들과 봉사에 함께한 청년문간 대표 이문수 신부는 “연탄을 나누는 봉사는 희망을 주는 일이기도하지만, 스스로 희망을 찾는 일이기도 하다”면서 “우리는 도움이 필요한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때 우리 스스로에 대해서 자신감, 자긍심 같은 긍정적인 확신, ‘희망’이 생긴다”고 연탄봉사의 의미를 설명했다.

이 신부는 이어 “어렵고 힘든 상황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다면 이겨낼 수 있다”면서 “우리가 하느님께 사랑받는 소중하고 귀한 존재라는 믿음, 어렵고 힘든 상황 속에서도 ‘하느님께서 우리와 함께 계시다’는 희망을 잃지 않는 성탄이 되시길 바란다”고 전했다.

청년문간의 연탄 봉사 ‘따듯한 연탄 나눔’은 2023년 1월 14일과 1월 28일에도 서울 정릉3동 일대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신청방법은 청년문간 홈페이지(www.youthmungan.com)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문의 02-741-6031 청년문간 사무국










이승훈 기자 joseph@catimes.kr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22-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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