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는 코로나19가 지속되는 힘겨운 상황에서도 교회에 주어진 사명을 다하기 위해 노력하면서 2022년 한 해를 보냈다. 평화를 증진하고 생명과 인권을 보호, 존중하며 약자의 편에 섰고, 한국교회의 뿌리라 할 수 있는 순교자 현양과 시복시성 사업, 남북의 화해와 일치를 추구하는 민족화해 활동에도 힘을 기울였다. 아울러 새로운 교구장들이 탄생했다. 올 한 해 동안 펼쳐진 한국교회 활동을 돌아본다.
우크라이나 평화 위한 한국교회의 호소
2022년 2월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무력으로 침공했다. 한국교회는 전쟁 발발 직후부터 우크라이나가 전쟁의 고통에서 벗어나기를 기도하며 도움의 손길을 보냈다.
주교회의 의장 이용훈(마티아) 주교는 3월 14일 ‘우크라이나의 평화와 전쟁 종식을 위하여 기도합시다’라는 제목으로 담화를 발표하고 “전쟁으로 고통받고 죽음의 공포에 떨고 있을 모든 이에게 필요한 도움을 제공하자”고 당부했다.
재단법인 한국카리타스인터내셔널과 재단법인 바보의나눔, 한마음한몸운동본부 등이 모금운동을 통해 우크라이나를 물질적으로 돕는 활동에 앞장섰다.
한국카리타스 사무국장 추성훈(바오로) 신부는 6월 13~15일 폴란드 카리타스가 주최한 우크라이나 전쟁 피해 긴급구호 대응을 위한 파트너 회의에 참석해 우크라이나의 전쟁 이주민들 참상을 확인하고 돌아오기도 했다.
생명 존중의 사회 구현
한국교회는 하느님으로부터 온 생명이 존중되는 세상을 만드는 일에 변함없이 매진했다. 사형제도 폐지를 위해 7대 종단 대표자들과 협력해 지난 7월 14일 헌법재판소에 처음으로 사형제 폐지의 당위성을 알리는 공동의견서를 제출했다. 이날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 김선태(요한 사도) 주교 등 각 종단 성직자들은 “범죄를 저질러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입힌 이들은 합당한 처벌을 받아야 하지만 참혹한 형벌로 똑같이 생명을 빼앗는 방식을 국가가 선택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주교회의 정평위 사형제도폐지소위원회는 대림 시기 사형제도폐지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국회 입법청원 서명운동을 전개했다. 이 서명운동에는 한국교회 현직 주교 전원이 동참했다.
한국교회는 생명의 가치를 훼손하는 의사 조력 존엄사 법안에 관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주교회의 생명윤리위원회(위원장 문희종 요한 세례자 주교)는 6월 29일 ‘죽이는 것도 나요, 살리는 것도 나다’라는 제목으로 성명서를 발표하고 “존엄하고 품위 있는 임종에 필요한 것은 주위 사람들의 경청과 돌봄이지, 죽이는 행위가 아니다”는 입장을 밝혔다.
서울 이태원에서 10월 29일 핼러윈 축제 중 발생한 참사에 대해서도 주교회의는 10월 30일 ‘서울 이태원 참사에 대한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애도문’을 발표하고, 참사 희생자들을 위해 기도하면서 유가족들과 아픔을 나눴다. 10월 31일에는 주교회의 의장 이용훈 주교와 서울대교구장 정순택(베드로) 대주교 등이 서울광장에 마련된 합동분향소를 찾아 조문했다.
사회적 약자들의 편에 서서
한국교회는 비정규직과 해고노동자 등 한국사회 약자들을 찾아가 위로하고 그들에게 힘을 싣는 활동도 펼쳤다. 주교단은 4월 27일 2022년 주교 현장 체험으로 서울 신길동에 위치한 ‘비정규 노동자 쉼터 꿀잠’을 찾아 ‘꿀잠’을 둘러보며 부당한 노동 현실 속에서 고통받는 노동자들의 현실을 체험했다. 2017년 9월에 문을 연 꿀잠에 한국교회 주교들이 방문한 것은 처음이었다. 주교단은 신길동 재개발 추진 와중에 철거 위기에 처했던 꿀잠에 물질적·정신적 지원을 보낼 것을 약속했다.
서울대교구 사회사목국(국장 황경원 안드레아 신부) 정의평화위원회, 노동사목위원회, 빈민사목위원회는 12월 8일 서울 주교좌명동대성당에서 서울시청까지 도보 행진을 하고 서울시에 취약 노동자 계층의 권익을 보호하고 양질의 공공돌봄을 지속해야 한다는 내용의 ‘오세훈(스테파노) 시장에게 보내는 공동서한’을 전달했다. 이것은 서울시 2023년 예산안에 노동권익, 공공돌봄 등의 예산이 대폭 축소된 것에 대한 교회의 목소리였다.
5월 13일에는 서울 을지로3가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서울·부산·인천교구 노동사목 담당 사제들과 활동가들이 부당 해고로 고통받고 있는 아시아나케이오 해고노동자들의 복직을 호소하는 첫 미사를 봉헌했다.
순교자 시복시성과 민족화해 사업에도 박차
2022년은 한국교회의 뿌리인 순교자 시복시성 사업에 보다 박차를 가한 한 해였다. ‘하느님의 종 홍용호 프란치스코 보르지아 주교와 동료 80위’ 시복 안건 예비심사를 6월 7일 종료했고, 이용훈 주교 등이 대표단을 구성해 9월 21일 교황청 시성부를 방문, 예비심사 문서 일체를 제출했다.
올해는 가경자 최양업 신부 시복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기도 했다. 증거자인 최양업 신부 시복에 필요한 기적 심사가 새롭게 진행되고 있고, 최양업 신부 선종 161주기를 맞은 지난 6월 15일에는 원주교구에서 최양업 신부 시복시성 기원 ‘희망의 순례’를 시작했다. 또한 서울대교구는 올해 주교회의 추계 정기총회 결정에 따라 조선교구 초대 교구장 브뤼기에르 주교 시복을 교구 차원에서 추진하기로 했다.
한국교회는 남북 관계가 경색된 국면에서도 민족화해 활동에 힘을 기울여 4월 29일 강원도 철원 비무장지대 평화의 길에서 주교 현장 체험을 실시했고, 6월 25일에는 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위원장 김주영 주교)가 ‘평화와 화해’ 교재 제1권을 발행했다. 또한 주교회의 민화위는 한반도 난국 타개를 위한 ‘2022 가톨릭 한반도 평화포럼’을 미국천주교주교회의 국제정의평화위원회와 10월 5~6일 워싱턴 미국 가톨릭대학교에서 개최해 한반도 평화를 위한 지혜를 모았다.
유흥식 추기경과 새 교구장들 탄생
올해 유흥식 추기경이 한국인 네 번째 추기경으로 서임되고, 새 교구장들이 탄생하며 한국교회에 변화와 활력이 더해졌다.
유 추기경은 지난해 6월 11일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으로 임명된 뒤 지난 8월 27일 로마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추기경으로 서임돼 한국교회의 위상을 높이면서 교황청과 한국교회의 가교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옥현진(시몬) 대주교가 11월 19일 김희중(히지노) 대주교 후임으로 광주대교구장에 임명됐고, 대전교구장 서리로 봉직하던 김종수(아우구스티노) 주교는 2월 26일 대전교구장에 임명됐다. 3월 19일에는 김종강(시몬) 주교가 장봉훈(가브리엘) 주교에 이어 청주교구장으로 발표됐다.
새 교구장 임명의 기쁜 소식과 함께 마산교구장 배기현(콘스탄틴) 주교가 건강상 이유로 교구장직을 사임하는 안타까운 소식도 전해졌다. 마산교구장 서리에는 8월 27일 신은근(바오로) 신부가 임명됐다.
박지순 기자 beatles@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