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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남 신부의 ‘신약성경,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3) 동방박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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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방박사들의 이야기를 보면서 의문이 듭니다. 어떻게 별 하나만 보고 길을 떠날 수 있는 것인지, 정신 나간 사람들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동방박사들은 어떤 사람들인가요?


그런 생각을 가질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 내용에는 여러 가지 심리적 메시지가 있습니다. 별은 우리들에게 특별한 의미를 갖습니다. 과학자들에 의하면 별은 지구에 물을 제공하는 물질이기도 하고 인간의 신체구성요소가 물과 유사하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그래서인지 누군가가 세상을 떠나면 별이 됐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친숙한 별들은 희망을 상징합니다. 동방박사들이 별을 찾아 길을 떠난 것은 새로운 희망을 찾아 나선 것입니다. 희망에 대해 옛사람들은 여러 가지 이야기들을 했습니다. 소설가 헤밍웨이는 「노인과 바다」란 책에서 인간이 희망을 버리는 것은 죄를 짓는 것과 같다고 했고, 괴테도 사람은 아무리 괴로운 처지에 있을 지라도 최후의 순간까지 희망을 가져야 한다고 했습니다. 동방박사들은 희망의 전도사들이었습니다.

두 번째, 그들은 사람이 건강하게 사는 것이 무엇인지를 보여줍니다. 심리학자 고든 알포트는 “건강한 사람은 긴장 감소보다는 오히려 더 많은 긴장을 원한다. 새로운 감동과 도전으로 끊임없이 여러 가지 다양한 욕구를 가지며, 판에 박힌 것들을 버리고 새로운 경험을 찾아 나선다. 이러한 새로운 긴장 산출 경험과 모험을 통해 성장한다”고 했습니다. 심리학자 프로이드 역시 사람의 정신은 고정돼있지 않으며 미래에 대한 상상으로 살아간다고 하면서 모험의 필요성을 역설했습니다.

동방박사들은 이런 건강한 모험심을 가진 사람들이었습니다. 이렇게 모험적인 삶을 시도한 동방박사들이 가진 정신적 덕목은 낙천성입니다. 하늘 높이 떠있는 별을 보고서 초행길을 가면서도 불안감 없이 가고 길을 잘못 들어섰을 때에도 별로 흔들림 없이 다시 길을 찾아간 것은 그들의 마음이 낙천적임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낙천적인 사람들은 인간관이 남다릅니다. 이들은 인간은 의미와 사명을 가진 존재들이라는 신념을 가지고 삽니다. 또한 인생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건들은 그것이 아무리 힘들고 괴롭다 할지라도 그렇게 된 것에는 무언가 의미가 있다고 여깁니다. 그렇기에 무언가에 대해 깨닫고 배우도록 하는 배려가 있다고 믿습니다. 이들은 인생이란 그와 같은 배움과 깨달음을 얻는 과정이며 정신적 성장과 영적 성장의 기회라고 생각하면서 살아갑니다. 동방박사들은 이런 마음가짐을 지니고 살아왔기에 낯선 길을 나설 수 있었던 것입니다.

철학자들은 이구동성으로 말합니다. 인간의 자유는 조건으로부터의 자유가 아니라 조건에 대해 어떤 태도를 취할 수 있는가에 관한 자유라고. 우리에게 다가오는 것들이 그저 불편하고 지나가기만 바란다면 그 시간이 지난 후 남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인생이란 내게 주어진 귀한 시간 안에서 나를 꽃 피우는 과정인데, 그러기 위해서는 동방박사들처럼 나에게 주어지는 것들의 의미를 깊이 되새겨볼 필요가 있습니다. 참고로 동방박사들이 아기 예수께 바친 예물들은 세 분이 이집트로 피신 가셨을 때 아주 요긴하게 쓰였다고 합니다.


■ 마태 2,1-12

예수님께서는 헤로데 임금 때에 유다 베들레헴에서 태어나셨다. 그러자 동방에서 박사들이 예루살렘에 와서, “유다인들의 임금으로 태어나신 분이 어디 계십니까? 우리는 동방에서 그분의 별을 보고 그분께 경배하러 왔습니다.” 하고 말하였다.

그들은 임금의 말을 듣고 길을 떠났다. 그러자 동방에서 본 별이 그들을 앞서 가다가, 아기가 있는 곳 위에 이르러 멈추었다. 그들은 그 별을 보고 더없이 기뻐하였다. 그리고 그 집에 들어가 어머니 마리아와 함께 있는 아기를 보고 땅에 엎드려 경배하였다. 또 보물 상자를 열고 아기에게 황금과 유향과 몰약을 예물로 드렸다. 그들은 꿈에 헤로데에게 돌아가지 말라는 지시를 받고, 다른 길로 자기 고장에 돌아갔다.

홍성남 마태오 신부
(가톨릭 영성심리상담소 소장)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23-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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