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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학교를 찾아서] (3)성심여자중·고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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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세기 말, 혁명 이후 프랑스 사회는 혼란스러웠다. 성녀 마들렌 소피 바라 수녀(1779~1865)는 예수 성심 영광을 드러내기 위해 1800년 성심수녀회를 창립하고, 이듬해 프랑스 아미앵에 성심학교를 설립했다. 혼란스러운 상황 속 견고한 신앙을 토대로 젊은이, 특히 여성 젊은이가 비판적 사고와 판단력을 지닌 구성원으로 성장하길 희망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교육은 필수였다. 이러한 설립 정신과 배경을 바탕으로 현재 전 세계 41개국 150여 곳에서 성심학교가 운영되고 있다.

성심수녀회가 한국에서 운영하고 있는 ‘성심여자중·고등학교’를 찾아 주체성 있는 인물을 기르기 위한 성심 교육법을 알아봤다.



■ 주체성 키우는 성심 교육

‘배움의 목적은 스스로 생각하고 의지력을 지닌 인격체로 성장하는 것이다.’

성심여자중·고등학교 건물 곳곳에 적혀 있는 문구다. 올바른 판단력과 건실한 신앙심, 이를 기르기 위한 성심 교육 철학을 드러내는 핵심 문구였다. 성심여고 교장 임태연(소화 데레사) 수녀, 종교·철학 담당 이상민(아녜스) 수녀와 함께 학교 수업, 성경반 활동 등에 대해 이야기하며 학생들은 솔직한 생각들을 밝혔다.

“수직적이고 상하 관계가 있어서 한국에선 여전히 주체적으로 살기 힘들거든요. 우리 집도 무교이고 종교에 대한 인식이 그렇게 좋진 않지만, 가톨릭이 보편적이라는 뜻, 인간은 평등하다는 점을 교회가 알린다는 것을 배우면서 비신자임에도 저는 성경을 읽고 나누고 있어요. 내가 믿는 길을 그렇게 걸어가고, 그럴 때 ‘성심’(聖心)을 느껴요.”(고2 매화반 임소연)

“신자이지만, 유아 세례를 받고 ‘왜 내가 하느님을 믿는지’ 깊은 생각 없이 남을 먼저 사랑해야 한다는 인식이 강했어요. 하지만 학교 수업을 듣고 활동하면서 제가 성당 다니는 이유와 나를 사랑해야 남도 잘 돌볼 수 있다는 걸 깨달았어요. 지금은 스스로도, 다른 사람도 더 온화하게 대할 수 있게 됐어요.”(고2 장미반 김예니 요세피나)

“제 생각이 맞고, 나름대로 결론을 내면 다른 사람도 제 주장처럼 생각하게 했던 경향이 있어요. 저와 생각이 다르면 다른 사람도 저처럼 생각하길 바랐죠. 지금은 달라요. 토론하면서 친구들 얘기를 듣고 ‘저런 근거로 저렇게 얘기할 수 있구나’ 생각하게 됐고, 나와 생각이 달라도 잘 지낼 수 있다는 걸 경험했어요. 타인을 주체적인 존재로 인식하게 됐고, 관계도 더 화목해진 것 같아요.”(고2 백합반 이규리 안나)










■ 가톨릭 가치 구현하는 수업

똑 부러지는 성심학교 학생들, 이들은 어떻게 생각과 감정을 잘 헤아리고 언어로 표현하게 됐을까. 이는 학교 전반에서 이뤄지는 주체성을 키우는 교육에서 비롯한다.

전 세계 모든 성심학교는 교육 목적을 학생들이 스스로 생각하고 의지력을 지닌 인격체로 성장하는 데에 두고 있다. 교육을 통해 비판적 사고와 판단력을 지닌 구성원을 키우는 것만이 인류 공동체의 진보를 가능하게 하고, 복음적 가치를 구현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러한 인식으로 성심여중·고에서도 진지한 지적 습관을 형성하고, 확고하고 일관된 자기 사고를 구성할 수 있도록 학생들을 주체로 존중하면서 가톨릭교회의 가치인 ‘보편적 사랑’을 바탕으로 교육하고 있다.


지난해 중3 영어 수업 시간에는 학생들이 세계 시민으로서 정체성을 키우고 소통할 수 있도록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등을 공부했다. 듣기·말하기 같은 기술을 익히는 것뿐만 아니라 세상과 세상 속 자신을 알고 보편적 사랑을 전할 수 있도록 영어 기사를 자료로 활용하는 등 준비된 세계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중1 환경 수업에서도 학생들은 기후 변화를 알고 삶에서 어떤 태도로, 어떻게 행동할지 경험할 수 있도록 캠페인을 기획·실천했다.

성심여고도 ‘수업’을 통해 가톨릭 정신을 배울 수 있도록 교육한다. 1·2학년 대상 ‘생활과 인성’은 그 대표적인 수업이다. 학생들은 철학책 「소피의 세계」를 읽고 여러 상황에서 어떻게 고민·판단·결정할지 배우고 태도를 익힌다. 토론 주제 역시 ‘썸 탈 때 스킨십 어디까지 해도 되는가’ 등 주로 학생들이 자유롭게 정하고 논의한다. 학년마다 특수 학급도 운영되고 있는데, 장애·비장애 학생이 함께 교육받으며 모두가 존중, 사랑받아 마땅한 존재라는 보편적 사랑을 배운다.

생활과 인성 수업 담당 이상민 수녀는 “수직적인 문화 안에서 아이들이 무시당하거나 평등하지 못한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모순, 불의가 있는 구조에서도 이를 바꿀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면 좋겠고, 순종적이고 자신을 표현하지 못하는 아이들보다 독립·주체적이고 생각과 감정을 능동적으로 표현하는 사람들이 될 수 있도록 수업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덧붙여 “아이들에게도 왜 그런지, 근거를 설명하고 궁금한 점은 질문하고 자유롭게 토론하도록 하고 있다”며 “학생들의 그러한 ‘도전’이 감사하다”고 밝혔다.





■ 유명인 다수 배출… 가톨릭 교사 양성 중요성 인식

이 같은 성심 교육을 받고 자란 성심인에는 TV에 자주 등장하는 오은영 박사, 스타커뮤니케이션 대표 등을 역임한 고(故) 조안리 회장이 있다. 「당신 참 괜찮은 사람이야」 등을 저술한 양창순 원장과 성교육으로 유명한 구성애 푸른아우성 고문, ‘살다보면’ 등을 부른 가수 권진원씨도 성심인이다. ‘신데렐라 언니’ 등을 작업한 김규완 드라마 작가와 KBS 정세진 아나운서, 뮤지컬 배우 정선아씨 등도 성심 출신이다.

유명인을 많이 배출했지만, 성심학교에서는 모든 졸업생이 소중하다고 역설한다. 가정과 일터 등에서 인간 존엄성과 생태계 회복을 위해 애쓰고 있는 모든 졸업생이 하느님 나라를 앞당기는 성심인이라는 뜻이다.

이러한 성심인 양성을 위해 관계자들은 가톨릭적 교사 양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임태연 수녀는 “지금도 예수 성심은 모욕당하고 상처받고 있고, 판단력과 정신이 바로 서지 않으면 인간이 모욕당하고 있다는 걸 알아보기 어렵다”며 목숨을 잃는 노동 환경과 전쟁 현장, 경쟁과 서열화 속에 자존감을 잃는 청소년·청년들이 있는 곳 등이 모두 인간 존엄성이 훼손되고 상처받은 예수 성심께서 계신 자리라고 설명했다.

예수 성심께 보상을 드리고 영광을 드러내기 위해 “하느님 모상인 학생 한 명 한 명이 배움의 주체여야 한다”고 전한 임 수녀는 “학생들이 자신의 사유를 발전시켜 나갈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를 결정짓는 요소는 교사”라고 강조했다.

성심여중 교장 장경아(마리안나) 수녀도 “교사가 어떤 가치관을 갖고 교육을 하는가가 매우 중요하다”며 “성심학교 설립 배경과 교육을 통한 복음 가치를 실현하는 것의 중요성 등이 교사 양성 내용이 돼야 한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장 수녀는 “교사 재양성 교육을 통해 가톨릭적 가치로 수업을 설계하고 학생들을 만날 때 가톨릭학교로서 정체성을 확고히 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소영 기자 lsy@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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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3-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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