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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가득한 영적 돌봄은 마지막 가는 길을 아름답게

[사순, 기억과 희망] (2) ‘죽음’ 연구하는 유성이(마리아)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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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성이씨는 아버지의 임종을 바라보며 ‘죽음’과 ‘돌봄’에 대해 본격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했다. 유성이씨 제공

 

 


예수님의 수난과 죽음을 묵상하는 사순 시기다. 그리스도인이라면 전례력에 따라 매해 주님의 탄생과 죽음, 부활을 기린다. 그것은 우리의 삶에도 그대로 이어진다. 그런데 인간에게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부활보다 어쩌면 더 멀게 느껴지는 것이 죽음 아닐까.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죽는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밀쳐낼 수 없을 정도로 바짝 다가오기 전까지 그 죽음을 깊게 들여다보는 사람은 드물다. 숨이 멎는 순간 자체가 아니라 ‘어떻게 죽어갈지’ 그 과정 말이다.



죽음을 연구하다

“내 의지대로 할 수 없는 모든 것을 받아들이는 게 마지막 순간인 것 같아요. 그런 시기를 곁에서 사랑으로 함께하는 것이 진정한 돌봄이고요.”

‘죽음’에 대해 오랫동안 연구해 온 유성이(마리아)씨를 만났다. 가톨릭대학교 생명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그녀는 10여 년 전부터 박물관, 호스피스병원, 학교 등에서 죽음과 삶을 성찰하는 교육을 하고 있다. 학부에서 응용미술, 대학원에서 예술경영을 전공했지만, 지난 2007년 어머니의 죽음을 통해 그녀 역시 남의 일처럼 느꼈던 ‘죽음’을 본격적으로 바라보게 됐다.

"예술이라는 도구를 활용해 죽음에 대해 함께 생각하는 교육을 해왔어요. 태어남부터 현재, 전 생애, 그리고 죽음까지. 아이들이 죽음을 삶의 연장으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모습이 신기했죠.”

그러나 그녀에게도 죽음의 빛깔은 다채로웠고 때로는 당혹스러웠다. 8살 소녀와 그 어린 딸을 두고 떠나야 하는 40대 엄마의 이별 과정을 지켜봤고, 어머니보다 12년을 더 살다 돌아가신 아버지의 쓸쓸한 죽음도 겪어야 했다. 앞의 기록이 2019년에 펴낸 「괜찮아 엄마, 미안해하지 마」라면 뒤의 관찰은 최근 출간한 「인간적인 죽음을 위하여」의 발판이 되었다. 노년의 삶과 인간적 임종을 위한 연구에 뛰어든 그녀는 2020년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호스피스병원에서 만난 88세 도미니코 어르신이 생명을 잃어가는 22일간의 이야기를 입체적으로 기록했다.

“죽음학(Thanatology)은 죽음 준비, 임종 돌봄, 남은 가족에 대한 상담 등 학제적으로는 철학, 사회학, 생물학, 영성학 등이 연결되어 있어요. 저는 그중에서도 ‘인간적인 죽음’을 연구하고 있는데, ‘돌봄’과 연결이 되더라고요. 돌봄을 어떻게 받느냐에 따라 임종도 달라질 수 있으니까요. 과거에는 집에서 가족들의 돌봄을 받으며 임종을 맞았죠. 흔히 ‘좋은 죽음’을 물으면 집에서 죽는 거라고 생각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잖아요. 그 현장을 직접 체험하고 방법을 모색하고 싶었어요.”

 

 

 

 

 

 

 
 

 

 

 


인간적인 죽음과 인간적인 돌봄

지금은 가족들의 생활 반경이 달라졌고, 죽음을 ‘처리’하는 사회의 시스템도 달라졌다. 대부분 병원에서 임종을 맞는 이유다. 그래서 누군가에게 내맡겨진 내 소중한 존재의 죽음은 더욱 안타까울 수밖에 없다. 갓 태어난 아이와 마찬가지로 생명을 잃어가는 이도 온전히 타인의 도움을 받아야 하지 않던가. 부귀영화는 차치하고 그저 한 인간으로서 붙들고 있는 마지막 자존심까지 놓아야 하는 그 참담함을 지켜본 사람이라면 유성이씨 같은 간병인을 찾아 헤맬 것이다. 꺼져가는 생명을 온몸으로 이해하되 아직 살아있는 존재를 진심으로 존중하고, 누구도 알 수 없는 죽음의 불안과 두려움 속에서 “너를 버려두지도 저버리지도 않으실 것이니 너는 두려워해서도 낙심해서도 안 된다”(신명 31,8)며 손을 잡아주는 사람 말이다.

“계속 간병 요청이 들어오긴 해요. 내어줌의 사랑이 있어야만 가능한 일 같아요. 갓난아이를 돌보는 것도 그렇지만 임종을 앞둔 분들도 한 인격체로 대해야 하거든요. 하지만 다각도에서 살펴야 하는 게 보통 24시간 간호하면 한 달에 300~400만 원을 받거든요. 보호자 입장에서는 큰돈이지만, 간병인 입장에서는 온종일 매달려야 하니까 쉬운 일이 아니죠.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는 거예요. 그럼에도 이 돌봄을 하는 분들이 직업윤리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요양보호사자격증만 따면 되는 게 아니라 인성도 갖춰야 하고, 모든 것이 그렇지만 ‘사랑’이 있어야 해요. 일로만 하면 너무 힘들거든요.”

호스피스병원에서 세 어르신의 임종을 돌본 그녀는 이후 방문 요양, 주간보호센터에서 일하며 1년 동안 어르신들의 삶을 관찰했다. 인간적인 죽음을 맞기 위해서는 평상시 적극적인 자기 돌봄과 사회 시스템을 비롯한 타인의 돌봄이 절대적으로 필요함을 확인했다.

“책을 쓸 때는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 안에서 인격적인 돌봄을 받고 마지막 순간까지 잘 존재하는 것이 인간적인 죽음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 차원에서 어릴 때부터 전 생애에 걸쳐 생명과 죽음에 대한 교육이 필요해요. 성당 공동체도 중요하죠. 가장 가까운 곳에 있고, 우리는 항상 죽음에 대해, 나눔과 돌봄에 대해 얘기하잖아요.”



죽음과 영적 돌봄

숱한 임종을 목격한 그녀에게도 ‘죽음’은 어렵다. 그녀의 표현을 빌려 ‘죽음이라는 정체를 대면하는 것은 오롯이 혼자의 몫’이기 때문이다. 그런 차원에서 평소 개인의 ‘영적 돌봄’을 강조했다.

“최근에 골전도 보청기 이식수술을 받았어요. 마취에서 깨어난 후 끝도 없는 어둠과 깊은 슬픔을 경험했어요. ‘죽음의 문턱에서는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겠구나’ 싶었고, 돌아가신 아버지나 어르신 생각이 났어요. 그래서 영성이 중요한 것 같아요. 내 힘으로는 안 되지만 평소에 영적으로 산다면 그 힘으로는 버틸 수 있지 않을까.”

50대 후반에 박사 과정, 연구 목적으로 경험한 간병인. 언뜻 보면 세상 물정 모르는 사람으로 보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녀의 삶은 녹록지 않았다. 어릴 때 오른쪽 청력을 잃었고, 어린 쌍둥이 아들을 두고 남편 먼저 세상을 떠났다. 12평 임대아파트에서 장성한 두 아들과 공간을 나누는 것이 삶의 큰 과제이기도 했다. 그 시기를 버틸 수 있었던 것도 신앙의 힘이었다.

“남편이 모태신앙이라서 저도 뒤늦게 세례를 받았어요. 엄마가 돌아가신 후 죽음학과 신앙생활에 몰두하게 됐고요. 그때 영월의 한 박물관에서 일했는데, 근무시간 빼고는 기도하고 성경 공부하면서 완전히 수도자처럼 살았죠. ‘어둠과 빛은 같이 있다’는 말을 실감했어요. 개인적으로 최악의 상황이었는데, 내 영성은 그 어느 때보다 맑았거든요. 많은 위로를 받았어요.”



그녀가 말하는 ‘사랑이 있는 돌봄’도 결국은 ‘신앙의 실천’이다.

“어떤 죽음도 남은 사람에게 의미를 주는 것 같아요. 생명윤리학을 전공하는 이유도 인간의 존재에 대해 근원적인 것부터 알아야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아직 답을 찾아가는 중이죠. 집은 물론이고 호스피스나 요양병원 등에서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는지, 실질적으로 어떻게 돌봄을 받고 죽음을 맞이할 수 있는지 계속 연구할 겁니다. 가장 중요한 건 하느님과의 만남인 같아요. 그 만남 안에서 스스로를 돌보고 또 타인을 돌볼 수 있으니까요. 신앙은 이성이 아니라 실천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서울대교구장 정순택 대주교는 “사순 시기는 역설적으로 희망의 시간”이라고 했다. “고통과 절망으로 보이는 현실, 스스로는 답을 찾을 수 없는 상황들 안에서도 하느님만이 주시는 다른 답이 있음을 믿어야 한다”고. 의학과 과학의 발전 앞에서도 우리는 여전히 ‘인간적인 죽음’을 발견하지 못했다. 하지만 유성이씨와 같은 개인과 사회의 작은 몸부림이 역설적으로 하느님만이 알려주시는 답을 찾는 희망의 원동력이 되지 않을까.





윤하정 기자 monica@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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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3-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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