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이 최근 환경영향평가 문턱을 넘었다는 소식 들으셨을 겁니다.
환영하는 사람도 있지만, 환경과 지역을 생각하는 이들의 반대 목소리도 적지 않은데요.
반대하는 주민들은 어느 모로도 도움이 되지 않는 사업이라며 착잡한 마음을 내비쳤습니다.
사업이 추진되고 있는 양양군 주민을 김형준 기자가 만나봤습니다.
[기자] '생물권보전지역'이라는 표지와 케이블카 설치를 환영하는 현수막이 같은 거리에 걸렸습니다.
수려한 남설악 자락을 감상할 수 있는 강원도 양양군 오색지구의 모습입니다.
오색지구에서 대청봉 인근 끝청을 잇는 케이블카 설치는 이 지역의 숙원사업으로 불립니다.
1982년 처음 추진된 사업은 환경 파괴 논란으로 번번이 무산돼 왔습니다.
<김형준 기자>
"중단과 재개를 반복했던 오색케이블카 사업이 최근 급물살을 타게 됐습니다. 환경당국이 환경영향평가에서 조건부 동의 방침을 내면서입니다."
2019년 한 차례 '부동의' 결정이 내려졌지만 지자체의 행정심판과 환경평가 재보완 등의 과정을 거쳐 사실상 추진으로 가닥이 잡힌 겁니다.
인근 상인들은 반가움을 감추지 못합니다.
<신나겸 / 오색지구 상인>
"그동안 3년 내리 우리가 코로나 때문에 힘들었잖아요. 그런데 이제 희망적인 얘기를 들으니까 조금 저희도 희망이 생기고 좀 더 나아지지 않을까 그런 마음이에요."
반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이미 설치된 속초 설악산 케이블카의 사례를 보면, 도보로 등산해야 했던 때보다 인근 상권이 위축될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이순녀 / 양양군 주민>
"설악산 케이블카 밑에 식당들도 전에 거 다 없어졌어요. 그리고 걷지 않으니까 흔들바위 쪽도 장사하시는 분들이 거의 없어요."
환경보전지역인 국립공원이자 세계적인 생물권보전지역인 설악산.
그저 설악산이라는 이유만으로도 주민들은 오색케이블카 설치를 우려하고 있습니다.
천연기념물 산양의 터전이 사라질 위기에 마음을 졸이고,
<노미화 아가타 / 양양군 주민>
"그냥 우리 집, 우리 여기 살고 있는 집에 갑자기 쇠기둥을 막 어느 날 이 거실 한가운데다 처박는 거랑 똑같은 거예요. 우리는 여기서 살 수가 없고 다 흩어져야 되고."
이런 결정을 내린 환경부에 개탄하기도 합니다.
<조용명 프란치스코 / 양양군 주민>
"올해 그런 생각이 들어요. 환경파괴면허부다. 환경파괴면허부지 이게 무슨 환경부냐고."
환경부 결정 이후 천주교 등 5대 종단 종교환경회의도 결의문을 내고 국립공원 개발 문제를 비판했습니다.
종교환경회의는 "개발광풍이 휘몰아쳐 자연보호구역마저도 위협받고 있다"면서 "케이블카와 산악열차를 반대하며 생태계를 지키고 보호하는 일에 앞장 설 것"을 결의했습니다.
가장 엄격한 수준으로 보호받던 설악산마저 개발이 시작되면 다른 국립공원 개발도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옵니다.
무등산과 지리산을 비롯해 많은 지자체들이 이미 추진 의지를 밝혀 온 상황.
개발과 보존, 우리 공동의 집은 이렇게 또 한 번의 시험대에 서게 됐습니다.
CPBC 김형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