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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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즉위 10주년] 프란치스코와 함께, 교회는 어디로 향하는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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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바티칸공의회는 교회의 개혁을 예수 그리스도께 충실한 끊임없는 자기 쇄신에 열린 것으로 제시합니다.”(「복음의 기쁨」26항)

프란치스코 교황은 권고 「복음의 기쁨」에서 “나그넷길에 있는 교회는 그 자체로서 또 인간적인 지상 제도로서 언제나 필요한 이 개혁을 끊임없이 계속하도록 그리스도께 부름받고 있다”(「일치 교령」 6항)는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선언을 인용하면서 더는 미룰 수 없는 ‘교회 쇄신’을 강조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교회 쇄신은 ‘제2차 바티칸공의회’(이하 공의회)의 정신을 바탕으로 한다. 교황은 어떻게 교회 안에 공의회 정신을 구현해 나가고 있을까.


■ 하느님 백성의 교회: 「교회헌장」의 교회론

교황은 재임 초기부터 이전 교황과는 다른 행보들을 보여 왔다. 교황궁이 아니라 교황청을 방문하는 손님용 숙소인 성녀 마르타의 집에 거주하고 있다. 스스로 ‘로마의 주교’라 칭하며 세계교회 최고 지도자로서 통치하려 하기보다 다른 주교들과 동등한 위치에서 협력하고자 했다. 또 교황청 각 부서와 교회의 여러 직무에 평신도들, 특히 여성의 참여를 독려하면서 교회 내 책임과 권한을 함께했다.

이런 교황의 행보는 ‘교회는 하느님 백성’이라는 제2차 바티칸공의회 「교회헌장」의 교회론을 바탕으로 한다. 「교회헌장」은 교회가 위계적인 조직이 아니라 ‘하느님 백성’이라고 정의했다. “모든 신자가 그리스도의 몸을 이루는 공통된 품위와 활동에서는 참으로 모두 평등하다”(「교회헌장」 32항)는 것이다.

교황이 남아메리카 출신이라는 점도 교황이 「교회헌장」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는 점을 뒷받침한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 당시 회의록을 살피면 「교회헌장」 작성에 남아메리카 주교들의 기여가 컸던 것으로 나타난다. 특히 비교적으로 물질적 안정과 평화를 누린 유럽 지역에 비해 이주민의 후손으로 정치·경제적 어려움을 겪어온 남아메리카교회는 가난한 이들에 관한 성찰이 깊었다. 교황은 로마의 교구장으로서 지역의 가난한 이들과 함께했고, 세계 여러 나라를 사목방문을 할 때도 그 지역의 소외된 이들을 만났다.

우리신학연구소 이미영(발비나) 소장은 “교황은 교황직을 위에서 통치하는 지도자의 자리가 아니라, 함께 참여하도록 사람들을 움직이고 영감을 주는 협력자, 봉사자의 직분으로 바꿔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 소장은 “교황이 강조하는 교회는 하느님 백성의 교회상을 구체적으로 살아가는 것”이라며 “세상을 위해 봉사하는 복음적 교회가 되는 것을 지향하고 이끈다는 점에서 제2차 바티칸공의회가 심은 씨앗을 구체적인 모습으로 싹틔우고 자라나게 하는 모습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 세상의 소리를 듣다: 「사목헌장」의 방법론

교황이 전하는 메시지에는 공통점이 있다. 우선 경청한다는 점이다. 교황은 교회의 가르침이나 제안을 꺼내기 전에 먼저 세상이, 각 사회가, 사람들이 어떤 상황에 처했고,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를 섬세하게 살핀다.

이런 경향은 교황이 10년에 걸쳐 발표해온 「복음의 기쁨」, 「사랑의 기쁨」 등의 권고와 「찬미받으소서」와 「모든 형제들」 등의 회칙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이 문헌들은 모두 도입부에서 세상에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어떤 현실과 위기가 닥쳤는지를 바라보고 있다. 교황은 그러고 나서야 그런 현상들을 통해서 발견해낸 진리, 즉 교회의 가르침과 그에 따른 제언을 제시한다. 교황은 사목을 귀납적 방법으로 접근하고 있는 것이다.

이 귀납적 방법론은 공의회 「사목헌장」의 방법론이다. ‘헌장’은 교회의 기본적 구조와 본질, 사명을 다루는 문헌으로 공의회 문헌 중에서도 가장 높은 권위를 지닌 문서다. 따라서 교리에서 시작해 삶으로 이동하는 ‘연역적 방법’을 취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사목헌장」은 「교회헌장」이나 「계시헌장」과 달리 구체적 실재 이해에서 신앙교리를 제안하는 방법을 선택한다. 「사목헌장」은 10항까지 현대 세계의 구체적인 상황을 다루고, 각 장에서도 역시 귀납적 방법으로 전개한다.

최현순 교수(데레사·서강대학교 전인대학원)는 “교회가 공의회 이전에는 ‘우리는 진리를 믿고 있으니 우리말을 믿어’라고 말했다면, 「사목헌장」에서는 ‘여러분이 어떤 상황인지 이렇게 듣고 이해했으니 우리가 생각한 답이 여러분에게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라고 말하는 놀라운 변화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최 교수는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교회를 이끌어가는 방법론 자체가 공의회가 지향했던 방법론으로 이전 교황님들과 분명한 차별점이 보인다”면서 “교황님이 사목 현장 안에서 구체적이고 실천적으로 소외되고 가난하고 약한 사람들과 함께해오신 것은 공의회의 영향이 굉장히 컸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 공의회적 교회론과 방법론의 결정체, 시노달리타스

교황의 「교회헌장」의 교회론과 「사목헌장」의 방법론은 제16차 세계주교시노드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세계주교시노드는 제2차 바티칸공의회를 통해 제정된 회의로, 보편교회를 위한 안건들의 구체적인 실천방안을 모색하고자 교황과 세계주교단이 모여 논의하는 자리다.

교황은 제16차 세계주교시노드에 모든 ‘하느님 백성’이 참여하길 요청했고, 구체적인 현장의 목소리를 경청함으로써 길을 찾아가는 귀납적 방법으로 진행하고 있다.

경동현 박사(안드레아·우리신학연구소 연구실장)는 “프란치스코 교황 이후 가장 의미있는 변화로 세계주교시노드의 설립 취지를 복원하려는 부단한 관심과 노력을 꼽고 싶다”면서 “교황이 꿈꾸는 복음화된 교회의 모습으로 ‘시노달리타스를 지속하고 활성화하는 교회’에 가장 근접하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제16차 세계주교시노드의 주제가 ‘시노달리타스’라는 점은 공의회가 추구하는 교회의 모습을 더욱 구체적으로 현실화하는 작업이기에 더욱 의미가 크다. 시노달리타스(synodalitas)는 ‘함께’(syn) ‘길’(hodos)을 걷는다는 그리스어에서 온 말이다. ‘하느님 백성’인 교회의 구성원들이 각자 동등한 품위와 활동 안에서 서로 경청하며 성령이 이끄는 길을 찾아간다는 공의회 정신이 담겨있다.

한국그리스도사상연구소 소장 최영균(시몬) 신부는 “시노달리타스는 공의회의 교회관을 보다 구체적으로 현실화하자는 취지를 갖는다”며 “프란치스코 교황의 모든 사목은 시노달리타스로 수렴된다”고 전했다.




이승훈 기자 joseph@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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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3-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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