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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남 신부의 ‘신약성경,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11) 빛과 소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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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경에서 예수님은 저희가 세상의 소금이고, 빛이라고 말씀하시는데, 저는 빛이나 소금처럼 세상을 바꾸는 영향을 주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빛과 소금처럼 되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주님께서는 우리에게 세상의 소금 같은 존재, 빛과 같은 존재가 되라고 하십니다. 우리 교회에서는 세상의 빛과 소금처럼 살았던 분들을 성인들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가톨릭교회에는 다른 교회에는 없는 성인신심이란 신앙명제가 존재합니다.

그런데 약간의 부작용도 있습니다. 성인신심이 마치 민간신앙처럼 변질된 현상도 나타나는 것입니다. 누군가가 성인품을 받으면 수많은 사람들이 성인의 생가를 방문하고 성인에게 기도를 부탁합니다. 심지어 중세에는 성인들의 유해를 소유하려고 별의별 수단을 다 동원하기도 했고 지금도 성인들의 유해는 보물처럼 여겨지고 있습니다.
성인신심이 무속화되면서 벌어지는 기현상들입니다. 성인들의 뜻은 뒷전이고 성인들의 유해로 복을 얻으려고 하는 것은 민간신앙, 무속신앙이나 다를 바 없건만, 여전히 그런 풍조는 사라지지 않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성인들은 어떤 분이셨는가? 간혹 별난 이적을 보이거나 신기한 모습을 보이는 사람들을 놀라운 눈으로 보면서 그런 사람들이 성인이라고 하기도 하는데, 이들은 성인이 아니고 그냥 영적인 광대일 뿐입니다. 사람들에게 아무런 선익을 베풀지 않았다면 자기도취자에 지나지 않는 것입니다.

성인들은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좋은 사람들’입니다. 여행을 하다보면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는데 그중 기억에 남을 정도로 좋은 사람을 만날 때가 있습니다. 힘들고 피곤한 일정 중에도 다른 사람들을 배려할 줄 아는 사람, 다른 사람들을 존중할 줄 아는 사람들입니다. 이런 사람들과의 만남은 행운입니다. 이들이 진정으로 세상을 바꾸는 사람들이기에 그렇습니다.

덩치가 작아 피그미 침팬지로 불리우는 보노보(bonobo)는 나누기를 좋아하고 약자를 배려할 줄 압니다. 눈앞에 먹이를 두고도 으르렁대지 않고 몸을 비비며 서로가 적이 아님을 알립니다. 지구촌 곳곳에는 ‘인간 보노보’로 비유되며 조용히 사랑을 실천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이들은 이구동성으로 “아프리카를 돕기 위해서 빌 게이츠나 워렌 버핏이 될 필요는 없다”고, “250달러면 가난한 나라의 아이들에게 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말합니다.
이들의 공통점은 많은 사람이 걱정만 하며 방관하던 사회 현장 속으로 뛰어들어 불가능할 것처럼 보였던 문제들의 해법을 찾아냈다는 것입니다.

세상을 바꾸는 힘은 큰소리로 외치는 구호도 그럴듯한 이념도 아닌 나눔을 사랑하고 경쟁보다는 협력을 중시하는 착한 ‘보노보’의 심성을 가진 사람들의 작은 꿈에서 생기는 것입니다.

죽어야 할 사람을 대신하여 자기 목숨을 내놓은 막시밀리안 콜베 신부님, 남수단에서 환자들을 위하여 헌신하다가 선종한 이태석 신부님, 캄보디아 장애아들을 살리기 위해서 폭탄에 자기 몸을 던져서 아이들을 구한 필리핀의 리치 수사 등등이 그런 좋은 사람들입니다.
작은 성인들. 작은 꽃들이 세상을 살만한 곳으로 바꾸어주는 빛과 소금들입니다.

■ 마태 5,13-16
“너희는 세상의 소금이다. 그러나 소금이 제 맛을 잃으면 무엇으로 다시 짜게 할 수 있겠느냐? 아무 쓸모가 없으니 밖에 버려져 사람들에게 짓밟힐 따름이다. 너희는 세상의 빛이다. 산 위에 자리 잡은 고을은 감추어질 수 없다. 등불은 켜서 함지 속이 아니라 등경 위에 놓는다. 그렇게 하여 집 안에 있는 모든 사람을 비춘다. 이와 같이 너희의 빛이 사람들 앞을 비추어, 그들이 너희의 착한 행실을 보고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를 찬양하게 하여라."
홍성남 마태오 신부
(가톨릭 영성심리상담소 소장)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23-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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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한 15장 12절
이것이 나의 계명이다.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서로 사랑하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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