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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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커밍아웃에 큰 충격… “바라보는 눈은 바꿀 수 있죠”

[사순, 기억과 희망] 4. 성소수자 부모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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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수자 부모모임 홍정선 대표가 월 모임에서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성소수자. 인원이 적어 차별받는다는 문제를 넘어 혐오 섞인 시선과 제도 속에서 어디에도 발붙이기 힘든 소수자다. 교회 역시 사목적 배려를 통해 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이웃으로 함께하고자 노력하고 있지만, 온전히 그들의 삶과 생각을 받아들일 수는 없다.
이런 그들을 옆에서 지켜보며 함께 고통을 겪는 이들이 있다. 부모들이다. 어떤 면에서는 더 큰 십자가를 지기도 한다. 성소수자 부모모임(대표 홍정선 체칠리아)에 참석해 그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내 아이가 성소수자?!

“오늘 처음 참석했습니다…”

성소수자 부모모임에 처음 참석한 게이 아들을 둔 엄마는 끝내 말을 잇지 못하고 마이크를 넘겼다.

홍정선 대표는 “자녀로부터 커밍아웃을 들은 부모들은 충격과 부정, 분노 등 암 환자들이 겪는 고통과 비슷한 과정을 겪고, 대부분 불면증에 시달린다”고 말했다. 홍 대표 또한 자신의 아들이 성소수자라는 사실을 처음 안 게 아들이 대학교 졸업을 두 달 앞둔 때였다. 아들은 평소와 다르게 우울해 했고, 방 안에서 나오지도 않았다. 크게 모나지 않게 자란 탓에 걱정은 더했다. 마침 아들의 가장 친한 친구에게 전화가 와서 엄마는 캐묻기 시작했다. 그때 아들이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처음 듣게 됐다.

“순간 굉장히 충격을 크게 받았습니다. 벼락을 맞았다고 해야 하나, 아무 생각도 나지 않더군요.”

독실한 신자였던 홍 대표는 본능적으로 “아들에게 실수하지 않게 해달라”는 기도를 주님께 먼저 바쳤다. 그리고 곧바로 미국에서 교사를 하고 있는 여동생에게 전화를 걸어 상의하며 동성애자에 대한 이해를 넓혔다. 깊은 고민과 기도 끝에 엄마는 아들에게 편지를 남겼다. “엄마는 지구가 뒤집어져도 네 편이야. 괜찮아. 사랑해.”

한참 동안 편지를 읽은 아들은 비로소 방에서 나와 학교를 향했고, 무사히 졸업까지 했다. 이후 홍 대표의 여정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급한 불을 끄고 나니 감정이 휘몰아치더군요.” 그는 사람들이 오지 않는 시간에 성당을 찾아 기둥 뒤에 숨어 한참을 울면서 하느님을 원망했다고 회상했다.
 
성소수자 부모들이 행진하며 자녀들의 인권을 호소하고 있다. (영화 '너에게 가는 길' 스틸컷.)

성소수자 부모모임

혼자서는 감당하기 힘들겠다고 생각한 홍 대표는 먼저 겪은 부모들의 조언을 듣고 싶어 고향인 청주 생활을 정리하고 서울로 올라왔다. 성소수자 인권단체 모임에 참석한 그는 “본인 위치에서 누구보다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성소수자들을 만났고, 무엇보다 바꿀 수 없는 타고난 성향이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후 성소수자 부모들을 만나면서 큰 위로를 받고는 더 많은 이들과 함께하기 위해 2014년 2월 ‘성소수자 부모모임’을 만들었다. 현재 평균 50여 명이 월 모임에 참석하고 있다. 부모뿐 아니라 자녀도 함께 오기도 하고, 다른 부모의 조언과 위로를 듣기 위해 홀로 참석하기도 한다.

모임에 처음 참석하는 이들은 대부분 눈물을 흘린다.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이 자리하고 있고, 열려있다고 생각한 부모도 막상 자신의 자녀가 성소수자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는 충격에 휩싸이기 때문이다. 비슷한 처지의 부모들은 서로 마음을 터놓고 위로하며 치유의 과정을 거친다. 사제, 수도자, 목사 등 종교인들도 참석해 위로를 건네고 있다.

이런 경험을 토대로 홍 대표는 2019년 3월 주교회의 춘계 정기총회에서 ‘한국 사회에서 성소수자의 실태와 문제’를 주제로 열린 강연에 패널로 초대됐고, 주교들의 위로를 받기도 했다. 제9회 천주교인권위원회 이돈명인권상도 수상했다. 2021년에는 성소수자 부모들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너에게 가는 길’이 극장가에 상영돼 현재까지 다수의 상을 받고 있다. “존재는 바꿀 수 없지만, 바라보는 눈은 바꿀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살아만 있어다오

모임에서 만난 부모들은 “성소수자에게는 가족의 절대적인 지지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아무리 자기주장이 강하고 내면이 단단한 이들이라도, 사회가 바라보는 혐오의 시선을 버티기 위해서는 가장 가까운 사람의 지지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트레버 프로젝트의 ‘성소수자 청소년 정신 건강에 대한 전국 조사 2020’에서는 성소수자 중 40가 자살 시도를 고민했다고 나온다. 특히 모임에서는 부모나 가족이 성소수자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자살률이 8배가 높다는 의견을 나누며 부모 본인들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성찰했다.

자녀가 성소수자라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한 부모의 경우에는 정신과 치료를 받기를 권하거나, 전환치료를 요청하기도 한다. 심한 경우 가족의 연을 끊어버리기도 한다. 홍 대표는 “한동안 동성애를 질병으로 치부해왔지만, 오늘날 세계 의학계에서는 동성애, 양성애, 무성애가 치유돼야 할 질병이 아닌 성적 지향으로 개념화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단순히 마음에 들지 않는 옷을 바꾸듯이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며 “생사의 갈림길에 서 있는 상태”라고 전했다.
 
매월 열리고 있는 성소수자 부모모임에 참여한 박상훈 신부가 교회 입장을 전하며 위로하고 있다.

성소수자 부모, 하느님의 축복

교회는 남자와 여자로 창조됐다는 성경 말씀에 따라 두 성의 결합을 혼인으로 본다. 또 혼인의 목적을 자녀출산으로 보고 있다. 곧, 생명 윤리와 혼인법 등에 따라 동성애자는 온전히 교회에 받아들여질 수 없다. 다만 성향 자체를 지니고 있는 것을 단죄하지는 않고, 행위로 이어진다면 윤리적으로 부당하다고 본다.

모임에 참여한 박상훈(예수회 인권연대연구센터 소장) 신부는 “동성 간 결합이 교리적으로는 받아들여질 수 없다”며 “하지만 사목적 관점으로 하느님 백성이라는 측면에서 이들을 배제해서는 안 되고, 오히려 다양함을 받아들일 때 더 충만하고 풍요로운 공동체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프란치스코 교황 역시 첫 해외사목 방문지인 브라질에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동성애자를 단죄할 수 없다고 답한 바 있다. 또 지난해 제임스 마틴 신부에게 보낸 성소수자들에 대한 서한을 통해 “하느님은 그 누구도 배제하지 않는다”고 전하는 등 사목적인 차원에서 성소수자들을 배제해서 안 된다는 뜻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현재 진행하고 있는 시노드 차원에서도 성소수자를 교회가 어떻게 품어야 할지 논의 중에 있다.

홍 대표는 “아들의 커밍아웃 전과 후의 삶 중 선택하라고 하면 단연코 후자를 선택할 것”이라며 성소수자 부모로 살고 있는 현재 자신의 삶은 하느님의 축복이라고 했다.

“본당 활동을 열심히 하며 하느님과 가깝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아들의 커밍아웃 후 내려놓는 법을 배웠습니다. 아들 덕분에 제가 성장한 것이죠. 그런 부모들이 모여 서로 경청하고 공감하는 과정에서 사랑이 싹트는 것을 발견합니다. 그러다 보니 또 다른 약자들의 처지도 눈에 들어오기 시작해 연대하고 있습니다. 이런 지금의 제 모습을 보면 하느님께서 기뻐하시지 않을까요. 저는 축복 받은 삶을 살고 있습니다. 아들에게 꼭 전하고 싶습니다. 내 아들로 태어나 줘서 정말 고마워.”

박민규 기자 mk@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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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3-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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