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전쟁 중 선종한 에밀 카폰 신부를 기리기 위해 태동한 살레시오중·고등학교. 카폰 신부 기념사업을 담당한 당시 광주대교구장 서리 현 하롤드 대주교는 당시 기념사업을 위해 가장 필요했던 것은 청소년 교육이라고 생각했고, 살레시오회를 한국에 초청했다. 이로써 한국에서도 살레시안의 사랑이 꽃피었다. “젊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여러분들을 사랑합니다”라고 말한 요한 보스코 성인의 가르침으로 전인적 인재를 양성하고 있는 살레시오중·고등학교의 교육을 알아보자.
‘친절한 사랑, 이성, 믿음이라는 세 기둥을 지닌 예방 교육 영성을 바탕으로 착한 그리스도인, 정직한 시민을 양성한다.’ 살레시오중학교(교장 차현호 다니엘)와 살레시오고등학교(교장 박지영 베드로 신부)는 이 같은 교육 이념을 실천한다. 교훈 ‘마음을 깨끗이, 몸을 깨끗이, 환경을 깨끗이’는 깨끗한 마음 즉 선한 마음을 지니고, 선한 행위로, 선한 세상을 만들어 내자는 의미로 살레시오중·고등학교(이하 학교)는 청소년 마음에 사랑이 닿는 교육을 중시하고 있다. 교육 철학을 드러내듯 광주광역시에 위치한 학교 유리문에는 큰 글자로 적혀 있다. “죄를 짓지 않는 한 맘껏 뛰놀고 소리치십시오.”
■ 마음 편한 학교
마음 편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 학교는 청소년들이 행복할 수 있는 시간을 최대한 많이 마련한다. 기쁘고 행복한 시간에는 악이 들어올 자리가 없다며 “죄가 아니라면 최대한 기쁘게!”라고 밝힌 요한 보스코 성인의 말씀처럼 청소년들이 기쁨을 만끽하고 마음 건강을 채워 나갈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이를 위해 중학교에서는 매일, 고등학교에서는 주 2회 점심시간 식생활관 앞이나 학교 현관에서 ‘신나는 살레시오 이벤트’가 열린다. 전통 놀이부터 사격, 야구 등 여러 놀이를 하고, 깜짝 공연 같은 행사도 진행한다.
청소년들이 젊음의 기쁨을 만끽하고, 조화와 균형의 가치도 깨달을 수 있도록 학교는 예술과 함께하는 환경도 조성한다. “음악이 없는 살레시오집은 영혼이 없는 육체와 같다”며 예방 교육의 핵심 요소로 요한 보스코 성인은 예술 활동을 꼽았다.
그 정신에 따라 중학교에서는 20년 전통 관악 합주 팀 ‘음악사랑반’이 매년 작은 음악회를 열고 있고, 고등학교에서는 매년 1학년 ‘살레시안합창제’, 2학년 ‘오카리나 연주회’를 연다.
특별히 고등학교 행사에는 가족을 초대해 청소년들이 예술 정신과 협동심을 기르고 가족 사랑을 더 두텁게 하는 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 마음에 사랑이 닿도록
학교는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이 청소년의 마음에 닿을 수 있도록 사랑을 바탕으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산업 혁명 시대, 가난한 청소년들에게 희망이 된 요한 보스코 성인을 따라 경제적 어려움으로 학업에 온전히 집중할 수 없는 청소년들을 위해 학교는 교육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중학교는 ‘오라토리오’를 운영하고 있다. ‘오라토리오’는 요한 보스코 성인이 청소년들을 위해 의식주를 제공하고 일자리를 구하는 데에 필요한 기술과 공부를 가르친 곳으로, 이 명칭을 딴 프로그램에서 매년 청소년 10명 이상이 학교법인 살레시오회 소속 교사들의 봉사와 학부모, 교사들의 경제적 지원으로 희망찬 미래를 그려 나가고 있다. 종례 후 3시간 동안 성무감(교목) 신민수(요셉) 신부 등은 청소년들과 동반하며 오카리나 연주와 요리 수업 등을, 방학 때는 오라토리오 캠프 등을 함께한다.
고등학교는 ‘사랑의 가교 운동’을 하고 있다. 사랑의 다리를 놓는 운동이라는 뜻의 이 장학 프로그램은 어려운 청소년들에게 교육에 필요한 모든 비용을 지원한다. 고등학교 교장 박지영 신부는 “오라토리오와 사랑의 가교 운동이라는 인성 함양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들은 서로를 경쟁 대상이 아니라, 함께하는 공동체 구성원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서로 돕고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선한 에너지를 얻게 되고, 자연스럽게 가톨릭 사랑 정신을 가슴에 품게 된다”고 전했다.
■ 받은 사랑 다시 나누며
사랑을 느낀 청소년들은 그 사랑을 다른 이에게 전하는 인재로 성장한다. 학교 청소년들은 사랑 실천을 위해 그간 많은 이웃 돕기를 실천했다. 몽골·캄보디아 청소년, 미얀마 민주화 운동, 우크라이나 난민 돕기 등을 했고, 아프리카 청소년들에게 현대식 우물을 선물하는 ‘선(善)물(water)’ 프로그램도 함께했다. 매년 세계 살레시오 선교 프로젝트에도 동참하고, 기부와 묵주 팔찌 만들기 체험 활동 등으로 모은 기금을 지역 사회 도움이 필요한 청소년 시설에 전하는 ‘한가위 사과 모으기’ 프로그램에도 참여하고 있다.
‘선우랑 살레문’은 살레시오중·고등학교 청소년들과 특수 학교 ‘선우학교’ 청소년들을 잇는 사랑의 통로다. ‘선우랑 살레문’은 담벼락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는 양 학교의 담장 일부를 허문 공간으로, 청소년들은 함께 만들어 가는 수업과 체육·문화 활동 등을 정기적으로 교류하고 있다. 이를 통해 차이점보다는 공통점을 공유하고, 편견을 없애며,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 구성원으로서 화합하고 있다.
이처럼 사랑을 나누는 환경에서 전 광주대교구장 김희중(히지노) 대주교와 성염(요한 보스코) 전 주교황청 한국대사, 윤상원 열사, 김경만·김남국·최기상 국회의원, 변희봉·임현식 배우, 윤태호 만화가, 장재근 육상 감독 등도 공부했다.
■ 교육은 마음의 일
학교는 청소년들을 포함한 구성원들이 살레시오 영성을 익혀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느끼고 실천하도록 돕고 있다. ‘명상의 시간’에 하루를 봉헌하는 주님의 기도 등을 하고 있고, “교육은 마음의 일입니다”라는 요한 보스코 성인의 말씀에 따라 살레시오 영성을 나누기 위해 1~4년차 교사들을 위한 교육과 나눔 연수를 진행하고 있다.
사랑의 결실로 학교에서는 매년 청소년 30여 명이 세례를 받고 있다. 중학교 성무감 신민수 신부는 “사랑과 인내·온유와 친절을 실천한 프란치스코 살레시오 성인, ‘사랑하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습니다. 사랑받고 있음을 느끼게 해 주어야 합니다’라고 말씀하신 요한 보스코 성인을 모델로 살아가는 살레시오회 수도자들과 그 교육 철학을 공유하는 교직원들이 보여 주는 교육적 동반은 청소년들이 그들을 친구·아버지·스승으로 느끼게 하고, 그렇기 때문에 청소년들은 그들이 믿고 따르는 예수그리스도를 함께 사랑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는 누구도 강요하지 않은 자연스러운 선교 활동”이라고 밝혔다.
고등학교 성무감 변용관(레오) 신부는 무엇보다 “매일 차분하게 명상으로 시작하면서 학생들은 심신 안정을 찾고, 생활 속 파생되는 작은 사건들의 의미, 예수 그리스도께서 가르치시는 불변하는 가치의 한 조각을 놓고 사색하면서 자아 성찰, 성숙하고, 이를 통해 건전한 가치관 형성과 올바른 품성을 함양한다”고 강조했다.
이소영 기자 lsy@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