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이들은 교회 안에서 여성이 소외되고 있다고 말한다. 또 어떤 이들은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그러나 하느님 백성의 목소리에 귀 기울인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과정을 통해 알게 된 사실은 한 가지 있다. 소외 받는다고 느끼는 여성들은 분명히 존재한다는 것이다. 세계주교시노드 경청모임을 통해 교구로, 대륙으로 모인 의견서에 비추어 여성들이 소외되고 있다고 느끼는 현장을 찾았다.
여성이 전례에 참여하는 것은 분심을 준다?
ㅁ본당은 여성 복사가 허용되지 않는다. 남성만 복사를 설 수 있다. ㅁ본당 전례부 단장 A씨는 이 점에 대해 다른 여성 단원들과 본당 사제에게 이야기해 봤지만, “우리 본당은 전례적으로 타 본당의 모범이 되어야 할 필요가 있고 여성이 복사를 서면 어르신들에게 분심을 줄 수 있다”는 답을 들었다. A씨는 여성이 복사를 서지 않는 것이 왜 전례적 ‘모범’인지 의아했지만 더 물을 수 없었다. 의아한 것은 복사만이 아니었다.
ㅁ본당은 독서자의 성별이 다를 경우, 제1독서는 남성이 맡고 제2독서는 여성이 맡게 한다. A씨가 본당 사제에게 이유를 물으니 “톤이 낮고 힘 있는 남성 목소리가 앞에 오고, 높고 부드러운 여성이 뒤에 해야 듣기에 좋다”고 답했다.
여성 복사가 허용되는 본당에서도 비슷한 의아함이 나타났다. ㅎ본당 전례부 단장 출신 신자 B씨는 “여성 복사를 허용하는 본당이 늘고 있다지만, 어린이미사나 청년미사에 한해서 그렇고 교중미사나 전례 등급이 높은 미사에는 남성 복사를 우선 배치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B씨는 “특히 주교님께서 주례하시는 미사에는 절대 여성 복사를 세우는 법이 없었다”면서 “주교님께서 주례하는 미사에, 단장이었던 자신을 배제하고 부단장 남성과 다른 남성 단원을 복사를 세운 것이 아직도 부당하게 느껴진다”고 했다.
여성 독서자·복사는 그래도 사정이 나은 편이다. 성체분배자의 경우 여성, 특히 여성 평신도의 소외가 더욱 심하게 드러난다.
본지가 전국 교구 비정규 평신도 성체분배자 현황을 파악한 결과, 평신도에게 비정규 성체분배권을 수여하는 교구 중 2개 교구는 남성에게만 비정규 성체분배권을 수여하고 있었다. 나머지 교구 중에도 의정부교구를 제외한 교구들은 비정규 성체분배권 교육을 받는 여성의 수가 한 자리 수에 불과하거나 규정상으로는 여성을 제외하지 않지만, 여성 평신도 성체분배자가 없는 교구도 있었다. 여성에게 성체분배권을 수여하지 않는 교구의 어느 보좌신부는 이에 대해 “여성이 성체 분배를 하면 할머니들이 불편해할 테니 안 하는 게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교황청 성사성성(현 경신성사부)은 1973년 훈령 「무한한 사랑」을 통해 성체분배자의 수가 부족한 경우 평신도도 ‘비정규 성체분배자’로 세울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그 대상을 ‘남녀 평신도’라 표기하고 있다. 남성을 우선해야 한다는 내용은 없다.
이런 사례들을 일부의 이야기로 치부할 수 있을까. 그러기엔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한국교회 종합 의견서의 발언이 무겁게 다가온다.
의견서는 “‘전례 안에서의 시노달리타스 체험’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아직까지 남성 위주로 전례 봉사자를 임명하는 관습이 남아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전국 본당·교구에서 이뤄진 하느님 백성의 경청 모임을 통해 최종적으로 취합한 결과다.
결정은 남성의 일이고 음식은 여성의 일인가?
ㄱ본당 여성 사목회장 C씨는 지금까지 신앙생활을 해오며 가톨릭교회 안에 남녀 차별이 확연하다고 느껴왔다. 여성으로서 사목회장 자리에 올라갔지만 상황은 바뀌지 않았다. 사목회장이 된 C씨가 회의를 주도하는 데는 늘 어려움이 따랐다. C씨는 “회의 때마다 남성 간부들이 사사건건 의견을 덧댔다”고 했다.
의견을 덧대는 것만이 아니었다. 남성 간부들은 사목회장인 C씨가 아니라 남성 부회장에게 최종적인 확인을 얻곤 했다. C씨는 “재정을 담당하는 남성 분과장에게 행사 예산 사용에 관련해 의견을 말해줬음에도 매번 남성 사목부회장에게 재차 확인하는 것이 언짢았다”고 말했다. C씨는 “입장 바꿔 생각하면 얼마나 기분 나쁜 일이냐”고 했다. 여성이기 때문에 결정하는 역할, 지도하는 역할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라는 것이다.
본당에서 행사라도 열리면 여성들의 손이 분주해진다. 여성들은 한복을 입고 대기하고, 한복을 입고 음식을 나른다. 무더운 여름에도 겹겹이 입는 한복을 피할 수 없다. 하지만 앞에 나서는 일은 거의 없다. 반면 남성들이 한복을 입고 음식을 하는 일은 없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신자 D씨는 “항상 남성들은 의전을 맡고, 음식을 하는 건 여성들인데 행사 다 끝나고 결국 고생했다는 말 듣는 건 남성”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D씨는 “한복 입는 건 차별인데 너무나 자연스럽고 만연해서 여성들조차 그게 차별인지도 모르는 것 같다”고 했다.
각 교구가 제출한 세계주교시노드 교구 종합 의견서들에서도 C씨·D씨와 같은 여성들의 의견이 나타난다. 특히 의정부교구는 의견서를 통해 “본당에서 여성이 주로 일을 하고 남성이 보조하는 방식”을 비판하고 “자모회 명칭을 학부모회로 변경해 부모 모두의 동등한 참여를 권장하고, 성체 분배도 여성신자 참여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수원교구 의견서에는 “과거와 달리 사목회의 임원으로 선출되는 여성의 비율이 높아져 여성의 의사 결정 참여 기회가 증대됐지만, 아직도 본당 총회장의 남성 비율은 압도적”이라는 내용이 있다. 또 “본당 신자 비율상 여성이 우세하고 미사 참여 비율과 활동 비율도 여성이 높으나 중요 봉사직의 책임자는 여전히 남성인 경우가 많다”는 점과 “아직까지도 남녀가 교회 안에서 평등한 위치를 공유하고 있지 못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안동교구 의견서에는 “오래된 남성 중심의 문화로 인해 여성들이 자기 주도적 삶을 살지 못했다”면서 “현재 교구나 본당에서 여성들만의 목소리를 듣기 위하여 마련된 경청의 자리는 없거나 드물어 보인다”고 지적돼 있다.
이런 한국교회 하느님 백성의 목소리는 세계주교시노드 ‘대륙별 단계 작업 문서’에도 반영됐다. 이 문서는 각 대륙의 문서들을 살피면서 “무시되고 배제당한다고 느끼는 이들에게 귀 기울이기”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여성들의 참여”에 대해 재고한다. 이 “여성들의 참여” 부분에 한국교회 종합 의견서의 문구가 직접 인용됐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교회 내 여성 참여를 더 이상 배제해서는 안 된다는 보편교회의 울림, 그 중심에 한국교회가 있는 것이다.
“교회 안에서 여성들이 많은 활동을 하고 있지만, 여전히 중요한 의사 결정에서는 소외되는 현실이다. 그러므로 여성의 존엄성을 존중하고 증진하는 교육과 연구 그리고 활동 지원을 통해 여성들의 활동에 대한 교회의 인식 전환과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요청했다.”(세계주교시노드 ‘대륙별 단계 작업 문서’ 61항)
이승훈·이소영·염지유 기자 josep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