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 CPBC 라디오 <김혜영의 뉴스공감>
○ 진행 : 김혜영 앵커
○ 출연 : 노진표 기자 / 광주 CPBC
▷전두환씨 손자 전우원 씨가 광주를 방문했다는 소식, 오늘 동행취재한 광주가톨릭평화방송 노진표 기자를 연결해서 자세한 소식 들어보겠습니다. 노진표 기자 나와 계시죠?
▶네, 광주입니다.
▷오늘 전두환의 손자 전우원 씨의 행보를 동행 취재하신 거죠?
▶네, 그렇습니다. 오전 10시부터 전우원씨의 행보를 동행취재했는데요. 이날 오전 동안 전우원 씨는 5.18기념문화센터와 국립5.18민주묘지 등을 찾아 거듭 사죄의 말을 전했습니다. 전우원씨의 행보에 전국적인 관심이 쏠리면서 이날 많은 기자들이 전씨와 함께 움직였는데요. 전씨는 사과를 마음 먹게 된 계기나 당시 5.18 학살의 주범은 누구라고 생각하는지 등에 대한 질문을 듣고 답변을 이어갔습니다. 전씨는 미국에서 교회 봉사활동을 통해 '자신이 얼마나 큰 죄인인지 알게 됐다고 설명했으며, 5.18 당시 학살의 주범이 자신의 할아버지인 전두환이라고 말했습니다.
▷전우원 씨가 5월 유가족과 희생자들에게 사죄의 말을 전했다면서요?
▶네, 전우원 씨는 오늘 오전 10시 광주시 서구 5.18기념문화센터 리셉션홀에서 유족회와 부상자회, 구속부상자회 등 5월 단체와 5.18기념재단이 마련한 기자회견장에 모습을 보였습니다. 검은색 정장에 검은색 외투를 입은 채 처음으로 5.18기념재단을 찾은 전우원 씨의 표정은 무척이나 엄숙했습니다. 이날 기자회견장에는 5.18당시 16살의 나이로 시민군으로 활동하다 계엄군의 총탄에 희생된 문재학 열사의 어머니인 김길자 여사를 비롯해 광주교도소 앞에서 총을 맞아 오랜 시간 동안 트라우마 속에서 고통을 겪고 있는 김태수 씨, 그리고 폭행 구금 피해자인 김관씨 등 유가족과 피해자, 5월 단체 관계자, 5월 어머니 등이 함께 자리했습니다.
전우원 씨는 “자신을 전두환 전 대통령의 손자 전우원”이라고 소개한 뒤 ”자신같이 추악한 죄인에게 소중한 기회를 준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며 입을 열었습니다. 그는 이어, “더 일찍 사죄의 말씀을 드리지 못해 진심으로 죄송하다”며 말을 잇지 못했는데요. 전 씨는 “여기에 있는 자신으로 인해 오히려 더 큰 상처가 될 수도 있음을 알고 있다”며 “그만큼 더 죄송하고 소중한 기회를 주셔서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며 몸을 한껏 낮췄습니다.
무엇보다 전우원 씨는 자신의 할아버지인 전두환에 대해 “민주주의의 발전을 도모하지 못하고 오히려 민주주의가 역으로 흐르게 했고 그 같은 두려움 속에서 그것을 이겨내고 용기로 군부독재에 맞섰던 광주시민들은 영웅이고 이 나라에 빛이고, 소금이며 자신의 가족들뿐만 아니라 자신 또한 추악한 죄인“이라고 말했습니다. 특히 ”양의 탈을 쓴 늑대들 사이에서 항상 제 죄를 숨기고 그들이 죄를 짓고 있다는 걸 알고 있음에도 자신에게 피해가 갈까 두려워 이 사실을 항상 외면한 채 살아온 자신에게 광주시민들이 따뜻한 마음으로 받아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덧붙였습니다. 전우원씨의 말을 잠시 듣고 오겠습니다.
<전우원 / 故 전두환 손자>
"저희 할아버지 전두환씨는 민주주의의 발전을 도모하지 못하고 오히려 민주주의가 역으로 흐르게 하였습니다. 다시한번 죄송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저희 가족들 뿐만 아니라 저 또한 추악한 죄인입니다. 저에게 피해가 갈까 두려워 그 사실을 외면한 채 살아왔습니다. 광주 시민 여러분들께서 저를 따뜻한 마음으로 받아주시고 사람으로 봐주셔서 정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전우원 씨는 “앞으로 삶을 의롭게 살아가면서 행동으로 자신이 느끼는 책임감을 여러분들이 볼 수 있도록 하느님 앞에서 떳떳한 사람이 될 수 있도록 항상 회개하고 반성하며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살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전씨의 기자회견 중에 이명자 전 오월어머니집 관장과 5.18 첫 번째 희생자인 김경철 열사의 어머니 임근단 여사가 전우원 씨의 용기 있는 고백을 기점으로 5.18의 진실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도록 더 많은 양심고백이 나오길 바란다며 전씨의 용기에 칭찬과 격려를 보냈습니다. 기자회견을 마친 뒤 전우원 씨는 5월 어머니들이 앉아 있는 곳으로 직접 다가가 바닥에 큰절을 드리며 다시 한번 자신의 할아버지로 인해 피해를 입은 5월 유가족과 피해자들에게 깊은 사죄의 마음을 표했습니다.
이어,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가졌는데요. 전 씨는 5·18민주화운동에 대해 왜곡된 집안 교육을 받은 사실을 털어놨습니다. 그는 집에서 5·18에 대해 물어보면 대화의 주제를 바꾸거나 침묵하는 바람에 제대로 듣지 못했다고 밝혔는데요. 오히려 5·18이 폭동이고 할아버지가 영웅이라는 왜곡된 내용이 담긴 교육을 받았다고 고백했습니다. 그러면서 자신의 어머니는 자신의 선택을 지지하고 자랑스럽다고 한다고 했지만, 나머지 가족들은 연락을 하지 않고 연락을 해도 받지 않고 있다고 공개했습니다.
▷전 씨 일가 가운데는 처음으로 사과를 한 건데요. 5월 관계자들의 반응은 어땠습니까?
▶네, 전 씨의 사과를 들은 5월 유가족들은 눈물을 훔치며 용서와 감사의 말을 전했습니다. 특히, 기자회견을 마친 뒤 전 씨가 5.18 유가족들에게 큰절을 올리자 유가족들은 전 씨의 어깨를 두드리거나 포옹하며 위로의 말을 전했습니다. 5.18 당시 고등학생 시민군으로 참여했다가 희생된 문재학 열사의 어머니 김길자 여사는 "두려운 마음으로 광주를 찾았을 텐데 광주에 온 것을 진심으로 환영한다"고 말했습니다. 김길자 여사의 말을 잠시 들어보시죠.
<김길자 여사>
"이런 결정을 하기까지 얼마나 고통이 컸을까 하는 생각에 가슴이 아픕니다."
5월 관계자들 역시 전우원 씨의 이번 광주 사죄 방문에 용기있는 행동이라며 크게 반겼습니다. 5.18 기념재단 조진태 상임이사는 “전두환이 죽어서 모든 것이 사라지거나 덮어질 줄 알았겠지만 전두환의 직계 후손인 손자가 전두환의 삶에 대해서, 또 전두환의 학살 만행에 대해서 손자가 매우 객관적으로 평가를 내린 셈이고 그 손자가 그 죗값에 대해서 사죄를 하는 그런 과정을 우리가 지금 목도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전두환 일가가 전우원씨의 사죄를 어떻게 볼 지 궁금합니다. 전우원 씨가 국립5.18민주묘지도 참배했다면서요?
▶네, 그렇습니다. 전우원 씨는 기자회견을 마친 뒤 5.18기념공원에 마련된 추모승화공간을 둘러보며 5.18 당시 희생자들의 명단을 관심있게 들여다봤습니다. 이어 국립5.18민주묘지로 자리를 옮겼는데요. 민주묘지에 도착해 방명록에 "저라는 어둠을 빛으로 밝혀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민주주의의 진정한 아버지는 여기에 묻혀 계신 모든 분들이십니다"라고 적었습니다. 전 씨는 5.18민주묘지관리사무소 관계자의 안내를 받으며 1980년 5.18 당시 첫 번째 희생자인 김경철 열사의 묘를 참배한데 이어, 행방불명자 묘역과 전재수 열사 묘역, 그리고 5.18 당시 사형선고를 받았던 정동년 전 5.18기념재단 이사장의 묘역을 찾아 고개를 숙이고 자신의 외투로 묘비를 닦았습니다. 이때 전 씨를 응원하기 위해 온 일부 시민들이 직접 자신의 손수건을 건넸지만 전 씨는 묵묵히 자신의 외투로 묘비를 정성스레 닦았습니다. 전우원 씨는 민주묘지를 참배한 뒤 기자들을 만나 "죄인에게 소중한 기회를 주셔서 감사하고 늦게 와서 정말 죄송하다"며 다시 한번 사죄의 고개를 숙였습니다. 전우원 씨의 말입니다.
<전우원 / 故 전두환 손자>
"저같은 죄인에게 이렇게 소중한 기회를 허락해주셔서 합니다. 정말 너무 늦게 와서 죄송하고 이렇게 와서 뵈니까 더 제 죄가 뚜렷히 보이고 정말 죄송한 마음 뿐입니다. 앞으로도 일회성으로 그치지 않고 좋은 모습 보여드릴 수 있도록 앞으로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보여주기식 일회성 행보로 그치지 않고 앞으로도 진심어린 사죄를 이어가겠다는 전씨의 마음이 전해진 것 같습니다. 전우원 씨의 광주 방문을 곁에서 지켜본 광주시민들의 반응은 어땠습니까?
▶네, 5.18 민주화운동 이후 43년의 시간이 지났지만 전두환과 그 관계자들로부터 한 마디 사죄의 말을 듣지 못했던 시민들은 침묵하고 있더라도 호의호식하며 살 수 있었던 청년의 용기 있는 결정을 크게 응원하는 분위기였습니다. 실제로 전우원 씨를 응원하기 위해 새벽부터 전남 여수에서 올라온 시민을 만났는데요. 나름대로 결점도 있지만 그런 모습보다는 역사적인 진실을 마주하고 피해자인 광주시민들에게 진정으로 사죄하는 그 모습을 그 자체로 지켜보고 국민들이 응원해 주길 바란다는 소회를 전했습니다. 직접 들어보시겠습니다.
<여수 시민>
"이번 계기로 해서 앞으로 어려운 일들이 많이 있을텐데 잘 됐으면 좋겠어요. 국민들이 많이 지지해주고 굳건 하게 잘 갈 수 있도록 아껴줬으면 좋겠습니다."
▷전우원 씨, 앞으로 광주에서 어떤 일정이 남아 있습니까?
▶네, 전씨는 오늘 오후 5.18의 역사의 현장인 옛 전남도청을 찾아 도청지킴인 5월 어머니들을 만난 뒤 5.18당시 무차별적인 헬기 기총사격이 진행돼 245개의 총탄 자국이 선명하게 남아 있는 ‘전일빌딩 245’를 방문해 5.18관련 기록을 둘러봤습니다. 전우원 씨는 현재 알려진 바로는 내일까지 광주에 머물 것으로 전해지고 있고요. 구체적인 일정은 협의를 거쳐 결정할 계획인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지금까지 광주에서 전해 드렸습니다.
▷전두환의 손자 전우원씨의 용기있는 이번 광주 방문이 40년 넘게 제자리 걸음을 걷고 있는 5.18진상규명으로 이어지는 의미 있는 발걸음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지금까지 광주가톨릭평화방송 노진표 기자와 함께 전두환의 손자인 전우원씨의 ‘광주 사죄 방문’ 소식을 자세히 들었습니다. 오늘 소식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