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딸을 원하는 부모에게는 딸을, 아들을 원하는 부모에게는 아들을 낳게 해주는 기술이 나온다면 어떨까요?
영화의 소재 같지만 실제 현실에서 개발된 기술입니다.
부모가 아이의 성별을 선택할 수 있단 건데요.
생명 윤리 관점에서 어떤 문제점들이 있을지 김정아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김정아] 정자를 골라 자녀를 원하는 성별로 인공 수정하는 기술이 최근 발표됐습니다.
미국 뉴욕의 웨일 코넬 의대 연구진이 개발한 이 기술은 딸을 원하면 X염색체를, 아들을 원하면 Y염색체를 인공수정하는 겁니다.
이렇게 태어난 아이들은 부모의 선택에 따라 만들어진 '디자이너 베이비'인겁니다.
<박은호 신부 / 가톨릭생명윤리연구소장>
"부모의 어떤 바램이라든가 부모의 선택에 따라서 자녀가 만들어지는 거죠. 그런 것이 과연 우리 인간의 존엄성에 부합하는가 그렇게 될 경우에 자녀는 더 이상 부모와 동등한 존재라고 볼 수가 없죠."
가톨릭생명윤리연구소장 박은호 신부는 이러한 기술로 인해 자녀가 부모의 목적이나 바람을 만족시키는 대상과 도구가 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우려스러운 점은 한둘이 아닙니다.
부모가 자녀의 성별을 선택하는 건 본인의 선호도에 따라 인간을 차별하는 것과 같기 때문입니다.
태아의 성감별이 법적으로 금지돼 있는 것도 이와 마찬가지 이유입니다.
또 유전자 편집, 조작까지 초래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인간을 바라보는 사회적 인식과 분위기가 바뀔 수 있단 겁니다.
출산의 과정에서 인간의 개입이 점차 확대되면서 인간을 '만들어낼 수 있고 선택할 수 있는 존재'로 바라볼 가능성도 존재합니다.
박 신부는 "기호와 선호에 따라서 누군가는 받아들이고 누군가는 배제하는 사고방식이 점차 사회적으로 확대된다면 사회적 연대가 어려워질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아울러 "체외 수정이 허용되면서 결국 이러한 결과까지 오게 된 것"이라고 진단하고, 정부의 규제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박은호 신부 / 가톨릭생명윤리연구소장>
"계속해서 교회가 우려하던 바가 지금 점점 현실화되고 있다는 것을 좀 국가에서나 정부나 이런 쪽에서 정부의 관련 분들이 조금 이해를 하고 최대한 이 부분을 규제하려고 노력해야 되지 않을까…"
CPBC 김정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