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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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 Ⅱ] 갈릴레오 재판 사건 (6)갈릴레오와 교회 간의 긴장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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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편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1610년대에 자신의 고성능 망원경을 활용한 여러 관측 사실들을 발표하면서 지구가 태양을 중심으로 공전한다는 (아직까지는 가설 수준인) 견해를 공공연히 지지했었던 갈릴레오는 당시의 신학자들이 성경을 토대로 그의 견해에 반대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됩니다. 그전까지 지동설에 거의 관심을 보이지 않던 가톨릭 신학자들은 브루노의 문제가 불거지던 1600년 즈음부터 지동설 문제에 관심 갖기 시작하면서 - 수십 년 전 루터와 멜랑히톤이 이미 그러했듯이 - 지동설이 성경 여러 곳의 표현과 맞지 않는다는 점을 인식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분위기에서 1613년 12월의 어느 날 (카트린느 드 메디치의 외손녀이자 토스카나 대공작 페르디난도 1세의 부인인) 크리스티나 공작부인 및 (그녀의 아들이며 동시에 갈릴레오의 후견인인) 코시모 2세 대공의 만찬 자리에서, 참석자 중 한 명인 피사대학의 철학교수 코시모 보스카글리아(Cosimo Boscaglia)가 갈릴레오에 대해 주장하는 일이 발생하였습니다. 코시모 보스카글리아는 갈릴레오가 망원경을 이용하여 발견한 내용들은 인정하지만, 지동설은 믿을 수 없으며 성경의 가르침과도 맞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많은 과학사학자들은 이 일을 갈릴레오 사건의 구체적인 시발점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 소식을 갈릴레오는 그 만찬 자리에 합석했던 베네딕도회 회원이자 갈릴레오의 제자였던 베네데토 카스텔리(Benedetto Castelli)의 서신을 통해서 전해 들었습니다. 갈릴레오는 지동설과 교회의 가르침이 결코 상충되지 않으며 성경의 문자적 해석을 근거로 지동설을 비난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점을 공개적으로 밝혀야만 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카스텔리에게 보내는 편지’를 써서 자신의 생각을 변호했습니다.

“성경은 결코 거짓을 말하거나 오류가 있을 수 없고 성경 말씀은 절대적이고 확고한 진리라는 점에 나는 동의한다. 나는 이 점만 추가하려 하는데, 성경은 오류가 있을 수 없지만, 몇몇 성경 해석자들과 해설자들은 다양한 방식에서 가끔씩 오류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방식들 중의 하나는 대단히 심각하고도 자주 일어나는 것인데, 바로 우리 스스로를 말씀의 문자적 의미에 항상 가둬두려 한다는 점이다.”


이 편지가 자유롭게 회람된 이후, 오히려 여러 가톨릭 성직자들을 자극하는 결과를 낳고 말았습니다. 특히 1614년 말 도미니코회 회원 토마소 카치니(Tommaso Caccini)는 피렌체에서 갈릴레오의 이론이 위험하며 이단에 가깝다고 맹비난하는 설교를 했습니다. 그 후 카치니의 동료인 도미니코회 회원 니콜로 로리니(Niccolo Lorini)는 1615년 2월 ‘카스텔리에게 보내는 편지’의 사본을 당시 교황청 검사성성(현 신앙교리부)의 재판관 중 한 명에게 전달하였고, 카치니는 3월에 갈릴레오를 이단 혐의로 검사성성에 정식으로 고소하였습니다.


이 와중에 1615년 가르멜회 칼라브리아관구장으로서 갈릴레오를 옹호하는 입장에 있었던 파올로 포스카리니(Paolo Antonio Foscarini·1565~1616)가 ‘지구의 운동과 태양의 정지에 관한 피타고라스와 코페르니쿠스의 의견에 관한 편지’(Lettera sopra l’opinione de’ Pittagorici, e del Copernico, della mobilita della terra e stabilita del sole)라는 글을 쓴 후 그 사본을 (이전에 브루노의 재판에 관여했던 인물로서 당시 가장 저명한 신학자였던) 로베르토 벨라르미노 추기경(Roberto Bellarmino·1542~1621)에게 보내게 됩니다. 그 글을 읽은 벨라르미노는 그에 대한 답신을 통해 갈릴레오와 지동설에 관한 자신의 견해를 밝히게 되는데, 그의 이 답신 내용은 비록 짧지만 후에 갈릴레오 사건의 전체적 흐름에 있어서 대단히 중대한 영향을 끼치게 됩니다.

벨라르미노의 답신 내용은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다음과 같이 요약될 수 있습니다.

첫째로, 지동설을 “가설로서”(suppositio nally/hypothetically) 언급하며 절대적인 것으로 여기지 않는 경우에는 위험하지 않다. 지구가 움직이고 태양이 정지해 있다고 “가정”할 때에는 기존의 천동설보다 겉보기 현상을 더 잘 설명할 수 있는 계산 방식으로서 수학자들을 만족시킬 수도 있다. 하지만, 만일 이 모델을 “사실로서”(in reality) 단언한다면 이때는 성경을 틀렸다고 함으로써 성령의 권위를 훼손하는 것으로 “대단히 위험한” 이론이 된다.

둘째로, 트리엔트공의회는 교부들의 일치된 합의를 거슬러서 성경을 해석하는 것을 금하는데, 성경의 여러 부분(시편, 코헬렛, 여호수아 등)에 따르면 태양이 지구 주위를 돌며 지구는 정지해 있다고 공통적으로 언급하고 있으므로 이와 다르게 주장하는 것은 ? 마치 그리스도께서 동정녀에게서 태어난 것이 아니라고 하는 것처럼 ? “신앙의 문제”(a matter of faith)가 된다.

셋째로, 태양이 중심에 있고 지구가 태양 주위를 돈다는 주장에 대해 “참된 입증/증명”(true demonstration)이 있다면 성경을 설명하는 데에 주의를 기울여야 하겠지만, 현재로서는 그러한 증명이 있는지에 대해 믿지 못하겠다. 태양이 중심에 있고 지구가 천구에 있다는 것을 가정하는 것이 겉보기 현상을 잘 설명함을 보이는 것과, 태양이 중심에 있고 지구가 천구에 있다는 것을 사실로서 증명하는 것은 엄연히 다르다. 전자는 가능할 수 있겠지만, 후자의 경우는 대단히 의심이 든다. 우선 코헬렛을 쓴 솔로몬은 하느님으로부터 영감을 받았을 뿐 아니라 인간과 피조물에 관한 지식에 있어서 어느 누구보다 현명하고 박식한 인물이었기 때문에 그가 이미 증명되었거나 증명될 수 있는 진리에 반하는 것을 단언했을 것으로 볼 수는 없다. 또한 태양과 지구의 경우 우리는 지구가 가만히 있고 태양이 움직이는 것을 눈으로 보는 경험을 통해 오류 없이 분명히 경험하고 있기 때문에 그 주장을 현재로서는 고쳐야 할 이유가 없다.

벨라르미노 추기경의 이 짧은 답신은 나중에 있게 될 두 차례의 갈릴레오 재판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김도현 바오로 신부(대구가톨릭대학교 교수)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23-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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