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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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말론에 빠지는 청년들… 교회의 ‘생명력 회복’이 구원의 길

유사종교의 현주소 (하) 유사종교에 빠지는 청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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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라드로 스타르니나 작, 최후의 심판, 1422, 독일 뮌헨 알테 피나코테크. 


“20대 청년인 ‘나’는 요즘 무척 심란하고 불안하다. 대학을 졸업한 지 한참 됐는데 아직 취업을 못 해서다. 오늘도 최종면접까지 본 회사로부터 불합격 통보를 받았다. 울적한 마음을 달래려 SNS에 들어갔는데, 나만 빼고 모두 다 잘 살아 보여 기분만 상했다. 부모님 따라 어릴 적부터 열심히 다닌 성당에 안 간 지도 오래다. 자존감이 떨어지고, 여유가 없을뿐더러 ‘취업준비생이 시간이 참 많나 보다’는 시선도 겁난다. 이런 ‘나’의 아픔을 알아주는 사람은 최근 다시 연락이 닿은 대학 동창 A뿐이다. 오랜만에 만나보니 말도 잘 통하고, 신앙 얘기도 많이 해서 좋다. 때마침 A한테서 메시지가 왔다. ‘너한테 딱 맞는 아르바이트 하나 있는데 안 할래? 성경에 대한 수필집을 같이 읽으면서 탈고하는 간단한 작업이야. 시급도 꽤 세.’ 주머니 사정이 어려운 취준생에게 이런 ‘꿀알바’까지 소개해주다니, 이렇게 착한 친구가 또 있을까. 그런데 왜 부모님께는 얘기하지 말라는 거지?” 특별취재팀



누가 왜 어떻게 유사종교에 빠지는가

‘나’는 지금 대표적 유사종교인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의 모략 전도 수법에 당하고 있다. 행간을 보면 유사종교가 청년들을 어떻게 현혹하는지 알 수 있다. 먼저 인간관계나 취업ㆍ진로 문제로 힘들고 불안한 청년, 즉 ‘약한 먹잇감’을 노린다. 그리고 정상적인 그리스도인인 양 위장해 웃는 얼굴과 상냥한 태도로 접근한다. 청년들이 갈망하는 게 무엇인지 파악해 이를 충족해주며 호감을 산다. 그렇게 위로와 대안을 제공하는 듯 가장하며 서서히 자신들의 교리를 세뇌하기 시작한다. 유사종교는 언제나 이렇게 청년처럼 소외감과 박탈감을 느끼는 계층을 집중적으로 포교해왔다. 주님께서 경고하신 것처럼 말이다. “너희는 거짓 예언자들을 조심하여라. 그들은 양의 옷차림을 하고 너희에게 오지만 속은 게걸 든 이리들이다.”(마태 7,15)

유사종교 문제가 사회적 파장이 큰 이유도 중 하나도 상당수 피해자가 미래의 주축인 청년이라는 점이다. 이대로라면 ‘나’는 결국 유사종교의 늪에 빠져 인생의 방향을 정하는 천금 같은 시기를 날리게 된다. 사회는 물론, 가족이나 친구 등 소중한 사람들과도 단절될 것이다. 이렇게 유사종교에 세뇌돼 삶을 송두리째 빼앗긴 청년들은 뒤늦게 탈출하더라도 재기에 큰 어려움을 느낀다. 기성세대와 달리, 수많은 꽃다운 청년들이 기반을 마련하지 못한 채 ‘빈털터리’로 세상에 내던져질 수 있다.



탈종교화 흐름에도 청년 유사종교 피해자는 왜 많을까?

신천지 신도 중 60 이상이 20대라는 분석이 있다. ‘탈종교화’가 가장 두드러지는 세대가 20대라는 점에서 이런 분석은 다소 충격적이다. 한국리서치가 2020년부터 조사한 3년 치 결과를 종합하면, 20대에서 ‘믿는 종교가 없다’고 답한 비율은 약 70였다. 종교가 있는 응답자 중에서도 과반이 ‘종교활동이 본인의 삶에서 중요하지 않다’고 밝혔다. 30대와 40대 역시 비슷한 경향을 보였다. 청년층의 탈종교화는 한국 가톨릭교회도 피할 수 없는 과제다. ‘한국 천주교회 통계’에 따르면, 2021년 12월 31일 현재 만 20~39세 신자 수는 154만 4634명으로, 2006년(153만 2842명) 이후 가장 적었다. 전체 신자 대비 2030세대 비율도 25.7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처럼 종교와 멀어진 청년층에서 도리어 유사종교 피해가 잦다는 현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유사종교 추종자 대부분이 기성종교에서 이탈한 경험이 있다는 점에서 특히 그렇다. 노길명(요한 세례자) 고려대 명예교수는 「한국신흥종교연구」에서 “신흥종교는 ‘병든 사회’와 ‘병든 사회’에 역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하는 기성종교가 만들어내는 산물”이라며 “신흥종교 발생의 일차적 책임은 신흥종교 자체보다도 사회체제와 기성종교에 있다”고 지적했다.



교회가 청년에게 일자리를 줄 순 없을까?

가톨릭교회는 청년들에게 어떤 모습으로 비칠까. 어쩌면 부유하지만 인색한, 현실적인 어려움엔 무심하거나 냉랭한 공동체는 아닐까. 취재 중 만난 많은 청년 신자들은 신앙생활에서 큰 걸림돌로 권위적인 태도와 무관심ㆍ냉대 등을 꼽았다. ‘궁금한 점을 편하게 물어볼 사람도 없고, 사제나 수도자에게 물어보기도 어려워 많이 힘들었다’, ‘모든 게 낯선데 누구 하나 말을 걸어주지 않아 외로웠다. 나를 챙겨주고 관심을 둔다는 느낌이 들었으면 상처받지 않았을 텐데’라는 반응이 그 예다. 평신도로서 멸시받는다는 느낌이 든다는 의견도 있었다. ‘성직자ㆍ수도자가 고압적이거나, 활동 인원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일을 몰아줘 싫었다’는 등의 내용이다.

청년 일각에선 “고답적인 대책보다는 청년들이 현실적으로 원하는 바를 충족하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냈다. 정 알렉산데르씨(22)는 본당에서 취업 강사 등을 초청해 무료 강의를 해주는 방안을 제시했다. 냉담하거나 유사종교로 빠지지 않으려면 하느님을 찾고, 하느님과 관계를 맺는 과정이 필수다. 정씨는 “교리와 신학을 잘 아는 자격 있는 청년에게 제대로 된 임금을 주고 신앙 교육을 맡기는 방식으로 일자리를 제공할 수도 있다”고 제안했다. 다양한 측면의 연구가 필요하다.
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이 지하철역 입구에서 나눠주는 전단지. 신천지라는 표기를 따로 해 놓지 않았다. 

종말은 공포가 아닌 희망이다

기성종교의 대형화와 중산층화 현상을 놓고 노길명 교수는 “급변하는 사회적 상황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박탈감으로 가득 찬 사람들을 사회에서뿐만 아니라 교회로부터도 소외되도록 한다”고 지적했다. 이런 현상은 소외된 이들에게 영적 보상에 있어 불평등을 체험케 하고, 그 결과 현실 세계를 전면적으로 거부하면서 새로운 세계의 임박을 알리는 시한부 종말론에 쉽게 말려들게 한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시한부 종말론이란 말은 틀렸다. 주님을 제외하고는 그 누구도 그 시점을 모른다. 그런데도 유사종교 교주들은 종말이 언제 올지 안다며 공포심을 조장하고, 스스로 메시아라며 예수 그리스도를 부정한다. 사랑이 아닌 공포를 말하며, 구세주가 아닌 거짓 교사를 자처하는 셈이다.

“이스라엘 백성 가운데에 거짓 예언자들이 일어났던 것처럼, 여러분 가운데에도 거짓 교사들이 나타날 것입니다. 그들은 파멸을 가져오는 이단을 끌어들이고, 심지어 자기들을 속량해 주신 주님을 부인하면서 파멸을 재촉하는 자들입니다.”(2베드 2,1)

게다가 복음서에 나오는 종말을 모든 것의 파멸로만 해석하는 그들의 시각도 틀렸다. 주님의 심판은 우리를 단죄하려는 것은 아니다. 하느님께선 인간을 사랑하셔서 마지막 날에 우리를 구원하시려고 무얼 더 줘야 하는지 고민하시는 분이시다. 그래서 마지막 날 우리가 맞이할 것은 바로 사랑의 심판이다. 하느님을 만날 그 순간을 기다리는 종말을 향한 길은 희망이다.



교회, 생명력과 역동성을 회복해야

노길명 교수는 “시한부 종말론 등장의 재발을 예방하는 최선의 방안은 균형 있고 정의로운 사회 분위기의 조성과 함께 세속화 경향을 극복하려는 기성종교의 자정적 노력이 전개되는 것”이라 강조했다. 그러면서 “신흥종교의 광기와 일탈행동을 보다 근원적으로 예방하는 방법은 ‘병든 사회’가 건강한 사회’로 전환되고, 기성종교가 종교로서 생명력과 역동성을 회복하는 길뿐”이라고 역설했다.

과연 가톨릭교회의 근원은 무엇일까. 바로 주님이 주시는 무한한 ‘사랑’이다. “너희가 내 형제들인 이 가장 작은 이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해 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 준 것이다.”(마태 25,40). 이 말처럼 교회는 청년을 비롯한 약자를 더는 외면하지 않고, 보살필 수 있는 사랑의 교회가 돼야 한다. 생명력을 얻기 위해선 선교 역시 중요할 것이다. 비신자들에게 올바른 가톨릭 신앙을 알리고, 궁금한 점을 해결해 줄 수 있는 창구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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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3-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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