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께서 부활하신 곳, 예루살렘. 예수님이 다른 이들을 살리기 위해 입성하여 죽음을 맞이하신 성스러운 도시다. 그런데 예루살렘과 같은 곳이 또 하나 있다. 프랑스 가톨릭방송 KTO는 cpbc 가톨릭평화방송과 협력해 특집 다큐멘터리 ‘한국, 동방의 예루살렘’ 공동 제작에 돌입했다. 프랑스인의 시선으로 보는 한국천주교회의 역사와 분단의 상황에서도 한반도를 비롯한 세계 평화를 위해 노력하는 그 역할을 살펴보기 위해서다. 프랑스 교회와 한국 교회의 교계 방송사가 합작해 한국 교회의 역사와 선교의 의미를 재조명하게 됐다는 데 의미가 크다.
동방의 예루살렘
평신도에 의해 자발적으로 신앙을 찾은 한국 교회는 1830년대 프랑스 파리외방전교회 소속 사제들이 입국하면서 더욱 꽃피워졌다. 천주교에 대한 대대적인 박해가 이뤄졌던 조선 후기, 죽음으로 신앙을 증거한 파란 눈 사제들의 믿음은 현재 풍성한 열매를 맺은 한국천주교회의 밑거름이 됐다. ‘동방의 예루살렘’은 파리외방전교회 선교사들에게 불리는 한국천주교회의 별칭이다. 동방에서 신앙의 중심지로 거듭났지만, 한국전쟁 이후 분단된 우리나라의 상황이 현재의 예루살렘과 비슷하다는 게 이유다. 예루살렘에는 두 민족(유다계와 팔레스타인계)과 세 종교(유다교·그리스도교·이슬람교)가 공존하며 끊임없이 갈등하고 있다.
파란 눈의 사제들 행적 따라가
한국인 사제가 없던 시절, 파리외방전교회 사제들은 전례와 성사를 집전하며 복음을 전하는 데 힘썼다. 이들의 사명을 이어받은 파리외방전교회 사제들은 오늘날에도 한국에 머물고 있다.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을 위한 시설 운영과 북한이탈주민의 정착을 도움으로써 그리스도의 사랑을 전하기 위해서다.
약 200년 동안 한국 교회의 역사와 함께한 프랑스 선교사들이 보는 우리나라는 어떨까? ‘한국, 동방의 예루살렘’은 과거와 현재 각기 다른 방식으로 이 땅에서 복음을 선포하는 프랑스 선교사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이를 위해 cpbc는 한국교회사연구소, 서울대교구 민족화해위원회 등 기관의 협조 아래 파리외방전교회 사제들이 작성한 서한과 방대한 역사 자료를 분석하며 그들의 행적을 따라갔다. 순교자의 후손인 염수정 추기경과 서울대교구 순교자현양위원회 부위원장 원종현 신부, 파리외방전교회 선교사 허보록 신부 등 주요 인물들의 인터뷰도 영상에 담았다.
세계 교회와 가교 역할 기대
cpbc 정병창(알베르토) PD는 “한국 교회의 순교 신앙과 한반도 평화를 위한 노력이 널리 알려졌으면 하는 바람으로 KTO와 공동 제작에 임하게 됐다”며 “이번 협업을 계기로 세계 교회와 우리 교회의 유대감이 더욱 견고해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KTO 매튜 PD는 “그리스도교를 통해 수 세기 동안의 프랑스와 한국의 연결고리를 확인 할 수 있었다”며 “이번 다큐멘터리로 순교자들이 우리에게 남긴 신앙이 겸손함 속에 인도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전했다.
허보록 신부는 “파리외방전교회의 선교사들은 한국을 비롯해 중국, 캄보디아, 라오스 등지에서 목숨을 바치며 주님을 증거했다”며 “그들의 피와 희생은 후배인 우리의 가슴에 여전히 흐르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 또한 선배 선교사들의 발자국을 더럽히지 않기 위해 조심스럽게 걷고 있다”며 “앞으로도 하느님 나라의 가치를 추구하는 희망의 선교사가 되고자 더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국, 동방의 예루살렘’은 대한민국과 프랑스에 공동 송출된다. KTO는 오는 6월 5일에 방영하며, cpbc는 번역 및 보완 작업을 거쳐 9월 순교자성월 특집으로 공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