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하느님 백성에게 열린 공간인 성당. 성당이 정말로 ‘모든’ 하느님 백성에게 열린 공간이 되려면 ‘배리어프리’(Barrier Free)가 이뤄져야 한다. 혹시 우리 성당에는 누군가가 넘지 못할 ‘문턱’이 있는 건 아닐까. 교통약자들도 장애물(Barrier) 걱정 없이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성당을 만들기 위해 고려해야 할 사항들을 짚어본다.
계단 없이도 오를 수 있는 성당
가장 먼저 눈여겨 볼 장애물은 ‘계단’이다. 비장애인에게 계단은 장애로 여겨지지 않지만, 어르신이나 어린 아이에겐 계단을 오르는 일이 버거울 수 있다.
특히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들에게는 계단은 넘을 수 없는 ‘장벽’이나 다름없다. 성당으로 들어서는 진출입로에 있는 단차나 문틀과 같이 지면에서 돌출된 구조물도 마찬가지다. 단차가 불과 3cm만 넘어가도 이를 지나는 일은 휠체어에겐 곡예나 다름없다. 이에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이하 편의증진법)은 “대지 내를 연결하는 주접근로에 단차가 있을 경우 그 높이 차이는 2센티미터 이하”로 규정하고 있다.
출입로와 성당 사이에 경사로를 설치하면 휠체어를 탄 장애인은 물론이고, 다른 교통약자들도 편하게 오를 수 있다. 사무실, 교리실 등 성당 내의 여러 공간으로 이동할 때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좁고 가파른 경사로라면 휠체어가 이용하기는커녕, 오히려 더 위험할 수도 있다.
안전한 이동을 위해서는 경사로의 기울기가 1/18 이하가 돼야 한다. 기울기 1/18이란 1m를 오르기 위한 경사로의 길이가 18m라는 의미다. 각도로 보면 3.2도다. 다만 편의증진법은 “지형상 곤란한 경우에는 1/12까지 완화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보다 기울기가 큰 경우에는 휠체어 이용자가 혼자 올라가기엔 부담이 될 수 있다. 그러나 2022년 이전 건축된 많은 성당이 기울기 1/8이거나 그보다 가파른 경사로를 설치했다. 편의증진법이 제정되거나 개정되기 이전의 법에 맞춰졌기 때문이다.
기울기만 중요한 것이 아니다. 경사로 폭이 1.2m 이하거나 손잡이 등이 없다면 사고가 발생할 여지가 크다. 그리고 경사로에 올라 문으로 들어서는 공간이 너무 좁거나 휠체어를 탄 채 문을 열기 힘든 구조면 경사로를 만든 의미가 퇴색된다.
권장이 아니라 필수
성당 입구 경사로는 현재 거의 모든 성당에 설치돼있다. 편의증진법이 500㎡ 이상의 종교시설에 주출입구 높이 차이 제거를 의무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편의나 안전상에 부족함이 있을 수는 있지만, 일단 교통약자들이 적어도 성당 입구는 들어올 수 있는 것이다.
휠체어 이용자들이 성당에서 겪는 진짜 불편은 따로 있다. 바로 화장실이다. 편의증진법에 따르면 장애인 화장실은 ‘권장’사항이기 때문에 비용절감 등을 이유로 장애인 화장실이 없는 성당들도 있다. 성당 입장에서 장애인 화장실은 권장사항이지만, 장애인 입장에서는 필수사항이다. 이동을 위한 모든 편의가 갖춰져 있더라도 장애인 화장실이 없으면 성당에서 무언가 활동할 생각은 접어야 하기 때문이다.
간혹 장애인 화장실은 있지만, 정작 휠체어 이용자는 쓸 수 없는 아이러니한 상황도 생긴다. 휠체어 이용자가 화장실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화장실 내에서 휠체어가 회전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한데, 그 공간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부피가 큰 전동휠체어를 이용하는 이들도 많아 이전보다도 더 넓은 공간이 필요하다. 장애인 화장실이 일반 화장실 안에 있는 경우에는 성별이 다른 보호자가 장애인을 돕기 어려운 상황도 생긴다.
또 휠체어에서 변기로 이동할 때 낙상 사고가 생길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변기 인근에 호출벨을 설치한다면 불의의 사고를 막을 수 있다.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더라도 휠체어를 탄 채 이용할 수 있는 세면대가 없다면 역시 불편할 수밖에 없다.
전례 공간의 배리어프리
교통약자가 성당에 온다면 비장애인이 그렇듯 당연하게도 그 첫 번째 목적은 ‘성사’다. 장애인이 성당에서 전례생활에 불편을 느낀다면 ‘배리어프리’의 목적을 잃게 된다. 다른 시설들과 달리 그저 이동만 편해서는 의미가 없다는 소리다.
많은 휠체어 이용 장애인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이야기가 있다. “고해소에 들어가 본 적이 없다”는 것이다. 장애인들에겐 하느님의 자비를 향해 들어가는 길목에 ‘진짜 문턱’이 있는 것이다. 대부분의 성당 고해소는 문이 좁거나 문틀이 있어 휠체어가 드나들 수 없는 구조다. 지체장애인들은 따로 사제에게 부탁해 사무실이나 교리실 등 대체 공간에서 고해성사를 하고 있는 실정이다. 휠체어도 들어갈 수 있는 고해소를 마련한다면 어느 교통약자든 편하게 고해성사를 할 수 있는 성당이 된다.
미사 봉헌에도 어려움이 따른다. 장의자에 앉기 어려운 지체장애인들은 휠체어에 앉아 미사를 봉헌해야 하지만, 휠체어가 있을 자리가 없는 경우가 많다. 통로 폭이 좁아 봉헌 행렬과 영성체 행렬에 참여하기 어려운 성당도 있다. 이런 까닭에 성체분배자가 휠체어를 탄 신자에게 먼저 성체를 분배하기도 한다. 그러나 행렬 역시 하느님 백성인 교회가 거행하는 공적 경배, 즉 전례라는 점을 생각하면 행렬에 참여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이 전례적인 배리어프리인 셈이다.
그리고 휠체어를 탄 장애인에게도 전례봉사를 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배려도 생각해볼만하다. 일반적으로 성당에서 독서대에 오르기 위해서는 계단을 올라야하기 때문이다. 독서대로 올라가는 길에 경사로를 설치한다면 지체장애인도 전례봉사에 참여할 수 있다.
대전교구 장애인사목위원회 위원장 김준영(안드레아) 신부는 “제대 한쪽에 휠체어가 진입할 수 있는 통로를 확보만 할 수 있다면, 장애인들도 전례 봉사에 참여할 수 있고, 고해소의 경우 휠체어가 들어갈 수 있는 최소한의 공간 확보만 된다면, 장애인분들도 편안한 마음으로 성사생활을 할 수 있다”면서 “무엇보다도 장애인에 대한 편견 없는 마음, 측은한 마음이 아닌 같은 인격체로서 하느님 안에서 한 형제자매라는 우리의 인식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승훈 기자 joseph@catimes.kr
사진 박원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