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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남 신부의 ‘신약성경,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15) 눈에는 눈, 이에는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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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가 네 오른뺨을 치거든 다른 뺨마저 돌려 대어라”는 말씀을 들으면 당하고만 살라는 것 같아서 답답하고 억울한 느낌을 받습니다. 몇 배로 되갚진 못하더라도 적어도 피해를 입은 만큼은 보상을 받고 싶은 마음도 잘못된 걸까요?

앙갚음. 어떤 사람으로부터 심리적·물리적 피해를 입으면 복수하고픈 마음이 드는 것은 자연스런 감정입니다. 만약 피해를 당했는데도 아무런 감정이 올라오지 않는다면 그것이 더 문제입니다. 누가 오른뺨을 치면 같이 치고 싶고 속옷을 가지려고 하면 빼앗기지 않으려고 애쓰는 것이 사람입니다. 무언가를 달라는 사람을 만나면 거부감이 생기고 꿔달라고 하는 사람을 만나면 가진 것이 없다고 거짓말을 하고 싶은 것이 사람의 마음입니다. 눈에는 눈으로 이에는 이로 복수하고픈 것이 사람의 마음입니다.

그래서 마태오복음에 나오는 주님의 말씀은 신앙인들에게는 참으로 큰 부담을 안겨주는 말씀입니다. 이 대목을 묵상하다 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도무지 주님의 말씀처럼 살 자신이 없다고들 하십니다. 예전에는 성경말씀을 액면 그대로 사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특히 수도자들 중에 많았고 그런 분들 중에 성인품을 받은 분들이 적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그분들처럼 산다는 것은 일반 사람들에게는 큰 부담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런데 왜 주님께선 사람들이 감당하기 어려운 말씀을 하신 것인가? 인간이 사는 사회 안에서 일어나는 끔찍한 범죄행위들을 보면 주님의 말씀 그대로 사는 사람들이 왜 필요한지 알게 됩니다. 그래서 이런 삶을 사는 분들이 사회적으로 어떤 의미를 갖는 것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사회가 극단적으로 이기적이 되어 가면 사람과 사람 사이에 불신과 의심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그리고 당연히 불신은 갈등을 낳고 갈등은 폭력을 낳습니다. 인간의 역사를 보면 구약의 카인 이래 수없이 많은 살상극, 대량학살극이 벌어져왔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현상은 인간 문명이 현대화되면서 감소하는 것이 아니라 더 심각한 상태로 악화되고 있고, 심지어 무기산업, 전쟁용병 등 대량학살이 산업화되는 바람직하지 못한 현상이 확장되어 가는 중입니다.

주님께서는 이렇게 악이 확장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극단적 선행이 필요함을 역설하신 것입니다. 즉 선행은 사회가 극단적으로 물질적·이기적으로 되어 가는 것을 예방하기 위한 극단적 처방인 것입니다. 그래서 수도자들이 가난, 정결, 순명이란 일반사람들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비현실적인 삶을 사는 것입니다.

주님의 말씀은 영성지수와도 관계가 깊습니다. 인간은 지능지수로 가늠할 수 없는 존재입니다. 지능지수가 만능이라면 세상은 더 좋아졌을 터인데 갈수록 좋지 않아지는 것, 지능지수가 높은 사람들의 범죄율이 높아져간다는 것은 지능지수만으로 세상을 더 좋게 만들 수가 없다는 것을 알려줍니다.

지능지수보다 더 중요한 것은 영성지수입니다. 영성지수란 높은 수준의 자기인식, 다양한 것들의 연관성을 알아보는 능력, 불필요한 해를 끼치는 것을 꺼려하고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 등을 말하는데 영성지수야말로 세상을 바꾸는 힘입니다.

어떤 사회학자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 세상을 바꾸는 것은 제도가 아니라 선한 사람들이라고. 선한 사람들이 많아져서 악한 사람들의 입지가 좁아져야 세상이 바뀐다고 말입니다. 주님 말씀의 핵심을 잘 표현한 말입니다.


■ 마태 5,38-42

“‘눈은 눈으로, 이는 이로.’ 하고 이르신 말씀을 너희는 들었다. 그러나 나는 너희에게 말한다. 악인에게 맞서지 마라. 오히려 누가 네 오른뺨을 치거든 다른 뺨마저 돌려 대어라. 또 너를 재판에 걸어 네 속옷을 가지려는 자에게는 겉옷까지 내주어라. 누가 너에게 천 걸음을 가자고 강요하거든, 그와 함께 이천 걸음을 가 주어라. 달라는 자에게 주고 꾸려는 자를 물리치지 마라.”
홍성남 마태오 신부
(가톨릭 영성심리상담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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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3-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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