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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남 신부의 ‘신약성경,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16) 원수를 사랑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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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수님께서는 “원수를 사랑하라”고 가르치셨는데, 참 어려운 일인 것 같습니다. 원수를 용서하는 것도 벅차고 어려운데, 사랑까지 하라 하시니 난감하기도 합니다. 어떻게 해야 원수를 사랑할 수 있는 걸까요?

“원수를 사랑하라”는 주님의 말씀. 교회에 다니는 사람이라면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로 듣는 이 말씀은 신자들에게는 걸림돌 같은 말씀입니다. 도무지 용서할 수 없는 자들을 사랑하라고 하시니 받아들이기 버거운 것입니다. 그래서 아예 처음부터 포기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무리해서 실행을 하려다 마음의 상처를 입는 사람들도 적지 않습니다.

왜 주님께서는 일반적인 사람들이 감당하기 어려운 주문을 하신 것일까요? 주님께서 하신 말씀들은 새겨들을 필요가 있습니다. 주님의 말씀은 모든 이에게 해당되는 말씀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주님의 말씀은 당신이 만나는 사람들에 따라 달라집니다. 병들고 힘없는 사람들에게는 믿음에 대한 이야기, 치유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하십니다. 그래서 말씀의 양이 그리 많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그 많은 말씀들은 누구를 두고 하신 말씀일까요?

자기 십자가를 지고 주님의 뒤를 따르겠다고 선언한 제자들에게 하신 말씀입니다. 코치들이 운동선수들의 상태를 보아서 주문을 하듯이 주님께서도 병자들에게 하신 말씀과 제자들에게 주문하신 말씀이 다릅니다.

그렇다면 원수를 사랑하란 말씀은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상담가들은 자기 분석 훈련을 받습니다. 자기 문제가 무엇인지를 스스로 찾아내는 작업을 하는 것인데 나의 문제가 무엇인지를 가장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대상이 바로 내가 가장 싫어하는 사람들입니다.

마음이 맞는 사람들끼리 있을 때에는 한없이 관대해지고 스스로 괜찮은 사람이라 여기는데 싫은 사람, 미운 사람, 아주 미운사람이 나타나면 그 모든 것이 사라지고 마음 안에 분노·적개심이 가득 찹니다. 그래서 자기 분석 단계에서 가장 어려운 마지막 단계가 내가 가장 싫어하는 사람을 생각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왜 주님께서는 그런 사람을 사랑하라 하신 것일까요?

내가 가장 싫어하고 미워하는 사람이 나와 가장 많이 닮은 사람이라서 그런 것입니다. 이것은 심리학에서는 부정적 투사라고 합니다. 사람들은 보통 자신이 가장 싫어하는 자기 모습을 다른 사람에게 전가하려고 합니다. 그래서 역으로 내가 싫어하는 사람을 통해 나의 문제, 나의 그림자를 봐야 한다는 의미로 “원수를 사랑하라”고 하신 것입니다.

신학교는 공동생활이 의무적입니다. 많은 분들이 신학교가 천국 같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그 반대입니다. 그 이유는 공동생활의 여러 가지 구차한 경우들을 통해 자기 문제를 봐야 하기 때문입니다.

교회에서는 겸손을 강조합니다. 그런데 대부분 겸손한 척하는 피상적인 겸손입니다. 진정한 겸손은 자기 문제를 인식하는 상태를 말합니다. 그래서 심리분석에서는 사람을 두 부류로 봅니다. 자기 문제를 보는 사람과 자기 문제는 보지 못하고 남의 문제만 보는 사람.


■ 마태 5,43-48

“‘네 이웃을 사랑해야 한다. 그리고 네 원수는 미워해야 한다.’고 이르신 말씀을 너희는 들었다. 그러나 나는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는 원수를 사랑하여라. 그리고 너희를 박해하는 자들을 위하여 기도하여라. 그래야 너희가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의 자녀가 될 수 있다. 그분께서는 악인에게나 선인에게나 당신의 해가 떠오르게 하시고, 의로운 이에게나 불의한 이에게나 비를 내려 주신다. 사실 너희가 자기를 사랑하는 이들만 사랑한다면 무슨 상을 받겠느냐? 그것은 세리들도 하지 않느냐? 그리고 너희가 자기 형제들에게만 인사한다면, 너희가 남보다 잘하는 것이 무엇이겠느냐? 그런 것은 다른 민족 사람들도 하지 않느냐? 그러므로 하늘의 너희 아버지께서 완전하신 것처럼 너희도 완전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홍성남 마태오 신부
(가톨릭 영성심리상담소 소장)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23-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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