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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주교시노드 아시아 대륙회의 최종문서 어떤 내용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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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주교회의연합회(FABC)는 3월 16일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아시아 대륙회의 최종문서(Final Document of the Asian Continental Assembly on Synodality)를 발표했다.

최종문서는 지난 2월 24~26일 태국 방콕 반푸완 사목센터에서 열린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아시아 대륙회의 논의사항과 지난해 10월 FABC 50주년 총회에서 나온 의견을 종합한 결과물이다. 최종문서는 교황청 주교대의원회의 사무처에 제출돼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제2차 의안집 제작에 활용된다. 최종문서에 담긴 내용들을 살펴본다.


■ 누구도 배제하지 않는다

최종문서 도출의 기본 정신은 ‘포용성’이다. 시노드 과정은 교회 공동체를 위한 은총과 치유의 순간이다. ‘천막으로서의 교회’(Church as tent)는 피난민들을 그 안에 받아들이는 장소가 돼야 하며 포용성의 정신 안에서 모든 사람을 품을 수 있는 공간으로 확대될 수 있어야 한다.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천막을 성령이 작용하는 곳이면 어디에나 치실 수 있고, 폭력과 불안, 고통이 있는 곳에서도 하느님의 천막은 세워질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하느님의 천막에는 모든 이를 위한 자리가 있고, 그 누구도 배제돼서는 안 된다는 사실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서 과거에는 소외됐다고 여기던 사람도 지금은 성스럽고 안전한 자리인 하느님의 천막 안에 들어와 있다고 느낄 수 있다.

최종문서에 응답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하느님의 천막이 지닌 이미지에 긍정적으로 답변했다. 천막의 이미지는 예수님이 스스로 인간이 됨으로써 당신의 천막을 우리 사이에 치셨음을 알게 한다. 그럼으로써 그 천막은 하느님을 만나고 신자들 서로가 만나는 장소가 되고, 공동의 집으로서 소속감과 공유의 관념을 불러일으키게 된다. 누구도 배제하지 않는 시노드 과정은 교회의 유기적 성장을 위한 ‘함께 걸어가기’(Walking Together)의 중요성을 일깨워 준다.



■ 아시아교회 안의 긴장 상황들

시노드 여정은 ‘함께 걸어가기’이지만 그 안에는 긴장들(Tensions)도 존재한다.

교회는 성직자와 수도자, 평신도 등 모든 사람들로 구성되고, 교회 안에는 ‘균열’(Divide)도 있다. 최종문서 작성 과정에서 여러 보고서에 지적된 것처럼, 성직자와 평신도 사이, 주교와 사제 사이, 수도회 사이, 교구 사이는 물론, 교회와 정치인 사이, 서로 다른 종교들 사이에도 균열과 갈등은 존재한다. 그렇기 때문에 섬김의 자세로 살아가는 이들은 시노달리타스를 살아가기 위해 보다 큰 배려심을 가져야 한다.

최종문서에는 아시아교회의 긴장들 중 하나로, 사제들에 대한 지나친 비판적 시각으로 인해 사제 성소가 감소하고 있다는 사실도 언급되고 있다. 아시아 몇몇 나라에서는 가톨릭신자 증가에 따라 복음을 전파할 사제들이 더 많이 필요하지만 사제들의 건강하지 못한 모습이 알려지면서 사제 성소를 감소시키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최종문서에 보고된 내용 중에는 사제들과 평신도 지도자들의 세속적이고 물질주의적인 문화가 부정적 영향을 끼치고 있고, 이것은 교회의 사명인 복음 증거에 저해 요소가 되고 있다.

여성의 역할이 제대로 존중받지 못하는 현상에 대한 긴장도 주요 논의 주제였다. 아시아의 많은 나라에서는 교회 모든 활동에 여성들의 참여가 중요함에도 여성들이 지도적 위치에서 활동하는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다. 여성들의 목소리를 듣기 어려운 지역도 있다. 여성들의 역할은 부차적이거나 남성을 보조하는 위치로 치부되기 쉬운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최종문서에는 아시아 국가 가운데 교회 안에 남성들이 없어 여성들이 지도자적 역할을 떠맡고 있다는 보고도 포함돼 있다.

성직주의(Clericalism)를 둘러싼 긴장에 대해서는 최종문서 작성에 참여한 많은 이들이 자신이 속한 지역교회에서 성직주의 문제가 있다고 인정했고, 아시아교회의 시노달리타스 정신이 부족한 원인의 하나로 성직주의를 꼽았다.

최종문서에는 성직주의라는 말이 사용자에 따라 다른 의미로 쓰이며, 너무나 넓은 의미를 지닌다는 점도 지적됐다. 성직주의의 근본 원인에 대해서도 성직자 개인의 성격이나 심리적 미성숙성을 지적하는 견해와 보다 구조적인 원인을 언급하는 견해가 제시됐다. 성직주의 해소를 위해서는 주교와 사제, 평신도들 사이에 시노드적인 교회를 지향하는 적절한 역할 배분이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아시아교회의 갈등들로서 청년, 가난한 이들, 종교 간의 충돌에 대한 보고 내용도 최종문서에 포함됐다.


■ 6가지 우선순위

①양성 ②포용성과 환대 ③선교 ④책임과 투명성 ⑤기도와 경배 ⑥환경

최종문서는 아시아교회가 우선적으로 관심을 기울여야 할 6가지 분야로 ▲양성(Formation) ▲포용성과 환대(Inclusivity and Hospitality) ▲선교(Missionary Disciples) ▲책임과 투명성(Accountability and Transparency) ▲기도와 경배(Prayer and Worship) ▲환경(Environment)을 제안하고 있다.

양성에서는 시노드를 지향하는 교회에 참여하는 주교와 성직자, 수도자, 신학생, 평신도 등 모든 구성원들과 가정 및 교회 공동체들이 지속적인 양성을 받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포용성과 환대의 대상으로는 교회와 사회에서 소외되기 쉬운 여성과 청년, 이혼자나 재혼자, 미혼부모, 장애인, 재소자, 성소수자 등이 제시됐다. 아시아교회의 과제는 이들이 교회 안에 소속돼 있다는 사실을 느끼도록 도와야 한다는 점이다.

선교는 가톨릭신자가 소수에 불과한 아시아 지역교회에서는 특수한 의미를 지닌다. 반대로 아시아의 많은 순교자들은 용기와 도전 의식을 주고 있다. 아시아에서의 선교는 대화와 상호 존중 정신 아래서 이뤄져야 한다.

책임과 투명성은 재정문제에서만이 아니라 의사 결정 과정에서도 요청된다. 책임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교회법의 일부 조문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 협력과 공동 책임의 문화는 서로를 포용할 때 증진될 수 있다.

기도와 경배의 방식은 아시아인들의 가슴에 감동을 줄 수 있어야 한다. 전례 안에서 모든 사람들이 하느님을 찬양할 수 있도록 시노달리타스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전례가 행해져야 하며, 삶과 신앙이 하나로 일치될 때 신앙인들의 삶은 생명력을 지니게 된다.

아시아교회가 기울여야 하는 우선적 관심으로 생태환경 보전에 대한 의무도 빠지지 않는다. 예수님이 세상 모든 것을 회복시키고 화해시키려고 오신 것처럼, 교회도 공동의 집인 지구를 앞장서 보호하고 치유해야 한다. 아시아교회는 그리스도의 몸을 이루는 지체로서 하느님의 모든 피조물들을 보호하고 존중하는 ‘녹색 교회’(Green Church)가 돼야 한다고 부름받았다.

타인의 집이나 종교시설에 들어갈 때 신발을 벗는 행위(탈출 3,5)는 타인에 대한 존중의 마음을 표현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다양한 문화와 종교가 공존하는 아시아교회에서 신발을 벗는 마음가짐이 있을 때 시노달리타스를 지향하는 교회로 나아갈 수 있다.



박지순 기자 beatles@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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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3-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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