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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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 Ⅱ] 갈릴레오 재판 사건 (7)갈릴레오와 교회 간의 긴장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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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릴레오는 벨라르미노의 답신 내용을 접한 후 이전에 작성한 「카스텔리에게 보내는 편지」를 더욱 정교하게 다듬은 「크리스티나 공작부인에게 보내는 편지」라는 장문의 글을 통해 자연과학적 지식과 성경의 가르침이 서로 부딪힐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자세히 분명하게 밝히게 됩니다. 여기서 그는 여러 교부들, 특히 성 아우구스티노의 창세기 주석서인 「창세기의 문자적 의미」(De Genesi ad litteram)를 적극 활용하였습니다.


「크리스티나 공작부인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성 아우구스티노를 인용한 중요한 예는 다음과 같습니다.

“사실, 하늘의 모양과 배치에 관해서는 성경에 따라서 믿어야 한다고 요구받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많은 사람들은 이 문제에 대해 상당히 많은 말을 하지만, 훨씬 깊은 지혜를 갖춘 성경의 저자들은 이 문제를 생략한다. 그러한 주제는 그것을 공부하는 이들이 영원한 생명을 추구하는 데에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으며, 더 나쁜 점은, 구원을 위해 선익이 되는 것에 주어져야 할 시간을 너무 많이 낭비한다는 점이다. 하늘이 구형이고 땅을 완전히 둘러싸고 있으며 땅이 우주의 가운데에 균형을 잡고 있든, 아니면 땅 위에 원반 모양으로 있는 하늘이 땅의 한 면을 덮고 있든, 그것이 나에게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하지만 성경의 권위가 이에 달려 있기 때문에, 내가 한 번 이상 언급한 내용을 반복해 보겠다. 거룩한 말씀을 이해하지 못하는 이들은 성경에서 그가 그동안 알아 온 것과는 다르게 보이는 것을 발견할지도 모르고, 그래서 계명, 이야기, 주장에 포함되어 있는 다른 유용한 것들을 더 이상 믿지 않게 될지도 모를 위험이 있다. 그래서 간단하게 말하면, 성경의 저자들은 하늘의 모양에 관한 진리를 알았지만, 그들을 통해 말씀하신 하느님의 영께서는 구원에 도움이 되지 않는 그러한 것들을 사람들에게 가르치고 싶어 하지 않으셨다는 점을 말해야 하겠다.”(「창세기의 문자적 의미」 II, 9, 20)





이 글에서 갈릴레오가 활용한 아우구스티노의 첫 번째 주장은 - 흔히 ‘적응의 원리’(the principle of accommodation)라고 부르는 것으로서 - 성경에서 사용된 언어는 예상되는 독자들의 수용 능력에 맞게 선택되었다는 것입니다. 다르게 말하면, 성경은 하느님의 계시가 처음 주어진 비교적 덜 교육받은 사람들의 제한적인 지적 수준에 맞게 평이한 언어로 쓰여진 책이라는 것이죠. 예를 들어, (마르틴 루터가 언급했었던) 여호수아 10장 12~13절의 경우는, 그 책의 독자들이 지구는 제자리에 있고 태양이 그 주위를 돈다고 당시에 믿었었기 때문에 성경이 그들이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의 당시 말로 기록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갈릴레오는 태양의 운동을 언급하는 모든 성경 구절들은 문자적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되며 계시를 받아들이던 당시의 사람들에게 알려져 있던 사실들에 맞춰 적응의 방식이 활용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갈릴레오가 활용한 또 하나의 주장은 - 흔히 ‘한계의 원리’(the principle of limitation)라고 불리는 것으로서 - 성경은 신앙과 도덕, 구원과 관련된 문제들에서만 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성경은 자연 현상에 대해 과학적으로 분석한 글이 아니기 때문에, 만일 자연과학적 지식과 관련된 문제들에서 성경 내용이 현존하는 최신 과학의 내용과 모순되는 것처럼 보인다면 성경 내용보다는 과학의 내용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것이죠.

이 원리들은 실제로 아우구스티노 및 여러 교부들이 과거에 성경에 대해 취했었던 접근법과 많은 부분 일치하는 것으로서 큰 문제가 없어 보였습니다. 하지만 갈릴레오가 그 글을 쓰던 시점이 공교롭게도 종교개혁이라는 위기를 맞아 이전보다 더욱 보수적인 분위기가 지배하던 때였습니다. 특히 적응의 원리는 종교개혁가였던 장 칼뱅(John Calvin·1509~1564)이 성경 해석을 위해 적극적으로 활용했었던 방식이라는 점도 가톨릭 측에서 보기에는 심각한 문제였습니다.

더 나아가서, 갈릴레오의 입장 표명은 ‘누가 성경을 해석할 자격이 있는가’하는 당시의 심각한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도록 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마르틴 루터 이래로 프로테스탄트 측은 가톨릭에 대항해서 “오직 성경만으로”(Sola Scriptura), 즉 ‘성경이 다른 무엇보다도 중요하며, 교도권과 교부들의 가르침을 통해서만 성경의 내용을 해석하고 이해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신자들 스스로가 그들의 언어로 번역된 성경을 읽고 해석할 권한이 있다’고 주장했었습니다.


이러한 프로테스탄트 측의 주장에 대해 가톨릭은 트리엔트공의회(1545~1563) 제4회기(1546)의 「성경들과 전승들의 수용에 관한 교령」에서 성경 해석의 자격 문제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선언함으로써 맞대응했었습니다.

“그밖에도 경솔한 자들을 통제하기 위하여, 본 공의회는 다음과 같이 결정하는 바이다. 어느 누구도 그리스도교 교의의 체계에 속하는 한, 신앙과 도덕에 관한 문제에서 자신의 전문 지식에 의지하면서, 성경을 자신의 견해에 따라 왜곡해서는 안 되며, 성경의 참된 의미와 해석을 결정할 권한을 가진 거룩한 어머니인 교회가 간직하며 고수해 온 그 의미를 거슬러 바로 이 성경을 왜곡해서는 안 되고, 교부들의 일치된 합의를 거슬러 성경을 감히 해석해서도 안 된다. 비록 이 해석이 어느 시대에도 출판을 위해 정해진 바가 없다고 할지라도 말이다.”


이러한 교회의 역사적 배경 안에서, 갈릴레오는 ‘무엄하게도’ 성경의 어느 부분을 어떻게 재해석할 필요가 있는지를 판단하고 실제로 재해석할 권한이 일개 평신도에 불과한 그 자신에게도 있다는 생각을 「크리스티나 공작부인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암시한 것으로 비쳤습니다. 이 편지의 사본은 자유롭게 복사되고 회람되었기 때문에, 그 글을 읽은 가톨릭 성직자들이 보기에 그는 오만할 뿐만 아니라 위험한 프로테스탄트적 성향을 갖고 있다는 인상마저 들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결국 갈릴레오는 자신을 변호하기 위해 1615년 말에 피렌체를 떠나 로마로 가게 됩니다.




김도현 바오로 신부(대구가톨릭대학교 교수)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23-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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