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부님, 우리 마음입니다.” 핸드드립 커피와 수제 빵을 친절한 미소와 함께 건네는 사제의 형제들(Fratelli Tutti)이 있습니다. 커피 바리스타들은 베트남, 빵을 만드는 베이커는 우즈베키스탄 국적이고, 커피콩을 볶는 로스터즈는 한국 청년이 동행합니다. 사제인 저는 4년째 전주 한옥마을 카페 ‘좋은집(부에나카사)’의 보호자입니다. 우리는 카페의 얼굴입니다.
그 이름처럼 찾아오는 누구든 환영하고 존중하는 ‘환대의 집’입니다. 우리 집의 모토는 ‘시간은 흘러도 사랑은 남는다’는 철학입니다. 지정환(세스테벤스 디디에, 1931~2019) 신부님의 사진이 걸려있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사람들의 수다와 만남, 커피와 빵의 향기, 기도와 음악, 책과 노래, 공연과 전시, 나눔과 평화가 공존하는 아름다운 집입니다. 이 시민의 집엔 스토리텔링이 있고, 형제애가 있습니다. 함께 봄꽃도 심었습니다. 여기는 ‘카페 문화사목 현장’입니다.
최근 초등학생 11명이 카페를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교구청으로 인사이동한 본당 신부님을 만나고 싶어서였습니다. 킥보드와 자전거를 타고 10km 거리를 왕복한 마음이 참 대견스럽습니다. 3살 때부터 10년 넘게 생일 때마다 가난한 이웃을 위해 저금통을 기부하는 친구도 찾아옵니다. 카페 가족들도 청소년 그룹홈을 위해 노동의 열매를 월 50만 원씩 후원합니다. 명품 수제 빵 제작에 자문과 수고를 쏟아주시는 김정선 베이커리 명장에게도 감사드립니다.
모든 ‘사랑의 기억’은 사람을 치유합니다. “나는 울 줄 아는가? 나는 굶주린 아이, 마약에 빠진 거리의 아이, 집 없는 아이, 버려진 아이, 학대당하는 아이, 사회가 노예처럼 착취하는 아이를 보며 눈물 흘릴 수 있는가? 자신보다 더 불행한 또래를 위하여 눈물 흘리는 법을 배우려고 노력하십시오.”(「그리스도는 살아계십니다」 76항)
교구와 본당의 사목 공간이 ‘만남과 소통의 자리’, ‘영적 치유의 장소’로써 풍부해지면 좋겠습니다. 교회의 사목 현장이 복음의 기쁨과 희망, 그리고 시노달리타스의 일상을 경험하고, 예수님 십자가와 부활 신앙의 체험 공간으로 풍요로워지면 행복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