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하고(眞) 올바르게(善) 살아서 하느님이 주신 세상을 아름답게(美) 만드는 사람.’ 전주성심여자중·고등학교는 이 같은 인재 양성을 위해 ‘진선미’(眞善美)를 교훈으로 운영되고 있다. 오늘도 참되고 선하게, 세상을 아름답게 만드는 예수 그리스도와 성모 마리아 같은 인재 양성에 사랑을 쏟고 있는 전주성심여자중·고등학교를 찾았다.
■ NON SIBI
전주 전동성당 인근에 나란히 자리한 전주성심여자중·고등학교, 그중에서도 전주성심여자고등학교 교문을 들어서면 비석이 하나 있다. ‘NON SIBI.’ 비석에는 라틴어로 ‘나만을 위해서가 아닌’(not for self)이라는 뜻의 문구가 적혀 있다. 예수 그리스도를 닮은 ‘성심인’(聖心人)을 육성하고자 하는 전주성심여자중·고등학교의 교훈 ‘진선미’를 잘 드러내고 있다. 이 정신을 바탕으로 학교에서는 생명을 바쳐 사람을 섬기신 예수 그리스도의 삶을 닮은 사랑 실천으로 학생 교육을 이어 가고 있다.
실제 4월 21일 고등학교에서는 학교장 이득재(바오로) 신부가 학생들에게 점심식사를 배식하고 있었다. 학생들과 만나는 시간을 갖기 위해 매일 아침 등굣길에서 인사하고 점심시간에는 학생들과 이야기하며 밥을 나눠주고 있다는 이 신부는 “행복한 인생과 사회는 행복한 가정과 교실에서부터 시작된다고 믿는다”며 “서로를 향한 관심과 사랑, 대화가 신뢰를 쌓는다”고 밝혔다. 특히 이 신부는 “학생·교사·학부모 등 학교 구성원 서로가 서로를 신뢰, 소통하면서 학생들을 충분히 사랑하고, 그 사실을 학생들이 깨닫게 해 주고 싶다”고 전했다. 학생들이 사랑스러운 존재라는 점을 깨닫게 하고, 경쟁이 심한 사회에서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게 돕고, 인생을 신뢰와 사랑으로 살아가게 해 주는 것, 그것이 가톨릭학교 책임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 일상적 만남에서 사랑 실천
같은 날 전주성심여자중학교에서도 교직원들이 학생들과 일상적인 만남에 한창이었다. 중학교 이상백(요셉) 교장은 점심시간에 학생들과 배드민턴을 치고 있었다. 진로진학 상담 교사 하윤정 수녀(알로이시아·예수 성심 전교 수녀회) 등은 5월 성모 성월을 앞두고 학생들과 성모상 앞에서 기도하고 있었다. “결국 사랑 실천”이라고 역설한 이 교장은 “복음화, 서로 사랑하는 마음을 키워 주는 것이 교육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지금처럼 매일 등굣길에서 학생들을 기다리며 인사하고, 운동도 학생들이 원할 때 언제든 함께하고, 어려운 학생들에게 한 번 더 관심을 갖고 가까이 지내려 한다는 이 교장은 “이렇게 함으로써 학생들이 더욱 예수님 모습으로 닮아가고 밝게 지낼 수 있지 않나 싶다”고 밝혔다. 특히 중학교에서는 멘토·멘티 프로그램과 또래 관계 증진 프로그램 등을 진행하며 학생들이 서로를 알고 돕고 사랑을 실천하는 관계를 형성하는 데에 힘쓰고 있다고 이 교장은 덧붙였다.
■ 그리스도와 성모 닮은 사랑 전해
일상적인 만남·수업과 함께 학교는 예수 그리스도와 성모 마리아의 성심을 느낄 수 있는 여러 전례와 활동, 환경을 마련하고 있다. 매일 아침 학교에서는 학교 공동체를 위한 미사를 거행하고, 매주 화요일 1교시 중학생 미사, 7교시 고등학생 미사를 봉헌하며 학생들뿐 아니라, 교직원들도 가톨릭학교 공동체 구성원으로서 소임을 돌아볼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십자가의 길 기도와 판공성사, 피정, 주님 성탄 대축일 축하식 등으로 학교 공동체에 직·간접적으로 복음을 선포하고 있다. 고등학교에서는 특별히 교리신학원에서 교리교육을 전공한 외부 전문가가 와서 매주 1시간 예비신자 교리교육 봉사를 하고 있다. 예수 그리스도와 성모 마리아께서 언제든 함께하심을 의식할 수 있도록 중학교에는 전동성당을 배경으로 성모상이 놓인 작은 동산이, 고등학교에는 예수성심상이 놓인 옥잠화 동산이 마련돼 있다. 옥잠화는 중·고교 교화로, 소박·추억·침착하고 조용함을 의미한다.
이와 관련해 하윤정 수녀는 “전동성당과 치명자산 성지, 초남이 성지, 한옥 마을, 전주천 등 학교 중심으로 명소들이 있고, 무엇보다 주변이 다 성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신자, 예비신자, 원하는 학생들과 성지 순례를 하는데, 당장 깊은 의미를 모르더라도 학생들이 이 활동으로 순교 정신을 느끼리라 믿는다”며 “성모님을 사랑하고 성모님께 마음을 맡기는 학생들이 되길 희망한다”고 전했다.
■ 있는 그대로 자신 사랑하고 행복하기를
가톨릭정신이 깃든 환경과 교육, 성심에 학생들도 참(眞)되고 선(善)하게 지내며 학교 공동체를 아름답게(美) 형성하고 있었다. 이날 또래 관계 증진 프로그램으로, 수업 중 같은 반 학생들과 힘이 되는 문구를 적어 주고받은 중학교 2학년 윤금채(라파엘라) 학생은 “힘들 때 친구가 보건실을 같이 가고 조언도 해 줬다”며 “‘우리 다 이번 생은 처음이잖아’, ‘괜찮아, 잘 될 거야’ 하면서 수업을 통해 말할 수 없었던 것들도 말할 수 있게 되고, 이렇게 배운 걸 다른 사람에게도 베푸는 사람이 되고 싶은 마음이 든다”고 밝혔다.
같은 날 종교 수업 시간에 원형으로 둘러앉아 학생들과 최근 힘들고 지친 마음 등을 나눈 고등학교 1학년 6반 김송현 학생은 “천주교만의 분위기가 따뜻하고 단합하게 한다”며 “나에 대해 말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만, 진솔하게 털어놓으면서 공감, 대화하다 보니 더 친근감도 느끼고 위로를 받는다”고 말했다. 같은 반 이도경 학생도 “공부하면 많이 피곤하고 힘이 드는데, 종교 수업 같은 교육이 심신을 안정, 평화로움을 유지하게 한다”며 “나와 다른 사람에 대해 알아 갈 수 있다는 게 가장 좋다”고 전했다.
전주성심여자중·고등학교 종교감 채주원(히빠시오) 신부는 학교 분위기와 환경, 교육에 대해 “무엇보다 아이들이 그냥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완벽한 사람은 없고, 완벽하진 않지만 그 자체로 학생들은 완전하다”고 역설한 채 신부는 “학생들이 억지로 꾸미거나 하지 않아도 충분히 아름다운 존재, 있는 그대로 자신이 좋은 사람인 걸 알고, 자기 자신을 사랑하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채 신부는 이를 그대로 전하기 위해 “저도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 주려 하고 있고 앞으로도 그런 마음으로 학생들을 만나려 한다”고 말했다.
이소영 기자 lsy@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