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오늘은 우리 전통문화 수호와 발전을 위해 애쓰고 있는 신앙인을 만나봅니다.
천 위에 한 땀 한 땀 수를 놓는 궁중자수 이병숙 작가인데요.
봉헌하는 삶을 살며 국가무형문화재에도 도전하고 있는 이 작가의 이야기를 김형준 기자가 들어봤습니다.
[기자] 환하게 웃고 있는 프란치스코 교황 뒤로 웅장한 병풍이 펼쳐져 있습니다.
2014년 방한 당시 청와대에 걸렸던 ‘진연도 병풍’입니다.
작품의 주인공은 한국의 궁중자수 작가 이병숙씨입니다.
자수와 함께한 지도 어언 40여 년.
독실한 신앙인이기도 한 이 작가에게 진연도 병풍은 자식과 같은 작품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병숙 아녜스 / 궁중자수 작가>
“교황님께서 웃으셔서 아, 교황님께서 웃으신 걸로 만족해. 이렇게 기쁘고 좋았죠.”
이 작가가 궁중자수를 처음 접했던 건 24살 청년 시절.
한상수 자수장의 ‘화조도’를 보고 매료된 이 작가는 곧장 궁중자수의 길을 걷게 됐습니다.
<이병숙 아녜스 / 궁중자수 작가>
“그 순간에 그냥 숨도 안 쉬고 현관으로 들어가서 ‘이거 배우고 싶습니다’. 이렇게 매료되면서 일을 해서… 한평생 헌신이죠.”
이 작가의 대표작 가운데 하나인 ‘연꽃봉황도’는 전 세계에 알려지기도 했습니다.
유니세프 성탄 카드 후보 600여 점 가운데 이 작품이 선정되면서 어려운 아이들을 위한 기금 조성에 힘을 보탤 수 있었습니다.
이 작가의 오랜 작품활동과 자수를 향한 열정의 배경에는 성모신심이 있었습니다.
틈날 때마다 성모상 앞에서 기도를 바치던 이 작가는 하느님으로부터 받은 달란트를 통해 의미 있는 일을 할 수 있길 간청했습니다.
<이병숙 아녜스 / 궁중자수 작가>
“성모상 앞에서 기도하는데 ‘아직 체계가 잡히지 않은 일을 주십시오’ 그랬어요. 제 나름대로 글을 쓰고 정립을 시키면서 개념 파악도 하면서… 보람 있습니다.”
혼자 일하는 예술가로서의 길은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이 작가는 경제적 대접을 받지 못할 때도 있었고, 치열한 경쟁이 버거울 때도 있었다고 회고합니다.
하지만 마음을 다잡고 작품에 임할 수 있었던 건 다름 아닌 신앙의 힘이었습니다.
<이병숙 아녜스 / 궁중자수 작가>
“이번 사순절 때 기도를 하고 있는데 ‘제 작품을 봉헌합니다’ 하고 있더라고요. 깜짝 놀랐어요. 현실적으로 섭섭한 일도 있고 해서 늘 섭섭하기만 했는데 이번에 봉헌을 했어요.”
이젠 봉헌하는 삶을 살며 국가무형문화재에도 도전하고 있는 이 작가.
세계에 내놓아도 손색없는 우리 전통문화를 지키고 발전시키고 싶은 마음이라고 말합니다.
이 작가가 지닌 신앙에 대한 작품, 특히 성모님에 대한 수를 놓는 것은 자신에게 내준 또 다른 숙제입니다.
<이병숙 아녜스 / 궁중자수 작가>
“세계에 발현하신 우리 성모님의 모습을 다 신심을 갖고 작업을 하고 싶으면서 또 세계에 산재 돼 있는 우리 해외 문화원이 있어요. 문화원에 순회전을 해보고 싶고, (우리 자수를) 자랑하고 싶고 발전, 보호, 전수시키고 싶습니다.”
CPBC 김형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