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8일
사람과사회
전체기사 지난 연재 기사
오늘날 사목과 성소를 살아가는 MZ세대 사제와 수도자

성소 위기 시대에 만난 사제와 수도자, 개성 존중하고 위로해줄 사목 방향 필요

폰트 작게 폰트 크게 인쇄 공유


오늘날을 ‘성소의 위기’라고 말한다. 모든 지표와 분석이 이를 뒷받침 한다. 더구나 사회에서도 ‘MZ세대’라는 이름으로 요즘 젊은이들의 특성을 개인주의와 디지털로 보면서, 공동체와 대면 관계를 중요시하는 교회의 미래를 희망적으로만 바라볼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시대에 사제 성소, 수도 성소를 살아가는 MZ세대가 있다. 이들이 바라보는 교회와 젊은이는 어떤 모습일까. 성소의 위기라고 하는 이 시대에 하느님을 위해 자신을 온전히 봉헌한 MZ세대 사제, 수도자의 성소 이야기를 들어본다.







서울 노원본당 보좌 이원빈 신부

 

서울대교구 노원본당 이원빈 신부

이원빈 신부




“요즘 젊은 사람들 정말 바쁘잖아요. 그런데도 성당에 나오는 걸 보면 힘들고 지친 마음을 위로받고자 하기 때문일 겁니다. 그 마음을 달래주는 게 가장 필요하지 않을까요?”

서울 노원본당 보좌 이원빈 신부는 올해 2월 서품받은 새 사제다. 29살의 MZ세대이기도 하다. MZ세대 사제가 생각하는 MZ세대 사목은 어떤 것일까. 이 신부의 답은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MZ세대 맞춤형 사목이 필요하다’는 뻔한(?) 답변은 아니었다. MZ세대의 트렌드를 좇기보다 그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주는 것. 이 신부가 생각하는 MZ세대를 위한 사목이다.

이 신부는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사제의 꿈을 품었다.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대축일 미사였어요. 신부님께서 거양성체를 하실 때 대제병이었는데 성체가 유난히 제 마음에 크게 들어왔어요. 미사가 끝나고 어머니 손을 잡고 성모상 앞에서 신부님이 되고 싶다고 먼저 말했죠.” 이 신부는 “그때부터 사제 성소가 마음에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중학교에 들어가면서부터 장래에 대한 고민이 머릿속에 자리 잡았다. “고등학교 올라갈 때였는데 어머니가 ‘예비 신학생반이라는 게 생겼다는데 한번 가보지 않을래? 너 신부님 되고 싶다고 했었잖아’라고 하셨어요. 그때 저는 아나운서가 되고 싶다고 했는데, 어머니가 ‘신부님도 아나운서 할 수 있대’라고 하시더라고요. 그 말에 홀랑 넘어갔죠 뭐.”(웃음) 이 신부는 그렇게 서울 동성고등학교 예비 신학생반 1기로 입학했다. 꿈 많던 청년은 그렇게 사제가 되는 길에 첫발을 내디뎠다.

그런데 그 길에는 온갖 유혹이 이 신부를 기다렸다. “친구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보며 저도 친구들처럼 자유로운 청춘의 삶을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가보지 않은 길이어서 환상도 더 컸던 것 같아요.” 이 신부는 “자유에 대한 의미를 깨닫는 데 많은 시간이 걸렸지만, 결국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것이 자유가 아니라, 내 영혼이 자유로움을 느끼는 것이 진정한 자유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했다.

신학생이 된 이 신부는 신학교 생활이 잘 맞았다. 편안함과 고요함 속에서 기도로 고민을 하나하나 풀어나갔고 주님과의 관계를 쌓아갔다. 마음이 흔들릴 때면 신학교 선후배, 동기들과 마음을 나누며 마음을 잡아나갔다. “사제가 되면 내가 행복할 수 있을까. 내가 사제로 살아가는 게 교회에 안 좋은 영향을 주지 않을까 고민했어요. 제 부족함을 봤던 거죠. 지금은 고민을 끝냈다기보다 하나의 쉼터는 마련한 것 같아요. 그 쉼터는 주님이고 제 부족함과 나약함을 주님께 맡겨 드렸어요.” 이 신부가 수품 성구를 ‘아버지, ‘제 영을 아버지 손에 맡깁니다.’(루카 23,46)로 정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 신부는 사제 성소가 감소하는 현상에 대해 “가치 있고 의미 있는 삶을 사는 것에 대한 사회적인 분위기가 많이 사라진 것 같다”며 “주님의 삶을 따라 살며 사제로서 먼저 모범이 돼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전했다. 이 신부는 주님의 삶을 따라 사랑을 전하며 사는 삶에서 오는 감동과 울림이 크다고 했다.

이 신부는 젊은이들을 위한 사목에 관심이 많다. “젊은 사람들이 기성세대와 삶을 대하는 태도는 분명히 다릅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MZ세대로 구분 짓는 것이 그들을 더 움츠러들게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합니다.” 이 신부는 “젊은이들이 살면서 느끼는 공허함이라든지 사랑에 대한 갈망이 크다”며 “그래서 힐링과 같은 단어에 집착하거나 미디어를 통해 이를 해소하려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했다. “결국은 젊은 사람들에게 주님의 사랑을 전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그 사랑의 소중함을 깨닫도록 말입니다.”



살레시오회 이창민 부제

 
살레시오회 이창민 부제가 서울 가톨릭대 신학대학 운동장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하느님이 얼마나 좋으신 분인지 더 많은 젊은이가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정말 행복하거든요!”

살레시오회 이창민 부제는 춤과 노래, 유튜브, SNS 등 오늘날 청소년, 청년과 같은 눈높이에서 하느님 사랑을 전하고 있다. 그가 지닌 재능과 에너지를 수도회 안에서 마음껏 펼치고 있는 것이다.

이 부제는 초등학교 1학년 때 본당 신부에게 사탕을 받으며 신부가 되기로 한 약속을 ‘달콤한 부르심’의 시작이라고 했다. 그는 “마치 하느님과의 약속 같았다”며 늘 마음 한구석에 사제 성소가 자리 잡고 있었다고 회상했다. 중고등학교 때는 성소 모임에도 나갔지만, 자신의 끼를 묵힐 수 없었다. 친구가 공연한 뮤지컬의 매력에 빠져 고교 졸업 후 에버랜드 공연단에 입단하기도 했다.

“그때도 사제가 돼야겠다는 생각은 있었습니다. 이런 경험도 사목에 도움이 되리라 생각했던 것 같아요.”

결정적으로 입대 후 아버지가 갑자기 돌아가시면서 큰 상실에 빠져 있을 때 만난 수도자의 영향이 컸다. “그런 편안함은 처음 느꼈어요. 거룩함에 머무는 것. 하느님께서 부르고 계시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습니다.”

이후 고(故) 이태석 신부의 일생을 다룬 영화 ‘울지마 톤즈’를 보고 확신이 들었다. “제가 비할 바는 아니지만, 음악과 의술로 하느님을 전하는 신부님을 보며 어릴 적부터 내가 추구하던 삶이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곧바로 이 부제는 살레시오회에 입회했다. 하지만 그도 요즘 흔히 얘기하는 MZ세대에 속한다. “연예인 병이라고 할까요. 처음에는 내가 가진 끼와 열정을 여기서 펼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죠. 금방 제 교만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지금은 이렇게 행복할 수도 있구나라는 생각을 합니다.”

그는 수도회도 시대에 맞게 개별 양성에 초점을 맞춰 각자의 고유성을 존중해 준다고 했다. “컴퓨터 잘하는 사람, 운동 잘하는 사람, 노래 잘하는 사람 등 모두 가진 능력이 다르잖아요. 각자 주어진 역할 안에서 하느님 나라를 보여주는 거죠. 물론 부족한 부분도 직면합니다. 그 역시 균형 잡힌 인간으로 성장하면서 하느님을 체험해나가도록 이끌어줍니다.”

이 부제는 오늘날 사제 성소, 수도 성소 감소에 대해 “무엇보다 성직자, 수도자 스스로 기쁘고 행복한 삶을 사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오늘날 젊은이들은 의미와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또한, 재미가 있어야 하고 무엇보다 매력적이어야 하죠. 우리 스스로 그 증거가 돼야 합니다. 예를 들어 요즘 MZ세대 특징을 이어폰 끼고 있는 모습으로 묘사하곤 하는데, ‘빼라’가 아니라 우리 삶의 형태를 보고 자발적으로 하느님 목소리에 귀 기울이게 할 수 있도록 모범을 보이는 것입니다.”

이 부제는 나아가 그 기쁨을 바탕으로 젊은이들 시선에서 생각하고 함께 나아가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오늘날 젊은이들을 디지털 원주민이라고 합니다. 어릴 적부터 소통을 디지털로 했고, 미디어 안에서 기쁨을 얻는 세대죠. 그들 안으로 들어가야 합니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교회의 미래를 위해서만이 아닙니다. 청소년·청년의 진정한 행복을 위해서입니다. 하느님 사랑에 흠뻑 빠질 수 있도록 말입니다.”

도재진 기자 djj1213@cpbc.co.kr

박민규 기자 mk@cpbc.co.kr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23-04-28

관련뉴스

말씀사탕2024. 11. 28

시편 33장 1절
의인들아, 주님 안에서 환호하여라. 올곧은 이들에게는 찬양이 어울린다.
  • QUICK MENU

  • 성경
  • 기도문
  • 소리주보

  • 카톨릭성가
  • 카톨릭대사전
  • 성무일도

  • 성경쓰기
  • 7성사
  • 가톨릭성인


GoodNews Copyright ⓒ 1998
천주교 서울대교구 · 가톨릭굿뉴스.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