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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한마음한몸 자살예방센터 공동기획 ‘우리는 모두 하나’] (18) 자해, 내 몸에 푸는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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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들은 누구에게도 자신의 감정을 내비칠 수 없는 순간에 자기 안의 분노를 삭이는 방법으로, 또 심한 불안을 어떻게 할 수 없는 순간에 취할 수 있는 해소 도구로 자해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략 초등학교 4학년부터 시작해서 중학교 때 가장 많이 하고 중·고교시기의 청소년 중 15~18가 자해를 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자해 방법은 신체조직을 손상하는 베기, 심각한 긁기, 태우기(화상) 등이 대표적이며 머리를 벽이나 바닥에 쿵쿵 찧는 예도 있습니다. 행위자 측면에서 봤을 때, 자살이 죽음을 통해 자신의 억울하고 고통스러운 삶을 표현하고 세상의 관심과 인정을 요청하는 것(인정투쟁)이라면, 자해는 삶을 유지한 상태에서 인정투쟁을 하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제가 만났던 K는 중학교 1학년 때부터 부정적 감정이 폭발직전까지 올라오면 눈썹 미는 칼로 수시로 손목을 그었습니다. K는 자신이 죽음보다는 새로운 자극, 새로운 출발을 하는 계기로 자해를 하였습니다. 역설적이지만 K의 입장에서는 자해가 오히려 자신을 버티게 하는 행위로 인식되고 있었습니다.

“술에 취해 다 깨부수고 엄마와 우리를 때리는 아빠가 싫었어요. 온 동네가 떠나갈 듯 소리치고…. 너무 부끄럽고 수치스러웠어요. 그 눈썹 미는 칼로 수시로 그었어요. 정말 제가 죽고 싶은 생각이 들지만 사실 그렇게 못하니까 자해를 하는 거 같아요…. 순간적인 기분 해소가 되기 때문에, ‘아, 짜증 나’ 그러고 확 그으면 풀리잖아요. 그럼 이제 새롭게 시작하자. 오히려 그런 자극이 되는 거예요, 저한테. ‘새롭게 시작하자’ 이런 계기가. 뭔가 제 안의 저를 죽인다는 느낌….”

K는 자해 전 상황이, 내면의 나쁜 감정들을 다 배출하고 싶은 강한 충동을 느끼지만 그러한 충동을 해소할 수 없는 상태라고 하였습니다. K는 누구에게도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없고 또 누군가에게 화를 표출할 수도 없는 상황에서 감정을 풀 대상이 자신밖에 남아 있지 않을 때 자해를 실행할 여건이 조성된다고 하였습니다.

더욱이 아무도 자신을 인정해주지 않고, 오히려 주변 사람들에게 실망감만 안겨주고, 스스로도 자신이 한심하다고 느끼게 되면 한순간 화가 치밀고 공격적인 마음이 강해지면서 자해를 할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K는 자신에 대한 관찰을 통해 하나의 연속적인 과정으로 자해를 설명하였습니다.

“가끔 그냥 구역질을 하면서 토하고 싶어요. 정말. 제 안에 있는 나쁜 감정이 이렇게 쏟아져 나와서 분출이 됐으면 좋겠는데 그게 안 되는 거예요. 어렸을 때부터 아빠의 폭력을 피해 밤마다 이불 속으로 숨고 벌벌 떨었던 생각을 하니깐 더 화가 나는 거예요. ‘왜 나만 다 참아야 하고, 왜 나만 다른 애들같이 못 살고, 왜 나만 이렇지?’ 어디에서도 인정받고 있지 못한다고 느낄 때, 내가 남한테 실망감을 안겨줬다 그랬을 때, 또 제가 저를 한심하게 느꼈을 때, 그 순간에는 화나서 열 받았는데 폭발할 데가 없을 때, 우울해하다가 되게 초조해해요. 그러다가 한순간에 이렇게 쌓이거든요. 그러니까 결국에는 분노를 이렇게 푸는 거예요.”

자해 행동을 하는 사람은 자해 행동을 통해 자신의 감정이 해소되는 것(신체적 고통으로 심리적 고통을 상쇄)을 경험합니다. 그래서 자해를 반복하게 됩니다. K 역시 절정 상태의 부정적인 감정이 자해를 통해 해소되는 것을 체험하면서 자해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으면 해소가 돼요. 그게 관심 받고 싶어서 일수도 있고, 피를 보면…, ‘아…’ 이렇게 한숨이 나온다고 그래야 되나…. 해소가 돼요. 돌파구였다고 생각해요.”
황순찬 베드로 교수
인하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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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3-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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