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연 : 김정아 기자
▷취재파일 시간입니다. 보도국 김정아 기자와 함께 합니다. 어서오세요.
▶안녕하세요.
▷오늘 취재파일, 저도 궁금한데요. 다이어트 약에 대해서 취재를 했다고요?
▶날이 더워지면서 다이어트 준비하는 분들 많이 계실 것 같아 준비했습니다. 성별과 연령 불문하고 다이어트를 한 번도 안 해본 분들은 없을 것 같은데요. 혹시 다이어트 3대 성지라고 들어보셨나요?
▷다이어트 3대 성지요? 잘 모르겠는데요.
▶다이어트로 정말 유명한 병원들을 말하는데요. 다이어트 약 처방을 위해서 전날 밤부터 병원 앞에 줄을 설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간다고 합니다. 저도 취재를 하기 위해 다녀왔습니다.
▷전날 밤부터 줄 서는 거면 병원 앞에서 노숙을 한다는 건데, 진료를 위해 그렇게까지 한다고요?
▶저도 진료를 위해서 병원 앞에서 잔다는 게 이해가 안 갔거든요. 당일 아침엔 그럴 수 있는데 말이죠. 병원 후기들도 있었지만 정말 그렇게 병원 오픈런을 한다고? 그런 의문이 들어 직접 그 병원을 찾아가 봤습니다.
▷가보니까 어떤가요? 사람들이 후기처럼 정말 많던가요?
▶저는 그저께 밤 10시에 갔다 왔는데요. 제가 도착했을 때 네 분이 병원 앞에서 돗자리를 깔고 계셨고요. 모두 다 커다란 백팩을 들고, 담요, 먹을 것, 보조배터리까지 챙겨오셨더라고요. 복장은 모두 편한 트레이닝복에 모자를 쓰셨습니다. 간이침대를 들고 온 분도 봤어요. 제가 지하철 막차시간까지 있었는데 11시 반 기준으로 여덟 분 계셨습니다.
▷밤을 병원 앞에서 새우면서까지 오픈런을 하신 이유들이 궁금한데요.
▶그래서 제가 5명에게 물어봤습니다. 다들 취침을 준비하거나 또 주무시는 분들이 계셔가지고 조심스럽게 다가가서 여쭤봤어요. 사실 취재 중인데 어떻게 오게 되었는지 궁금하다 여쭤보니까 다들 친절하게 답을 해주셨는데요. 익명을 요청하셔서 이름은 밝히지 않겠습니다.
먼저 천안에서 오신 20대 A 씨는요. 처음 방문이라고 하셨는데 저보다 훨씬 말라 보이셨어요. 물론 제가 기준은 아니지만 제가 평균 몸무게거든요. 이 분은 친구의 추천으로 알게 됐는데 친구가 살을 많이 빼고 돌아와서 어떻게 뺐냐고 물어보니 이 병원을 추천해 줬다고 합니다. 곧 여행을 가는데 그전에 단기간 다이어트를 하려고 병원을 찾았다고 합니다. 부작용에 대해서는 걱정이 없는지 물어보니까 이 약이 아니면 의지할 데가 없기도 하고, 다이어트 약들 중에 마약류가 있다는 유튜브를 보고 걱정이 들긴 했지만 단기간에 빼고 싶어 찾아왔다고 말했습니다. 친구분도 처음 먹었을 땐 머리가 핑핑 도는 느낌이 들고 잠이 잘 오지 않았지만 먹다 보니 괜찮아졌다고 해서 이 분도 먹어보려고 한다고 답했습니다.
▷인터뷰 한 분들 중에 병원을 또 찾아온 사람들이 없었는지도 궁금해요. 두 번째이나 세 번째 방문이라던가...
▶인터뷰했던 5명 중 3명이 병원을 재방문한 분들이었는데요. 이번엔 인천에서 온 20대 여성분들이었는데 친구 두 분이 같이 오셨습니다. 이분들은 3번째 방문이라고 했는데요. 이분들은 배부르는 느낌과 속이 메슥거림이 느껴지는 부작용이 있었지만 큰 부작용은 없었다고 답했습니다. 말라 보이셔서 이 약을 안 드셔도 될 것 같다 말씀드렸는데 식욕이 많거나 먹고 싶은 게 너무 많을 때 조절해야 하기 때문에 처방받으러 오셨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또다시 찔까 봐 불안해서 오셨다고 하는데요. 체중에 따라서 처방받는 개수가 다른 것 같다며 자신은 3~5알 정도 먹는다고 답했습니다.
▷대부분 20대 여성들이 많은 것 같네요.
▶그렇습니다. 하지만 남성분도 계셨습니다. 여자친구분이랑 같이 오셨는데 처음 오신 거였고, 여자친구분은 두 번째 오셨다고 했는데요. 병원에서 근무하는 분이셨는데 병원 선생님들 사이에서 유명하다고 해서 알게 되셨대요. 부작용으로는 손떨림, 집중력 저하, 불면증, 심장 떨림 이런 증상들이 있었지만 체중이 잘 빠져서 부작용보다 효과가 너무 크단 생각이 들어 다시 처방받으러 오셨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이 분도 정말 마르셨어요. 인터뷰를 하다 보니 한두 명씩 사람들이 오더라고요. 그래도 막 사람이 엄청 많지는 않네, 이런 생각이 들어서 이 풍경을 매일 보시는 경비원님께 물었습니다.
▷경비원분은 매일 그 풍경을 보시니까 더 잘 아시겠네요. 항상 많다고 하시던가요?
▶요일마다 차이가 큰데, 제가 간 날이 평일이다 보니까 비교적 적다고 하셨고요. 밤보다는 새벽에 많이 와서 6시 반이면 로비까지 꽉 찬다고 하더라고요. 또 토요일 아침과 여름철엔 사람이 더 많다고 했고요. 그동안 일하시면서 병원 앞에 사람이 없었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고 말했는데요. 하루에 최소 70~80명이 방문한다고 합니다.
▷다음 날 아침의 풍경은 좀 어땠나요?
▶제가 7시 50분쯤 도착했는데요. 사람이 정말 북적북적 많았습니다. 줄이 총 6줄이었어요. 한 줄에 15명 정도로 보였고요. 병원 직원분이 오셔서 번호표를 나눠주면서 환자분들 이름이랑 처음 온 건지 재진인지를 체크하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줄을 서서 번호표라도 받아볼까 했는데 바로 제 앞에서 잘렸습니다. 제 뒤로 온 분들도 많았는데 마감됐다는 소리를 듣고 발걸음을 돌리는 분들도 계셨습니다.
제가 왔다 갔다 하면서 어떤 분들이 오셨나 연령대와 성별을 좀 체크해 봤거든요. 근데 과체중, 비만이라고 생각할 분들은 없었습니다. 저보다 마른 분들이 많았고요.
▷정상체중인데도 다이어트 약을 복용한다는 건데, 괜찮을까요?
▶저도 궁금했습니다. 정상 체중인 분들이 많이 계셨는데 이러한 다이어트 약들을 복용했을 때 문제는 없을지 걱정이 들더라고요. 또 장기간 동안 이런 약들을 먹었을 때 문제는 없을지 궁금증이 들어서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님들과 가정의학과 교수님들께 물었습니다. 먼저, 정상체중이거나 마른 체형의 사람이 복용했을 때는 실제로 효과는 없다고 해요. 오히려 부작용으로 인해 건강에 해로울 수 있기 때문에 이런 분들은 약을 처방해서 드시면 안 된다고 경고를 했습니다.
▷근데 또 두 번째 세 번째 방문인 분들도 있었는데 그러면 장기간 복용했단 거잖아요. 그랬을 경우 문제는 없을까요?
▶먼저 다이어트 약 종류가 굉장히 많습니다. 그중에 지방에 들어간 성분들 소화기에서 배제시키고 설사같이 바로 배출해 버리는 그런 약들도 있지만 중추신경에 작용하는 약들도 있다고 하셨거든요. 이런 약들이 암페타민 계열의 정신 활성제 계열의 약인데, 일명 나비 약으로 불리는 펜터민과 디에타민 같은 약들이고요. 이런 약들이 가장 위험하다고 하다고 하셨어요. 또 이러한 약들은 향정신성 의약품으로 분류가 되기도 하고요. 중독성 등 심각한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섭취에 주의해야 한다고 합니다.
▷그러면 장기간 복용했을 때 문제가 발생할 수 있겠네요.
▶그렇죠. 펜타민이랑 디에타민 같은 경우에는 약 효능이 너무 세서 장기간 섭취하면 안 된다고 합니다. 한 달 복용 후에 휴약기를 거쳐야 하는 거죠. 하지만 사람들이 이 기간 동안에도 약을 먹고 싶어 합니다. 왜냐? 살이 너무 잘 빠지니까. 그래서 불법적인 경로를 통해서 약을 구하기도 하거나 친구와 약을 나눠먹기까지 하는 거죠. 하지만 본인이 처방받지 않은 약을 먹을 경우에 부작용이 생겨도 구제나 도움을 받을 수 없단 겁니다.
▷방금 불법적인 경로를 통해 약을 구해서 먹는다고 했는데요. 이런 약들은 의사의 처방이 필요한데 어떻게 일반인들이 팔 수 있는 겁니까?
▶자신이 처방을 받고 남은 약을 SNS로 파는 겁니다. 그런데 이런 행위 자체가 불법인데요. 또 이렇게 의사의 처방 없이 복용할 경우 적정량을 넘을 수 있잖아요. 비만 약물들은 대부분 용법과 용량이 정해져 있는데요. 병합 처방해서는 안 되는 약들도 있기 때문에 이 기준을 어기고 약을 복용하면 효과보다는 부작용과 건강에 위험이 생깁니다. 심할 경우 생명을 위협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절대 의사의 처방 없이는 약을 복용하시면 안 됩니다.
또 SNS에서 쉽게 구할 수 있다고 해서 이 약들이 영양제처럼 섭취해야 하는 약들이 아닙니다. 다이어트 약들은요. 전문의약품입니다. 의사의 처방과 관리가 필요한 약물이란 겁니다. 이러한 약물들이 전문의약품으로 지정된 이유는 오남용의 우려도 있고 효과와 부작용을 모니터링하면서 복용해야 하는 약들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불법적인 거래들에 대해서 단속과 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다이어트 약, 너무 쉽게 생각하는 사회 분위기도 있는 것 같고요.
▶유명 드라마 중에 이런 대사가 떠올랐는데요. 주인공 요가 강사에게 수강생이 이렇게 물어요. "선생님, 요가 하면 살 빠지는 거 아니에요?"라고 묻자 "살은 빠지긴 하는데, 저는 약 먹고 뺐어요"라고 답합니다. 다이어트 약 쉽게 생각해선 안 됩니다. 전문가들은 다이어트를 할 때 약은 아주 보조적으로 사용해야 하는 것이고 실제 식사나 운동을 조절함으로써 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이 약만 먹으면 살이 빠진다고 쉽게 생각하고, 약으로만 다이어트를 하려는 인식에 대해선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경고했습니다.
▷ 다이어트 약들을 적정량보다 과도하게 섭취했을 때 따르는 부작용들을 좀 짚어주시면 좋겠습니다.
▶전문가들은 신체 에너지 대사나 살이 찌고 빠지는 것들, 활동량을 늘리는 것들 대부분이 사람의 행동이나 정신과 관련된 기능들이라며 이 기능들은 항상성이라는 걸 유지하도록 조정이 되어 있는데 이걸 인위적으로 약으로 강력하게 뇌에 영향을 줘서 행동이나 체중을 바꾸겠다는 건데, 그러면 반대 급부가 반드시 따른다고 경고했습니다. 예시를 들어주셨는데, 도파민이 과도하게 활성화가 돼서 그로 인해 정신병적 증상이 생긴다거나, 약을 복용하고 있지 않을 때 정상적인 활동이 유지되지 않을 정도로 우울 혹은 무기력에 빠질 수 있단 겁니다. 인위적으로 어떤 사람의 정신 기능을 바꿨을 때 생기는 아주 치명적인 부작용들이 있기 때문에 약 처방을 아주 세게 받고 싶다는 그런 생각은 아주 위험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건강하게 다이어트하는 법, 어떤 게 있을까요?
▶전문가들은 비만 치료의 가장 중요한 원칙은 균형 잡힌 영양소 식단으로 저열량으로 먹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입을 모아 말했습니다. 그다음에 신체 활동량을 늘리면서 운동을 하는거 라고 강조했습니다. 식욕 억제나 추가적인 약물의 도움이 필요할 경우엔 의사의 처방과 관리에 따라서 약물 처방을 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고 안전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정상체중임에도 과도하게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들 요즘 보면 많은 것 같네요. 제 주변을 봐도 그렇지만요.
▶제 주변을 봐도 그런 분들 꽤 있습니다. 정신건강의학과 교수가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현재의 본인 모습을 인정을 하고 객관적으로 자신의 모습을 인지를 해야 한다, 그리고 정신 건강의 문제를 들여다봐야 한다고 했고요. 또 코로나를 거치면서 신체 활동이 많이 줄어들고 사회적 활동이 줄어들면서 몸을 움직이면서 하는 활동들은 줄어든 반면에 디지털 미디어에 많이 노출되게 됐는데요. 미디어엔 자기애적 콘텐츠들이 넘쳐나는데 상대적 빈곤, 상대적 박탈감을 바탕으로 '내가 되게 못 낫고 내가 아름답지 못하고 예쁘지 않다' 이런 인식들이 기본적으로 많이 형성이 되는 것 같다며 그런 부분들이 신체 활동으로 이어지는 게 아니라 손쉽게 다이어트 약이라는 편한 방법을 선택하는 게 하나의 트렌드가 된 것 같다고 지적했습니다.
▷사회 분위기가 날씬해야 한다는 외모지상주의가 더 심해진 것 같아 씁쓸하네요.
▶취재를 하면서 건강보다도 마름, 예쁨을 더 중시하는 사회 분위기를 체감할 수 있었고요. 씁쓸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저도 아무래도 카메라에 비치는 직업이다 보니까 외적인 면을 신경 안 쓸 수가 없어요. '다이어트를 해야겠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주변에서 "이 약을 먹으면 살 빠진대, 먹어봐. 나는 효과 엄청 봤어. 부작용도 없어" 하면 흔들릴 것 같거든요. 하지만 정말 위험한 겁니다. 다이어트 병원을 찾아온 분들 보면 그렇게 오신 분들이 많았거든요. 친구의 추천, 주변 사람들의 추천으로요.
물론 과체중이나 체중을 감량해야 건강해진다는 의사의 소견을 받은 분들이라면 약을 먹어야 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내 몸에 어떤 부작용이 있을지 모르는데, 마른 몸매를 위해 다이어트 약까지 먹을 필요는 없지 않나 그런 생각이 좀 들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다이어트 약들은 정말 필요한 분들이 복용을 해야 하는 약이라는 점 다시 강조를 하고 싶고요. 꼭 전문가와 상담 후에 복용을 해야 한다는 점 말씀드리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