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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다섯 살 동갑내기 cpbc야, 네 청춘을 응원하고 기억할게”

[창간 35주년 특집 / 나는 가톨릭 청년이다] 8. 윤기혁 비오(cpbc 미디어본부 기획편성팀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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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기혁 PD가 cpbc 본사 9층 라디오 스튜디오에서 편집기를 조작하며 “마음이 아프고 소외된 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다”고 말하고 있다.
 
윤기혁 PD가 cpbc 본사 건물 외벽 대형 cpbc플러스 광고판 앞에 서 있다.

cpbc 라디오 프로그램 ‘라디오 고해소, 비밀번호 1053’ 로고.


대한민국에는 출생연도만으로 세간의 뜨거운 관심(?)을 받은 세대가 있다. 서울올림픽이 열린 해에 태어난 1988년생들이다. ‘호돌이 세대’, ‘올림픽둥이’, ‘88둥이’ 등 애칭도 유독 많다. 이들과 같은 해 세상에 나온 가톨릭평화방송ㆍ평화신문(cpbc)이 15일 서른다섯 돌을 맞는다. 그래서 이번 ‘나는 가톨릭 청년이다’도 특별한 주인공을 만났다. cpbc와 동갑내기인 88둥이 직원이다. 본사 미디어본부 기획편성팀 윤기혁(비오) PD다.

이학주 기자 goldenmouth@cpbc.co.kr



88둥이 우리는 아직 꿈많은 청춘

2018년 1월 입사한 윤기혁 PD는 일 얘기를 하는 내내 신입처럼 생기와 활력이 넘쳤다. 6년째 쉼 없이 참신한 아이디어를 쏟아내는 ‘열일’의 비결을 묻자 그가 웃으며 대답했다.

“입사하자마자 회사에서 ‘올해가 창립 30주년’이라고 하더라고요. 그 얘기를 듣고 은연중에 든 생각은 ‘올드한 매체겠구나. 새로운 시도를 하긴 힘들겠네. 아쉽다’였어요. 서른 살 청년으로서 장차 해보고 싶은 일이 무척 많았거든요. 입사 직전에 웹 예능을 만드는 스타트업에 다녀서 더 그랬죠. 그런데 생각해보니 cpbc랑 저랑 나이가 똑같더라고요. 퍼뜩 깨달았죠. ‘cpbc도 나처럼 한창 젊을 때구나. 할 일이 무궁무진하겠네’. 그래서 큰 맘 먹고 약속했어요. ‘친구야, 같이 잘 해보자’고요. 아직까진 그 약속 잘 지키고 있는 것 같네요. 하하.”



아프고 힘든 마음 위로하는 ‘작은 선교사’

방송계에서 쓰는 ‘입봉’이란 은어가 있다. PD가 처음으로 자기 이름을 걸고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을 뜻한다. 윤 PD는 입사 2년 차인 2019년 12월에 입봉했다. 그가 라디오 PD로서 기획한 첫 작품은 매일 밤 12시에 방송하는 ‘라디오 고해소, 비밀번호 1053’. 남에게 말 못 할 속사연을 사제 DJ에게 고백하고 위로받는 프로그램이었다. 청취자와 DJ 모두 익명성이 철저히 보장된다. 물론 진짜 고해성사는 아니지만, 그야말로 ‘이름값’은 제대로 한 셈이다.

고해소가 문을 열자마자 교회 안팎 다양한 사람들이 가슴 속 깊이 묻은 절절한 사연을 보내왔다. 치매에 걸린 시어머니를 봉양하다 지쳐 이젠 무슨 말을 하든 무시해버리는 60대 며느리, 용기를 내서 성소에 대해 고민을 털어놓는 전국 신학생들 등. 윤 PD는 “사연의 수위가 생각보다 무척 높아 많이 놀랐다”며 “대나무숲 역할을 잘한 것 같다”고 자평했다.

이어 2021년 윤 PD는 ‘힘들 땐 전화해’라는 프로그램 시즌 2 제작을 맡았다. 코로나19로 우울감이 커진 이들을 위로하기 위해 서울시 지원으로 만든 상담 프로그램이었다. 3년 동안 아프고 소외된 이들의 목소리를 경청한 경험은 그에게도 큰 자양분이 됐다. 사명감을 다지고, 지향점을 명확히 세운 계기가 됐기 때문이다.

“신부님마다 사목에 지향점이 있잖아요. 저 역시 ‘미디어 사도’로서 지향점을 정했어요. 따뜻한 콘텐츠를 만드는 PD, 힘든 이들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그들에게 공감과 위로를 선물해주는 ‘작은 선교사’가 되자는 것입니다.”



‘신앙 이산가족’ 상봉의 강렬한 기억

많은 이가 공감하는 프로그램을 만들려면 무엇이 가장 중요할까. 윤 PD는 “내가 받기 바라는 것을 청취자에게 해주면 된다”고 말했다.

“‘라디오 고해소’를 기획한 것도 저 자신이 고민에 잠겨 새벽까지 깨 있을 때가 많기 때문이었죠. 저처럼 고민으로 잠 못 이루는 사람들을 돕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어요. 게다가 우리 사명에 들어가는 게 다름 아닌 ‘가톨릭’과 ‘평화’잖아요. 가톨릭만이 가진 장점인 고해소라는 소재를 활용해 청취자들에게 영혼의 평화를 안겨주고 싶었죠.”

라디오 생방송으로 연락이 끊긴 대부모ㆍ대자녀를 찾는 ‘신앙 이산가족 찾기’ 캠페인을 기획한 배경도 마찬가지. 유아세례를 받을 당시 대부가 누군지 몰라 늘 아쉬움이 있었기 때문이다. 윤 PD는 “어머니 기억으론 본당 전교 수녀님이 데려온 독실한 청년 신자였다”며 “그 뒤로 단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는데, 어떤 분인지 너무 궁금했던 게 프로그램 제작으로 이어진 셈”이라고 말했다.

“저처럼 대부모 혹은 대자녀가 누군지 모르거나 연락이 끊긴 사람이 분명히 많을 거로 생각했어요. 비록 저는 못 찾았지만, 누군가 대신 꼭 영적인 가족과 재결합하면 좋겠다는 마음에 캠페인을 구상했죠. 직접 본당에 연락하고 여기저기 수소문하느라 정말 힘들었지만, 그래도 성과가 있어 보람찼습니다.”

첫 이산가족 상봉은 2019년 9월 12일 ‘그대에게 평화를’ 한가위 특집 방송에서 이뤄졌다. 윤 PD는 “전화 연결된 대부와 대자가 처음 대화를 나눈 순간, 내 일처럼 아주 기뻤다”며 “그 강렬한 기억이 생생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가톨릭평화신문에서도 이를 연중 캠페인으로 꾸려도 괜찮지 않겠느냐”고 웃으며 제안했다.



어린이 위한 프로그램도 만들고 싶어

2020년 성령 강림 대축일에 진행된 cpbc ‘모바일 성령칠은 뽑기’를 제안한 이도 윤 PD였다. 당시는 코로나19로 대면 미사에 참여할 수 없던 시기. 그는 늘 해오던 칠은 뽑기를 못하게 된 신자들의 아쉬움이 클 것으로 짐작했다. 대학생 때부터 10년 넘게 초등부 주일학교 교리교사를 해온 경험 덕이다.

“매년 교리교사회에서 성령칠은 카드를 만들어 신자들에게 나눠줬어요. 하지만 코로나19 때문에 못 하게 되니까 저희보다도 신자들이 더 허전할 것 같더라고요. 부랴부랴 성령 강림 대축일 나흘 전에 컴퓨터와 스마트폰으로 칠은을 뽑는 기획안을 만들어 냈어요. 회사에서 무척 호평하며 흔쾌히 허락한 덕에 곧장 서비스할 수 있었죠. 결과는 대성공. 무려 38만 명이나 뽑아주셨어요.”

윤 PD가 교리교사를 하는 이유는 어린이를 좋아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사랑을 대물림하고 싶기 때문이다. 그는 “주일학교 선생님들이 저를 사랑해주고 아껴줬던 기억이 지금도 또렷하다”고 전했다.

“‘교사의 기도’ 중에 사랑이 없는 지식은 아무 힘이 없다는 구절이 있어요. 저도 정말 공감합니다. 우리 신앙의 근본도 사랑이잖아요. 언젠가 교회 미래인 어린이를 향한 사랑을 담은 프로그램도 제작하고 싶어요. 그러기 위해 동갑내기 cpbc와 앞으로 지내온 시간만큼 또 함께 힘을 모아 잘 해봐야겠죠. cpbc야, 서른다섯 살 생일 축하한다! 오늘 우리 노력이 내일의 원동력이 되길 바라며, 네 청춘을 응원하고 기억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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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3-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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