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 CPBC 라디오 <김혜영의 뉴스공감>
○ 진행 : 김혜영 앵커
○ 출연 : 김정아 기자
▷취재파일 시간입니다. 김정아 기자와 함께합니다. 어서오세요.
▶안녕하세요.
▷오늘 다루려는 주제를 듣고 깜짝 놀랐어요. 60세 이상은 출입이 안 되는 카페가 있다고요?
▶네 그렇습니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인데요. 지금 보이는 라디오로 사진 띄워드리고 있습니다. 보시면 글쓴이는 한 장의 사진과 함께 이런 글을 적었습니다. "한적한 주택가에 딱히 앉을 곳도 마땅찮은 한 칸짜리 커피숍"이라며 "무슨 사정인지는 몰라도 부모님이 지나가다 보실까 봐 무섭다"고 올렸습니다. 글쓴이가 첨부한 사진을 보면요. 주택가에 위치한 작은 개인 카페로 보이고요. 출입하는 입구 벽에 '노시니어존, 60세 이상 어르신 출입제한'이라고 적혀있습니다. 그 옆엔 '안내견을 환영합니다'라고 적혀있고요. 여기에서 사람들은 "안내견은 환영하는데 노인은 출입을 금지하는 거냐며" 분노를 표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 사진을 보고 깜짝 놀랐어요. 어르신들의 출입을 제한한다고 하는 게 좀 이해가 가지 않거든요.
▶그렇습니다. 5월엔 특히나 가족 모임이 많잖아요. 어버이날, 어린이날부터 휴일도 많고요. 커뮤니티에 올라온 게시글이 이번 5월 8일 어버이날 작성된 글이라 더 큰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저도 부모님과 함께 카페를 가려고 하는데 출입이 금지가 되면 당황스러울 것 같거든요. 자식의 입장에서 부모님이 그 문구만 보더라도 상처를 받으실까 걱정이 생기잖아요. 또 제가 만약 60세 이상인데 출입이 거절된다고 하면 '내가 나이가 많아 노인이라 불편을 준다는 건가' 이런 위축감도 들 것 같습니다.
▷그렇죠. 그런 느낌이 들 수 있죠. 지난주에 이어서 이번 주말에도 가족모임 갖는 분들 많이 계실 것 같은데 말이죠. 그런데 '노시니어존'이 원래 있었나요? 이번에 처음 등장한 건가요?
▶노시니어존이 이번에 처음 등장한 건 아닙니다. 2019년도 당시에 노시니어존 식당이 등장해 논란이 되기도 했습니다. 2019년도의 기사를 캡처해서 가지고 와봤는데요. 한 식당 입구엔 '49세 이상 정중히 거절합니다'라고 적혀 있었는데요. 이 식당 주인은 노인들의 성희롱 발언에 못 견뎌 출입을 금지했습니다. '이쁜이 어딨지?'하면서 가게 주인을 힘들게 했고 혼자 일하느라 대응하기 어려워 그런 선택을 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 지금 논란이 되고 있는 노시니어존 카페도 이걸 내건 사연이 있을 것 같은데요.
▶카페 사장님께 직접 이야기를 들어보면 좋을 것 같아 연락을 드렸지만 인터뷰는 거절하셨습니다. 대신 카페 단골이라는 분을 통해 카페 사장님의 속 사정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사연을 들어보니 사장님에게 동네 어르신들이 '마담 이뻐서 온다'며 '커피 맛이 그래서 좋다' 등 성희롱 발언들을 많이 하셨다고 합니다. 사장님은 두 대학생 자녀를 둔 어머니지만 그러한 성희롱들을 듣고 감당하기는 너무 힘드셨다고 해요. 그래서 그분들께 그런 말을 하지 말아 달라고 요청했지만, '다방 마담을 마담이라고 하지 뭐라고 하냐'고 하셨다는데요. 그런 일들로 인해 노시니어존 문구를 붙이게 되셨다고 하네요.
▷노시니어존 식당의 배경도 그렇고 이번 노시니어존 카페도 그렇고 진상 손님 때문에 사장님들이 이런 노시니어존을 내걸게 되신 거네요. 공감은 가지만 아예 노시니어존이라고 할 필요가 있을까 싶긴 합니다.
▶네 맞습니다. 저도 사장님이 노시니어존을 내건 배경에 대해선 공감은 갑니다. 하지만 노시니어존으로 하면서 모든 60세 이상의 연령층 출입에 제한을 둘 필요가 있었을까 의문이 들기도 하는데요. 이 이슈에 대해선 '업주의 자유다' vs '노인 혐오와 차별이다'로 팽팽하게 의견이 갈립니다. 저도 너무 애매하더라고요. 그래서 사회복지학과 교수님들께 이 부분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 여쭤봤는데요. 교수님들은 입을 모아 "몇 명의 소수 사람들 때문에 전체를 배제하는 건 차별이 맞다" 그리고 "연령제한은 차별이다"라고 답변하셨습니다.
먼저 정순둘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이런 이야기를 했어요. 이번 경우처럼 " 몇몇의 진상 고객 때문에 그런 거라면 그 특정 인물에게 주의를 더 주거나 신고를 하는 조치를 취해야 하는 것이지 노시니어존이라고 명시하는 건 옳지 않다"며 "노인의 문제로 접근해서는 안 되고 그 문제를 일으킨 사람들의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진상 짓을 하는 사람들 중엔 젊은 사람들도 많이 있는데 그럴 땐 청년의 문제로 접근하지 않고 사람의 문제로 접근하지 않냐"며 "이번엔 개안이 아닌 노인층의 문제로 접근했기 때문에 노시니어존은 노인에 대한 혐오와 차별이 맞다"고 강조했습니다. 정리를 하자면요. 몇몇 개인으로 인해 노인 전체의 출입을 제한하는 건 노인 차별이 맞다, 노인들의 문제로 바라봐서 노인의 출입을 제한할 게 아니라 그 문제를 일으킨 사람들의 출입을 제한해야 한다는 겁니다.
▷그렇군요. 노시니어존이 어떻게 보면 세대 갈등으로도 이어질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렇습니다. 전문가들은 지금처럼 고령화가 심각해지는 상황에서 노시니어존을 둔다는 것은 사회적 연대를 저해하는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특정 연령대의 출입을 금지하는 건 연령 간의 분열을 조장하는 일이라며 앞으로 우리 사회에서 노시니어존이 늘어나게 된다면 노인을 분리하려는 움직임도 더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또 이럴 경우 노인들도 사회에 나가서 차를 같이 마시는 사회적 활동들을 꺼리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며 어르신들의 정신 건강이라든가 정서적인 측면에서 안 좋을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그런데 이걸 규제할 순 없잖아요. 어떻게 보면 사업주의 자유 부분에 해당하는 거 아닌가요?
▶그렇죠.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이렇게 얘기했습니다. 이번 케이스의 경우엔 연령 차별이면서도 업주 개인의 자유로운 결정이기도 하다며 이 2가지의 요소를 다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교수님께서 특히 강조한 부분이 있었는데요. 연령의 차별은 맞지만 이걸 법적 규제 등 강제적으로 시정하도록 해선 안 된다고 했습니다. 노시니어존을 만든 건 업주의 자유기 때문에 존중을 할 필요는 있다. 하지만 어떠한 형태라도 연령 차별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래서 연령의 차별을 법적인 수단을 대응해서 안 된다는 겁니다.
▷강제성을 띤 채 법적으로 규제하거나 대응해선 안 된다는 거군요. 앞으로 노키즈존처럼 노시니어존도 늘어날까 걱정스럽기도 하네요.
▶노시니어존이 늘어나는 건 슬픈 현실이죠. 한국 사회의 연령 차별주의가 심화됐다는 걸 보여주는 사회 현상이 될 것 같은데요. 노시니어존이 늘어나지 않으려면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논쟁과 토론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정재훈 교수님도 강조하셨던 것처럼 강제적으로 법적 대응을 하게 된다면 그런 기회들을 잃게 되는 거니깐요. 시민들이 이런 부분에 대해서 정말 열띤 토론을 하면서 스스로 결정하는 과정들이 있어야 이런 차별과 혐오의 시선이 사라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한 가지만 더 짚어볼게요. 노시니어존이 등장하기 앞서서 노키즈존이 있었잖아요. 노키즈존에 대해서도 지금 찬반 논쟁이 뜨거운데요.
▶저는 아직 미혼이라 노키즈존을 직접 겪어보진 못했는데요. 저희 촬영팀 선배가 휴가를 갔다가 노키즈존이라며 출입을 금지 당하셨대요. 네이버 지도로 카페를 검색했을 때 노키즈존이라고 명시가 되어 있지 않아서 가셨는데 출입하면서 7세 이하는 안 된다고 거절당하셨다고 하는데요. 말로만 듣던 노키즈존이라고 입장을 거절당하니까 기분이 좋지 않으셨다고 합니다.
▷주변에도 입장을 거절당하신 분들이 있군요. 이 노키즈존 카페가 어느 정도 있는지 궁금해요.
▶구글맵 지도에 '노키즈존 카페'를 검색하면 리스트가 쭉 나옵니다. 보이는 라디오로 보여드리고 있는데요. 정말 많죠. 방금 띄워드린 구글맵으로 검색한 수도권 중심의 노키즈존 카페들입니다. 다음으로 띄워드릴 지도는 제주도인데요. 이 지도는 부모들을 위해 만들어진 지도입니다. 노키즈존인지 키즈존인지 알려주는데요. 색깔 표시 보이시죠? 파란색과 초록색인데요. 앵커님은 파란색과 초록색 중에 어떤 게 노키즈존일 것 같나요?
▷파란색이 더 많아 보이는데, 키즈존 아닐까요? 제주도는 아무래도 가족 단위로 많이 가잖아요. 키즈존이 더 많겠죠?
▶아닙니다. 파란색이 노키즈존이고요. 초록색이 키즈존입니다. 한눈에 보더라도 파란색이 더 많은데, 노키즈존이 훨씬 많다는 거죠. 제주도가 가족들끼리 가는 휴양지인데도 말이죠. 그래서 그런지 제주도에선 지금 노키즈존 지정 금지 조례안이 입법 예고됐습니다. 방금 노시니어존에 대해서 말씀드리면서 이를 강제성을 두고 법적 규제를 해서는 안 된다고 말씀드렸는데요. 제주도에선 법적으로 노키즈존을 해선 안된다 이런 조례안이 발의 된 거죠.
▷이 조례안은 어떤 내용이 포함됐나요?
▶제주도의회 송창권 의원이 대표 발의했는데요. 노키즈존 지정 금지에 대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인권 차별행위를 근절하는 걸 목적으로 두고 있습니다. 제주연구원 사회복지연구센터에 따르면 전국 노키즈존은 542곳인데, 그중에 14.4가 제주도에 몰려있다고 합니다. 노키즈존도 바라보는 시각이 아동 차별이냐 영업의 자유냐 이렇게 의견이 갈립니다. 그런데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 2017년 노키즈존이 차별행위라고 판단하면서 '아동이 차별받지 않을 권리'가 '사업주들이 누리는 영업의 자유'보다 우선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노키즈존 카페는 점점 늘어나고 있는 현실이고요. 법적인 규제까지 등장한 건데 저는 이걸 법적으로 강제성을 갖는 게 정말 옳은 걸까 이런 의문이 들긴 합니다. 조례안 없이도 노키즈존이 점차 사라지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거든요. 어린이를 수용하고 받아주는 그런 사회가 될 순 없는 걸까 그런 아쉬움이 남습니다.
▷최근에 용혜인 의원도 아들과 함께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하면서 '노키즈존을 없애자'고 한 게 떠오르네요.
▶네 그렇습니다. 용혜인 의원도 어린이날 전날이죠. 5월 4일에 국회 기자회견에서 "인스타 핫플이라 불리는 카페와 식당, 심지어는 공공이 운영하는 도서관조차 노키즈존이 되어버렸다"며 "아이의 손을 잡고 나서면 어디로 가야 할지 막막하다"고 말했습니다. 또 "우리에게 필요한 건 노키즈존이 아닌 퍼스트 키즈존"이라고 주장했는데요. 용 의원은 "공공시설부터 노키즈존을 없애나가자"고 강조했습니다. 저희 평화방송과의 어린이날 인터뷰에서도 아이들이 가장 많이 시간을 보내는 곳이 편의점이라고 말하기도 했었죠. 아이들이 놀 곳이 없고 갈 곳이 없는 현실을 지적하며 최소한 공공기관에서는 어린이 차별을 근절하고 여가권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적 개선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노키즈존이 늘어가고 있는 현실이 안타까운데요. 아이들을 환영한다는 사회 움직임은 없을까요?
▶있습니다. 서울시에선 지난해 12월부터 '서울키즈 오케이존'이 등장했습니다.
▷키즈 오케이존이요? 어떤 의미가 담긴 건가요? 노키즈존과 반대되는 개념인 건가요?
▶그렇습니다. 노키즈존의 반대인 '예스 키즈존'인 거죠. 근데 이 예스 키즈존이 생겨나는 것은 너무 좋은데요. 얼마나 노키즈존이 많으면 이런 반대 개념인 오케이존을 시 차원에서 진행하나 싶어요. 씁쓸한 사회 현상인 것 같고요. 이 방송을 듣고 계신 분들의 의견도 궁금합니다. 누군가를 차별하고 배제하는 게 과연 옳은 걸까? '사업자들의 영업의 자유'와 '어린이와 노인이 차별받지 않을 권리' 중 어떤 게 더 우선이 돼야 하는 걸까, 이런 것들은 다시 한번 생각해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누군가도 다 어린이였고, 훗날 60세 70세 노인이 되는데 연령으로 차별을 받는다는 건 너무 슬프잖아요. 다양한 의견 댓글로 남겨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네 오늘 여기까지 보겠습니다. 김정아 기자 수고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