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6일, 강남의 고층빌딩에서 한 여고생이 극단적인 선택을 합니다. 여고생은 우울증 갤러리라는 인터넷 사이트를 이용해 계획을 세운 후 스마트폰으로 이를 생방송했습니다. 더욱이 갤러리 이용자들은 여고생의 생방송을 녹화해 서로 파일을 공유하며 돌려보았다고 합니다.
여고생의 극단적 선택 배경에는 디시인사이드의 우울증 갤러리가 있습니다. 디시인사이드는 복잡한 인증절차 없이 익명으로 글을 쓸 수 있는 대화 커뮤니티입니다. 그 커뮤니티 안에 우울증을 주제로 대화를 할 수 있는 대화방이 있습니다. 익명으로 글을 쓸 수 있기에 겉으로는 우울증 갤러리라고 하지만 사실 심리적으로 불안한 미성년자를 노리는 범죄공간입니다. 갤러리에 활동하는 이들이 우울증이 심한 이들에게 극단적 선택을 부추기거나 방조하고 있습니다.
지난 5일에는 우울증 갤러리에서 만난 두 여고생이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다 구조됐습니다. 두 소녀는 갤러리에 힘든 속마음을 이야기하자 사람들이 계속 죽으라고 한 것이 극단적 선택을 마음먹게 된 계기라고 합니다. 이번에도 스마트폰으로 생방송을 했는데 실시간 댓글에는 그냥 죽어라. 어서 뛰어내리라는 글이 수없이 올라왔다고 합니다.
우울증 갤러리를 이용한 범죄는 여기에 멈추지 않습니다. 한 남성이 갤러리에서 활동하던 여성에게 위로해주겠다고 만나 술에 마약성 수면제를 넣고 마시게 한 후 성폭행 했습니다. 어떤 남성은 여성의 외모를 촬영해 소위 ‘능욕’이라고 불리는 글을 붙인 후 갤러리에 ‘전시’하였습니다. 게시물을 본 사람들은 입에 담을 수도 없는 혐오의 댓글을 달았습니다. 지금도 여성 회원에게 만나자는 쪽지와 글을 수십 개씩 보내며 성 착취 범죄를 노리고 있습니다.
범죄심리전문가 이수정 박사는 한 방송에 출연해 ‘우울증 갤러리’는 “성착취, 자살조장, 마약 투약 등 최악의 조합이 다 모인 진화된 n번방”이라고 했습니다. 정서가 불안정한 이에게 JMS같은 사이비 종교에 발을 들이게 하려는 움직임도 보인다고 했습니다.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온라인 범죄현장”이라며 우울증 갤러리에 당장 폐쇄라는 온라인 폴리스 라인을 쳐야한다고 말했습니다.
더 놀라운 건 이런 비난에도 불구하고 우울증 갤러리를 운영하는 디시인사이드측이 폐쇄를 거부했습니다. 게시물의 저작권과 이용자들의 반발이 이유였습니다. 정부도 관련 법률이 없어 사이트를 강제로 폐쇄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경찰도 특별팀을 꾸려 수사를 진행 중에 있지만 유저들이 익명으로 활동해 범죄자를 특정하기가 어렵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그냥 둘 수는 없습니다. 폐쇄가 힘들면 차단이라도 해야 합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유해사이트 차단 심의를 시작했지만 한참 늦었습니다. 서둘러 결정해 빨리 접속을 차단해야 합니다. 경찰도 성착취와 극단적 선택으로 몰고 간 이들을 찾는 노력을 포기하지 말아야 합니다.
무엇보다 극단적 선택을 고민하는 이들 곁에 우리가 있어야 합니다.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다 구조된 청소년은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곳이 우울증 갤러리 뿐이었다고 합니다. 지금 청소년들은 입시 지옥을 거친 후 치열한 경쟁사회로 내몰리며 정신적 위기의 상태에 놓여 있습니다. 그들에게 다가가야 합니다. 우리 주위에 마음이 위태로운 이들은 없는지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오늘 <사제의 눈> 제목은 <새로운 n번방, 우울증 갤러리>입니다. OECD국가 중 자살율 1위, 청소년 사망원인 1위가 자살인 경쟁사회 대한민국에서 우리의 청소년과 청년들이 행복을 꿈꾸기를 바라며 오늘도 평화를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