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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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영의 뉴스공감] 이지선 "음주운전 막을 수 있는데…생명이 우스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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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CPBC 라디오 <김혜영의 뉴스공감>

○ 진행 : 김혜영 앵커

○ 출연 : 이지선 이화여대 교수

(주요 발언)
- "40번 넘는 수술, 극복 원동력은 신앙과 가족의 사랑"
- "사랑하고 싶지 않던 흉터, 사랑할 힘 주신 주님"
- "분노에 에너지 빼앗기지 않으려 용서 선물 주신 듯"
- "선물처럼 다가온 만취 운전자 용서의 마음"
- "1분 뒤 삶도 모르는데, 걱정보단 주어진 하루 살자"
- "두 번째 삶, 많은 사람 만나 작은 목소리 듣고파"


이번엔 특별한 스승을 모셨습니다. 음주운전자가 몬 차량에 엄청난 화상을 입었지만 40번이 넘는 수술을 받고 살아 남으신 분입니다. 12년의 유학생활을 거쳐 교수가 되셨고요. 올해 모교 교수로 부임을 하셨습니다. 우리 시대 희망의 아이콘, ‘지선아 사랑해’의 주인공. 이지선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스튜디오 모셨습니다.


▷교수님 어서 오십시오.

▶안녕하세요.


▷꼭 한 번 뵙고 싶었습니다. 

▶고맙습니다.


▷모교인 이화여대 부임하신 후에 오늘 처음 스승의 날 맞이하신 거잖아요.

▶네, 그렇죠.


▷오늘 하루 어떻게 보내셨습니까?

▶오늘은 사실 이화여대에서 수업은 없는 요일이어서요. 오늘 연세대 의대에 가서 특강이 있어서 옆 학교 학생들 만났고 그리고 점심에 전에 학교인 한동대학교 졸업생 하나가 연락이 와서 그 학생이랑 옛날 얘기하면서 점심 먹고 그러고 오늘 여기 왔습니다.


▷정작 모교 학생들과는 오늘 없으셨군요. 그래도 어쨌든 모교로 매일 출근하는 기분 어떠세요?

▶너무 좋고요. 곳곳에 아주 오래 전에 친구들과 있었던 추억들을 새록새록 생각나게 하는 게 재미있습니다.


▷이화여대 유아교육과 출신이시잖아요. 그러면 유치원 선생님을 꿈꾸셨던 건가요?

▶제가 유아교육과를 가야겠다 하고 간 것은 사실 아니었어서. 유치원 선생님을 하려고 생각했던 시간도 있었고, 사고 직전에는 놀이치료사가 되고 싶어서 준비하고 있었기도 했습니다. 사범대학을 나왔고 선생님으로 살 생각을 오래 하고 살았죠 사실은.


▷돌고 돌고 돌아서 모교 교수가 되셨는데 소감 어떠세요?

▶교수가 되려고 공부했던 것도 아니었고, 사실은 워낙 대학 교수 자리가 많이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거기를 꼭 가야지, 가고 싶다’ 이런 생각조차 사실 못했었는데 너무 감사하게 이렇게 저희 엄마가 제가 처음 유학 떠날 때 ‘이화여대로 갈 수 있으면 참 좋겠다’ 그러셨대요. 저도 몰랐어요. 이번에 처음 알았어요. 엄마가 그 얘기를 하시더라고요. 세월이 가면서 ‘아, 그게 굉장히 허황된 꿈이었구나’ 생각하셨다고 하는데 그래서 말 안 하셨다고 하는데 엄마의 꿈이 이뤄졌습니다.


▷학생들한테 어떤 교수님이실지 궁금해요. 엄하신 편인지, 자애로우신 편인지, 스스로 보기에 어떠십니까?

▶저는 객관적으로 실제 어떤지는 모르겠는데, 저의 마음은 늘 친절한 선생님이 되자. 그런 마음이에요. 그래서 학생들 의견도 더 많이 들으려고 하고, 그래서 학생들이 더 정하는 부분도 많게 하고 싶고, 그런 선생님으로 있고 싶은 생각이 있는데 실제 어떤지는 사실...


▷교수님 강의가 굉장히 인기가 많다고 들었어요. 인기 실감하세요?

▶그렇지 않고요. 그냥 학생들이 아마 ‘좀 유명하다던데?’ 하는 마음으로 오히려 기대하고 들어와서 기대가 크면 실망이 크잖아요. 그래서 실망을 좀 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너무 실망시키면 안 되는데 하고 조금 더 재미있는 수업을 해보려고 애는 쓰고 있습니다.


▷사회복지학과 교수님이신데, 사회복지학도 안에 세부 학문이 많잖아요. 어떤 과목 강의하십니까?

▶저는 지금 장애인복지론 수업하고 있고요. 사회복지 안에서도 장애인복지, 아동청소년권리에 관심이 있어요. 그래서 다음 학기에는 사회복지인권 과목 가르치고 사회복지 법제, 정책에 관심이 있어서요. 그런 과목도 가르칩니다.


▷교수님 사고 얘기를 하지 않을 수가 없는데, 음주운전자가 낸 사고로 화상 입으시고 40번이 넘는 수술을 받으시고, 정말 저는 말로 다 이걸 표현할 수 없다고 생각을 합니다. 그동안 겪어 오셨던 일들을요. 어려운 시기를 겪어오신 원동력, 힘, 어떤 걸 꼽으실 수 있을까요?

▶하나를 꼽기는 정말 어려운 일인데 그래도 신앙의 힘이 사실 제일 컸다고 생각하고. 가장 절망적인 순간을 한 번 떠올려 보면 제가 그 하루를 버리지 않고 제 삶을 너무너무 버리고 싶었을 때 버리지 않고 다시 삶을 부여잡을 수 있었던 가장 큰 힘은 두 번째 허락된 이 삶에도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신의 뜻. 삶이 허락된 어떤 섭리 때문이었고요. 그리고 그것과 동시에 가장 가깝게 와 닿았던 건 사실 가족들의 사랑인 것 같아요. 제가 어떠한 모습이든지 살아만 주기를 바라는 가족들이 있었고, 그 사랑이 결국은 제가 정말 사랑하고 싶지 않았던 저의 흉터들었지만 사랑할 수 있는 힘을 주셨다.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최근에 내신 책 읽어보니까 신앙 얘기를 정말 많이 하셨더라고요. 교수님은 평소에 어떤 기도 많이 하시는지도 궁금합니다.

▶최근에는 늘 체력이 많이 떨어져서 ‘힘주세요’, ‘아침에 출근할 때 늦지 않게’ 아주 사소한 기도들도 하고요. 그냥 조금 더 거창하자면 제가 처음에 두 번째 삶이 허락된 이유에 대해서, 살아갈 이유에 대해서 이제 와서 다른 소리 하지 않고 살 수 있도록 이제 와서 제 마음대로 살겠다고 살지 않게 해달라고, 저를 그렇게 지켜달라고 그런 기도하는 것 같습니다.


▷평범하고 소박한 기도 하시는 것 같습니다.

▶네, 저 굉장히 특이해 보이지만 사실 굉장히 평범하게 살고 있어요.


▷이 질문은 저도 드리면서 마음이 무거운데, 사고를 낸 음주운전자 용서하셨다는 기사를 봤습니다. 저는 머리로는 이해가 잘 쉽게 되지 않습니다. 굉장히 어려운 일이잖아요. 어떤 마음으로 용서하셨습니까?

▶저도 아마 제 얘기를 남의 얘기로 들으면 당연히 똑같은 반응을 할 것 같아요. 저는 중환자실에서 사고 경위를 처음 들었고 그거를 듣는 순간 아버지가 설명해주셨는데 ‘아빠, 혹시 그 사람들이 찾아오면 예수님이 그러셨던 것처럼 용서한다고 얘기해달라’고 그렇게 말을 했었는데. 저도 사실 제가 용서해야지 이렇게 한 것도 아니고 저의 자연스러운 첫 번째 반응이었어요. 그게 제가 특별해서 믿음이 어마어마 해서, 그릇이 정말 큰 사람이어서가 아니고 그냥 저는 주님이 주신 선물이었던 것 같아요. 제가 생존이 가장 우선 순위였던 그 시간에 적어도 누군가를 미워하고 원망하고 분노하면서 에너지 뺏기지 않도록 저에게 용서라는 마음의 선물을 주셨던 것 같고, 그래서 그 시간들을 제가 살아남는 것에 더 모두 같이 마음 모아서 힘을 모아서 그렇게 지나올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저도 지금도 미워하는 사람 있어요. 그런데 용서가 저에게는 선물처럼 왔었던 것 같아요.


▷저는 말씀을 들으면서도 정말 대단하시다는 생각 밖에 들지 않는데요. 인생은 들어갈수록 깜깜해지는 동굴이 아니라 빛이 기다리고 있는 터널이다. 인생은 동굴이 아니라 터널이다. 이 말씀을 저는 여러 번 되뇌었는데 좋더라고요. 교수님께 직접 설명을 듣고 싶습니다.

▶살면 살수록 내 인생이 빛이 없고 희망이 없다. 너무 절망적이고 끝이라는 생각이 들만큼 인생이 더 들어가면 위험해지기만 하는 동굴이구나 느껴지던 시간들이 있었는데, 그 시간들을 거기에서 멈추지 않고 포기하지 않고 계속 하루씩을 살다 보니 저 끝에 빛이 있구나. 이게 이렇게 동굴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저 끝에 빛이 있는 또 이것을 통과하는 터널이구나. 제가 알게 됐어요. 그래서 제가 지금 교수가 되고 조금 더 건강해져서 하는 말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성경의 수없이 많은 곳에서 약속해 주셨잖아요. 우리에게 꽤 괜찮은 해피엔딩이 있을 거라고. 그 말씀을 붙잡고 그 시간들을 살아왔고 그게 정말 그렇구나. 내일의 꽤 괜찮은 해피엔딩들을 만나고 살게 해주셨고 내일의 또 다른 해피엔딩들을 기대하면서 살게 해주셨어요. 그래서 제가 그런 말을 썼습니다.


▷조심스러운 질문입니다만 지금도 음주운전으로 인한 인명사고가 끊이지 않고 계속 발생하고 있습니다. 법도 강화하고 경각심도 촉구를 하는데 근절이 되지 않고 있습니다. 교수님, 어떤 얘기를 해주고 싶으세요?

▶너무 답답하고 모두가 느끼는 일들. 같은 마음이실 텐데, 저도 같은 마음이예요. 너무 벌의 수위가 너무 얕다, 너무 적다라는 생각이 들고요. 그리고 사실 이건 진짜 막을 수 있는 사고잖아요. 정말 막을 수 있는 거잖아요. 너무 쉽게. 운전만 안 하면 막을 수 있는, 막아야 하고. 그렇기 때문에 어떻게 해요? 어떻게 해야 됩니까? 이거 진짜?


▷국회나 정부가 좀 더 강력한 법과 대책을 마련해주길 교수님도 바라시는 거죠?

▶네, 정말 생명이 우스운 사람들에게, 남의 생명이 우습게 여겨지는 사람들에게 그렇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는 뭔가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교수님의 말씀이 그분들한테 아프게 정책 당국자들한테 들렸으면 좋겠습니다. 교수님 보면서 삶의 희망과 용기 얻는 분들이 참 많습니다. 이 시간, 이 순간 지금 너무나 갖가지 사연이 있겠지만 어려움과 고통에 빠져 있는 분들한테 아까 터널 동굴 얘기도 해주셨습니다만 또 어떤 얘기 해주고 싶으세요?

▶저는 진짜 힘들고 답답했을 때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제게 일어난 이런 나쁜 일들을 막을 수 없는 게 모두의 인생이 사실은 그렇잖아요. 예기치 않은 일들을 겪게 되고 막을 수 없었기 때문에 겪게 되는데, 그렇다면 그 순간 그런 불행을 만나고 나서 여러 가지 생각들을 하게 되는데, 앞으로 어떻게 되는 건지 걱정 안에 파묻혀서 살게 되잖아요. 그런데 내가 어차피 1분 뒤에 내 삶을 알 수 없는데, 1년 뒤 10년 뒤의 내 삶을 걱정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인간의 영역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걱정하는 것이. 그때부터 저는 제게 주어진 오늘 하루를 살자고 마음 먹었고 지금까지 그 마음으로 살아요. 그래서 특히나 걱정스럽고 삶의 현실이 답답하고 염려될 때 그냥 다른 것 생각하지 않으셔도 돼요. 그냥 오늘 하루 충분히 살아낸 것만으로도 우리는 우리의 인간으로서의 소명을 다했다. 이 삶에 대한 책임을 다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다른 생각 하지 말고, 오늘 하루 잠드는 순간까지 충분히 누리고 충분히 최선을 다해서 살아내시길. 오늘 하루 내가 스스로 나를 포기하지 않으시기를. 저는 팁이라면 팁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끝으로 교수님 꿈 여쭤볼게요.

▶꿈. 꿈은 재미있게 살고 싶고요. 그리고 두 번째 이렇게 허락된 삶이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게 되었어요. 그리고 만나게 되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역할을 주셨고, 그 연구를 통해서 사람들이 귀 기울여주지 않는 정말 작은 사람들의 작은 목소리, 세상에 이야기하고 우리가 같이 더불어 살 수 있도록 지원을 끌어당기고 만들고 하는 일들 하면서 살고 싶습니다.


▷재미있게 살고 싶으시다는 말씀, 꿈을 꼭 이루시길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지금까지 이지선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님과 함께 했습니다. 오늘 와주셔서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23-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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