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기자, 지난 1주일 동안 무지출 챌린지 했다면서요. 갑자기 왜 한 거예요? 힘들진 않았나요?
▶요즘 정말 물가가 너무 많이 올라서 카드 명세서를 받을 때마다 흠칫 놀랍니다. 월급이 정말 통장을 스쳐 지나가는 수준이라서요. 앞으로 결혼도 하고 집도 사려면 돈을 모아야 하는데 너무 어렵더라고요. '어떻게 하면 저축을 하고 돈을 모을 수 있을까' 고민을 하고 있었는데 친구가 무지출 챌린지를 해보면 어떻겠냐고 하더라고요. 혼자 하면 재미가 없으니까 오픈 카톡방 거지방에서 응원받으면서 해보자고요. 그래서 지난 1주일 동안 무지출 챌린지를 해봤습니다.
▷거지방이요? 이게 무슨 방인가요?
▶카카오톡 오픈 카톡방인데요. 사람들이 서로 소비를 하지 않도록 지출을 막아주는 그런 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는 오늘 자 기준으로 1,170명이 있는 거지방과 843명이 있는 거지방 둘 다 들어가 봤어요.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었는데요. 저는 이렇게 거지방에 사람들이 많이 모여있을지 몰랐거든요.
▷이 카톡방에서는 주로 어떤 이야기가 오고 가나요?
▶제가 공감되는 내용들을 캡처해서 가지고 와 봤는데요. 어떤 한 분이 바나나우유를 구매한 사진과 함께 1700원이라며 "물가가 정신이 나갔다"고 올렸습니다. 그 밑으로는 "맞다, 물가가 너무 올랐다"며" 바나나우유 사 먹는 건 사치"라고 말합니다. 다음 사진도 보여드릴게요. 아침마다 출근길에 커피 한잔 사서 들어가고 싶잖아요. 이 분도 그런 마음이 드셨나 봐요. "1500원짜리 아이스 아메리카노 살까요 말까요"라고 올리셨어요. 거기에 사람들이 이렇게 답합니다. "회사 믹스커피 드세요"라고요.
또 다른 분은 "지금 아이스 라테 사 먹었습니다"라고 올리자 "사치입니다"라고 답이 달립니다. 또 있어요. "콜라 마시고 싶은데 이것도 사치인가요"라고 하자 "사치입니다. 침 삼키세요. 물 드세요"라고 반응합니다. 이렇듯 이 방에서는 "2천 원도 과소비"라고 말합니다. "2천 원이면 한 끼 식사도 할 수 있다"며 "2000원에 30일을 곱하면 6만 원을 아낄 수 있다"라고 지적합니다.
▷그런데 회사 생활하면서 지출을 아예 줄일 순 없잖아요.
▶네 그렇습니다. 저도 1주일 동안 지출을 아예 안 하는 건 불가능하더라고요. 그래도 고정지출인 점심과 저녁, 교통비 등을 빼고 좀 줄이는 노력을 해봤습니다. 많은 분들이 제일 먼저 줄이는 부분이 커피더라고요. 프랜차이즈 대형 카페를 가면 기본 5,000원입니다. 그러면 주 5일을 하면 2만 5천 원이 나가는 거죠. 4주라고 하면 십만 원이 커피값으로 나가는 겁니다. 그래서 이 지출을 줄여보고자 저렴한 카페를 찾아봤습니다.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1,500원인 곳도 있거든요. 그래서 총 7,500원의 지출이 나갔고요. 점심은 가톨릭회관에 있는 구내식당을 이용했습니다. 외부인은 5,500원인데요. 직원들은 조금 더 할인을 해줍니다. 저는 카드에 충전돼 있는 금액이 빠져나가 따로 추가로 지출이 발생하진 않았습니다.
또 많은 분들이 교통비 지출을 줄이기 위해서 따릉이를 타고 다니시더라고요. 저는 회사가 집에서 거리가 있는 편이라 지하철을 이용하는데요. 어떻게 하면 고정지출인 교통비를 줄일 수 있을까 알아보니까 '알뜰교통카드'가 있더라고요. 아직 저는 한 달을 꼬박 쓰지 못했지만 한 달 정도 쓴 친구에게 이야기를 들어보니까 대략 2만 원 정도 할인을 받을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알뜰 교통카드는 앱을 다운로드해서 신청하시면 됩니다.
▷그렇군요. 이렇게 하면 고정 지출 비용을 조금은 줄일 수 있을 것 같네요.
▶저는 지금 사회 분위기가 너무 확 바뀌었다는 걸 느껴요. 왜냐하면 제가 대학교 다닐 때는 욜로족이 정말 많았거든요. 하지만 지금은 정말 정반대가 됐습니다. 사람들이 지갑을 닫고 소비를 극으로 줄이고 있습니다. 제가 그 세대의 중심에 있는데요. 왜 이런 현상이 있는 걸까 주변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면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여유가 없어졌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사람이 여유가 생기면 지갑도 열고 취미생활도 하고 여행도 가고 그러잖아요. 하지만 이제는 그런 마음의 여유와 경제적인 여유가 없으니까 지갑도 닫고 소비도 극으로 줄이고 있는 거죠.
▷우리 청년들의 주머니 상황이 좋지 않은 것 같습니다. 정부가 청년들을 위한 대책을 좀 내놔야 할 것 같은데요.
▶ 최근에 정부도 그렇고 여당도 그렇고 청년 표심을 잡으려는 것인지 노력을 좀 하고 있습니다. 먼저 정부의 대책을 살펴볼게요. '천 원의 아침밥 사업'에 대한 지원 규모를 69만 명 분에서 150만 명 분으로 대폭 확대하기로 했습니다. 정부 예산 규모도 7억 원대였는데 15억 원대로 8억 원을 증액했습니다. 두 번째로 짚어볼 건 주거분야입니다. 정부가 오는 2027년까지 58만 호 규모의 청년 주택을 공급한다고 밝혔습니다. 공공분양으로 34만 호, 공공임대로 24만 호를 공급할 예정입니다.
특히 공공분양의 경우엔 '미혼 청년 특공'이 신설됐습니다. 요즘 결혼하지 않은 청년들이 훨씬 더 많거든요. 제 주변도 그렇고요. 그래서 이 부분은 청년들의 이야기를 좀 반영한 부분 같아서 긍정적으로 보였고요. 또 최근에 전세사기가 정말 심각하잖아요. 청년들이 연이어 극단적 선택을 하기도 했고요. 그래서 정부가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 청년 임차인 보호 정책도 강화한다고 밝혔습니다. 허위광고 단속 그리고 공인중개사 관리 감독 강화가 있고요. 또 신규보증금 상습 미반환 임대인 정보 공개 추진 등이 있습니다.
▷그래도 청년들을 위한 정책이 마련되고 있긴 하네요. '청년도약계좌' 이건 뭔가요?
▶정부가 밝힌 청년정책 아마 이 정책에 대해 가장 관심을 갖고 계실 것 같은데요. '청년도약계좌'입니다. 다음 달에 출시 예정인데요. 문재인 정부가 내놓았던 '청년희망적금'과는 다른 상품입니다. 헷갈리시면 안 됩니다. 그러면 어떤 점들이 다른가 짚어보겠습니다. 먼저 기간과 납입한도가 다릅니다.
희망적금은 2년 동안 매월 50만 원의 한도고요. 도약계좌는 5년 동안 매월 70만 원 한도로 납입하는 상품입니다. 또 희망적금은 2년간 고정금리거든요. 하지만 도약계좌는 변동금리 상품입니다. 2년은 고정금리지만 3년째부터는 변동금리가 적용이 되는 거죠. 지금 보면 한창 고금리 상품이 나오다가 다시 금리가 떨어지는 상황이잖아요. 전문가들은 2024년부터는 저금리 기조로 전환될 거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는데 변동금리라는 점은 좋게 평가될 수 없는 거죠. 그래도 도약계좌는 납입 기간을 채웠을 때 5천만 원가량의 목돈을 만들 수 있는데요. 하지만 중도 해지 시에는 정부 기여금이나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없습니다.
그러면 청년들은 고민에 빠지겠죠. 중복은 안 되거든요. '희망에서 도약으로 갈아타느냐 마느냐' 선택해야 합니다. 저는 갈아탈지 말지 고민하고 있는데요.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도약 계좌가 좀 아쉬운 부분이 기간입니다. 5년 동안 매월 70만 원을 납입해야 한다는 게 가장 걸립니다. 사실 지금 청년층은 50만 원 납입도 부담을 느끼고 있거든요. "월급에서 50만 원씩 빠져나가면 굶어야 한다"면서 '절망 적금'이라는 오명까지 붙었습니다. 그래도 기간이 2년이니 생활비가 빠듯하더라도 좀만 참자할 텐데, 이번엔 5년이니까 부담이 되는 거죠. 희망적금만 하더라도 출시 1년여 만에 45만 명 넘게 해지했거든요. 그래서 지금 윤석열 정부가 내건 청년 도약 계좌의 실효성 문제가 불거지고 있는 겁니다.
▷여윳돈이 없어서 계좌를 해지하는 현실인데, 5년이라는 기간을 둔 이 도약계좌가 인기가 있을지 의문이 드네요. 여당과 야당이 내놓은 청년 정책은 어떻습니까?
▶먼저 국민의힘이 어필하는 청년 정책을 살펴보면요. 국민의힘엔 '청년정책네트워크'라는 조직이 있거든요. 지난 1일에 출범했는데 위원장은 김기현 당대표입니다. 여기에 김병민 최고위원과 장예찬 청년최고위원, 배현진 조직부총장이 위원으로 함께하고요. 또 박수영 여의도연구원장, 김가람 청년대변인, 김재섭 도봉구갑 당협위원장 등이 포함됐습니다. 연령대를 보면 가장 어린 00년생도 있는데, 90년대생과 80년대생이 가장 많습니다. 내일모레 2호 청년 정책을 발표할 예정인데요. 그러면 1호 정책은 뭐냐, '민간기업 채용 시 토익 성적 유효기간을 기존 2년에서 5년으로 늘리는 정책'입니다.
지난 대선 때 윤석열 대통령이 심쿵 공약으로 내걸었던 부분이기도 한데요. 공공기관 취업 준비생에 한해서 어학 성적 2년 유효기간이 끝나기 전에 사이버국가고시센터에 성적을 등록하면 5년을 보증하게 됐습니다. 하지만 청년들이 공공기관만 취업을 준비하는 건 아니잖아요. 그래서 똑같이 민간기업이나 로스쿨 등에서도 유효기간을 5년으로 늘려달라는 요구가 많았거든요. 그래서 국민의힘에선 청년들의 요구에 부응해 민간 기업 취업 시에도 유효 기간을 연장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로 이 정책을 내놨습니다. 대학생들과 취업준비생은 열렬한 환호를 보내고 있고요. 그래서 이번 2호 공약은 어떤 내용이 발표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국민의힘이 청년 정책에 있어서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모습이고요. 민주당은 어떤가요? 지금 김남국 의원의 코인 사태로 청년 지지층이 돌아선 모습인데요.
▶이러한 여론을 인식했는지 어제 민주당은 국회 교육위에서 학자금 무이자 대출법을 단독으로 처리했습니다. 어떤 내용이냐면요. 학자금을 빌린 대학생이 졸업 후에 소득이 생기면 원리금을 갚게 하는 제도입니다. 원래는 원리금 상환 전에도 이자가 붙었거든요. 하지만 이 법은 이자를 봐주는 거라고 볼 수 있습니다. 상환을 시작하기 전 기간은 이자를 면제해 주고요. 또 원리금 상환을 시작했더라도 육아휴직이나 실직, 폐업으로 소득이 사라지면 이 해당 기간에도 이자를 면제해 주는 겁니다. 하지만 이 정책에 대해 국민의힘은 "고졸 이하 청년들은 아예 이런 대출 혜택 자체가 없고 서민 소액대출도 이자율이 3~4 임을 감안한다면, 학자금 대출 1.7의 이자를 중산층 가구 청년들까지 면제해주자는 것은 포퓰리즘"이라며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그렇군요. 오늘 취재파일에서는 무지출 챌린지부터 정부와 여당, 야당의 청년 정책까지 짚어봤습니다. 김정아 기자 수고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