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인터넷 커뮤니티 ‘우울증 갤러리’가 청소년들의 자살을 부추긴 것도 모자라, 각종 범죄의 창구가 되고 있습니다.
진화된 n번방으로 불리는 ‘우울증 갤러리’ 이대로 놔둬도 괜찮을까요?
김혜영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국내 최대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 디시인사이드의 ‘우울증 갤러리’입니다.
로그인 없이 일상과 생각을 공유하는 글이 하루에 수 천건 씩 올라오는데, 이 중엔 우울감을 호소하는 글도 적지 않습니다.
문제는 익명성에 숨어 자살을 방조하거나 부추기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겁니다.
지난달 16일 10대 소녀 A양이 SNS 생중계를 켜놓고 고층건물에서 투신했는데, 20대 남성이 이를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두 사람 모두 ‘우울증 갤러리’ 이용자였습니다.
경찰은 A양에 대한 2차 가해와 모방범죄를 우려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와 디시인사이드에 ‘우울증 갤러리’ 폐쇄를 요청했습니다.
하지만 디시인사이드는 이용자들의 저작권을 이유로 폐쇄를 거부했습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결정을 미루고 전문가들의 자문을 받기로 했는데, 심의가 늦어지는 사이 비극은 또 발생했습니다.
‘우울증 갤러리’를 통해 알게 된 10대 소녀 2명이 어린이날에 자살을 시도하다 긴급 구조된 것입니다.
며칠 전에 나온 통신자문특별위원회의 자문 결과는 차단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
차단이 필요한 글이 많지 않고, 해당 공간에서 위로를 받는 효과가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이유였습니다.
자살을 부추기고 방조하는데 그치지 않고, 자살 영상을 소비하고 동반 자살자를 구하는 창구가 된 ‘우울증 갤러리’.
여기에다 미성년자를 유인해 음주와 마약을 권하고 성착취를 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돼 경찰이 수사 중입니다.
전문가들은 자살을 부추기는 행위를 처벌하는 입법이 시급하다고 지적합니다.
<이수정 /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피해자가 결국은 투신에 이르게 된 데는 게시판에 올라온 악성 글들, 자살을 종용하는 혐오 발언들, 이런 것들이 결국은 끔찍한 선택을 하는 데 촉매 요인이 된 것으로 보이거든요. 그런데 자살과 연관된 적대적 발언을 할 때 그거를 제재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모호합니다.”
근본적으로는 청소년들이 ‘우울증 갤러리’를 찾는 이유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CBS 김현정의 뉴스쇼>
“청소년들이 자기의 어떤 답답함을 소통할 수 있는 사이트가 또 만들어져야 되잖아요. 국가가 익명성을 가지는 사이트를 만들어서 청소년들이 같이 함께 이야기할 수 있는…”
전문의는 우울감이 심할 경우 상담을 받을 것을 권유했습니다.
<김남우 / 서울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아마도 자살 자체를 원하는 게 아니라 이 힘든 고통으로부터 벗어나길 원하는 것이라고 추해봅니다. 당신을 둘러싼 외부의 상황을 바꿔보는 것도 가능하지만, 저는 상담을 받아보시길 크게 권유드립니다. 정말 상상하지도 못하는 자유의 길이 열릴 수도 있습니다.”
<차바우나 신부 / 한마음한몸자살예방센터장>
“살면서 큰 용기가 필요한 순간이 바로 남한테 도와달라고 말할 때인 것 같습니다. 저는 주변 사람들이 여러분을 돕고 싶어 하는 마음을 분명히 가지고 있다고 믿습니다. 그리고 여러분을 분명히 사랑하고 있을 거라고 거듭 믿습니다.”
대한민국 청소년 사망 원인 1위는 수년째 자살입니다.
더 이상의 비극을 막으려면 적극적인 관심과 대책, 입법이 필요합니다.
cpbc 김혜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