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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모르게 배송해 드립니다"…상자 속엔 ''낙태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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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헌법재판소가 2019년 4월, 형법상 낙태죄에 대한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린지 4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국회는 관련 입법을 외면하고 있습니다.

국회의 무책임 속에 온라인상에선 인공임신중절약이 불법으로 유통되고 있습니다. 

보도에 김정아 기자입니다.

[기자] 현재 국내에선 인공임신중절약, 이른바 낙태약의 판매와 유통은 모두 불법입니다.

식약처의 허가를 받은 약이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온라인상에선 이 약을 판매한다는 글을 아주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간단한 검색만으로도 낙태약을 구매할 수 있는 사이트들이 여러 개 나옵니다. 

가격은 35만 원.

성공률이 98라고 광고합니다. 

취재진이 상담원에게 연락을 취해봤습니다. 

"여기서 구매해도 괜찮나요? 약이 안전한지도 걱정됩니다."

"네 고객님. 정상 임신이시고 주수에 맞게 복용 시 효과는 98 이상입니다."

약을 어떻게 받을 수 있는 건지 물었습니다. 

"현재 미국제품 생산되지 않아 프랑스 원형 제품으로 배송해드리고 통관 문제로 알약만 배송됩니다. 해외배송이고 환불 안 됩니다."

국내에서 유통이 불법인 약이 어떻게 통관이 가능한걸까.

"타인 모르게 비밀포장"이라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안심하고 복용해도 된다는 상담사. 

정말 그럴지 산부인과 전문의에게 물었습니다. 

<최안나 / 국립중앙의료원 산부인과 전문의> 
"지금 이렇게 미프진을 국내에서 판매하고 있는 사이트는 모두 불법 사이트고 거기서 상담하는 의사도 아니고 그냥 불법 약을 유통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그 사람이 별문제 없다는 말을 믿고 드시면 정말 위험한 거고요."

최 교수는 "때로는 과다 출혈을 일으켜 심각한 상황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판매자들의 말만 믿고 약을 복용한 여성들은 부작용에 시달리고 있었습니다.

<최안나 / 국립중앙의료원 산부인과 전문의> 
"일단 유산된 상태에서 불완전 유산 상태로 출혈이 지속이 된다든지 그 이후에 정상 생리가 돌아오지 않아서 병원을 와서 진료받고 계시는 경우 굉장히 많고요."

하지만 최근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에서는 안전한 임신중지를 보장하기 위해 이 약을 필수의약품으로 지정하고 도입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SNS상에서 이뤄지는 불법 유통 판매로 생산지도 알 수 없는 약을 복용해야 한다"며" 안전한 임신 중지를 받을 권리가 침해됐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불법 유통이 이뤄진다고 해서 낙태약을 허용하자는 건 말이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박은호 신부 / 가톨릭생명윤리연구소장> 
"판매가 허가되지 않은 이유는 그만한 위험성이나 여러 가지 문제점들이 있기 때문에 판매를 하지 않는 거겠죠. 단지 불법 유통이 이뤄진다고 해서 그것을 허용하자고 하는 것은 일단 논리적으로도 맞지 않는 것이고…불법 유통이 자꾸 이뤄진다는 것은 이제 그것을 어떻게 하면 막을 수 있을까 거기에 대한 고민을 해야 되는 것이지…"

<최안나 / 국립중앙의료원 산부인과 전문의> 
"집에서 혼자 그러다가는 아기가 죽는 것뿐만 아니라 산모도 사망할 수 있는 굉장히 위험한 것이기 때문에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도록 정부의 단속이 정말 시급한 상황입니다."

헌법불합치 결정 후 4년째 무법상태에 놓인 낙태.

전문가들은 정부도 국회도 모두가 손을 놓고 있는 이 상황이 여성들을 위험하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낙태를 안 할 수 있는 사회, 어떻게 만들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시급합니다. 

 


CPBC 김정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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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3-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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