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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남 신부의 ''신약성경,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23) 사람이 소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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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느님과 재물을 함께 섬길 수 없다”는 말씀에 공감이 됩니다. 그러면서도 살아가다보면 돈이 너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돈이 많았으면 하는 마음은 잘못된 걸까요?

하느님이냐 재물이냐 하면 많은 분들이 “하느님과 재물 중 하나만을 선택하란 말이야?”라고 반문하십니다. 우리 교회는 오랫동안 재물에 대하여 부정적인 입장을 취해 왔습니다. 그것은 아마도 수도원 문화의 영향이 아닌가 하는데, 수도자들이 재물을 멀리하려는 마음이 신자들에게도 전달이 되면서 생긴 현상입니다.

그래서 간혹 “가톨릭신앙을 가지면 돈 벌기 어렵다”라고 하면서 거리를 두는 사람들도 생기곤 합니다. 그러나 이 복음 말씀을 하느님이냐 돈이냐 양자택일하라는 식으로 해석해서는 안 됩니다. 영성심리에서는 이 부분을 열린 마음이냐 닫힌 마음이냐로 해석합니다. 내 마음이 하느님께로 향하면 마음이 열리지만, 재물로 향해 있으면 마음이 닫힌다는 것입니다.

마음이 닫힌다는 것은 어떤 상태인가? 나에게 다가오는 사람들에 대해 의심을 버리지 못하는 병적인 지경, 혹 ‘저놈이 내게 사기치려고 오는 놈은 아닐까’ 하는 생각에 불안감이 떠나지 않는 상태를 말합니다. 사람들에 대해 마음을 닫은 상태입니다. 이런 마음은 사람으로 하여금 무엇을 보든 간에 값으로 평가하려는 천민의식에 젖어들게 해서 인간성이 상실된 괴물로 만들어갑니다.

십 몇 년 전 재개발에 들어가는 동네의 본당을 사목하면서 사람들이 돈에 중독이 되면 어떻게 변질돼 가는 지를 아주 적나라하게 봤습니다. 용돈을 벌려고 남의 집에 불을 지르려는 아이들, 공문서를 위조하던 사람들, 주민들을 겁박하던 동네 깡패들, 쫓겨나는 주민들을 위로해주기는커녕 집값 오를 생각만 하던 주변의 주민들, 코빼기도 안 비치던 자식들이 부모가 보상금 받는다고 하자 뻔질나게 찾아오던 몰골들, 보상금을 다 주면 편히 모신다고 하더니 노인분을 골방에 가두고 밥도 제대로 주지 않던 자들…. 사람이 재물을 신으로 여길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5년 반 동안 진저리나게 목격했습니다.

모든 것을 돈으로 얻을 수 있는 자본주의 사회 안에서 재물은 중요합니다. 자신의 욕구를 채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도 재물이 필요합니다.
문제는 마음 안의 가치 순위입니다. 내가 소중히 여기는 것의 첫 번째가 사람이 아니고 재물이 되는 경우 사람을 사람으로 보지 못하는 눈뜬 소경이 되고 맙니다. 그리고 이런 철학을 가지고 살 경우 주변에 사기꾼들만 모이고 자신이 가진 돈이 떨어지면 바로 버림을 받게 됩니다.

어떤 철학자가 말하길 “돈은 똥이다. 그래서 돈이 있는 곳에는 똥파리 같은 인간들이 모인다”고 했습니다만, 역으로 똥이 없어지면 파리들도 사라집니다. 그리고 남은 사람은 고독사를 면하기 어렵습니다.

주님께서 재물보다 하느님을 더 소중히 여기라고 말씀하신 것은 재물보다 사람을 더 소중히 여기라는 말씀입니다. 재물만 바라보다 고독사하지 마시고 사람을 소중히 여겨서 사람들이 주는 사랑 안에서 행복하게 사시길 바랍니다.


■ 마태 6, 24

“아무도 두 주인을 섬길 수 없다. 한쪽은 미워하고 다른 쪽은 사랑하며, 한쪽은 떠받들고 다른 쪽은 업신여기게 된다. 너희는 하느님과 재물을 함께 섬길 수 없다.”

홍성남 마태오 신부
(가톨릭 영성심리상담소 소장)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23-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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