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마약에 관한 기사가 넘쳐나고 있다. 요즘처럼 마약 관련 기사를 자주 접했던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인기가 높았던 영화와 드라마에서 주인공 역을 맡았던 유명 연예인이 여러 종류의 마약을 투약하였다는 기사는 많은 사람에게 적지 않은 놀라움과 실망감을 안겨주었다.
연예인뿐 아니라 일반인의 마약 사용에 관한 기사도 자주 등장하고 있다. 마약을 투약한 운전자가 환각 상태로 운전하다 일으킨 7중 추돌사고는 마치 영화에서나 볼법한 끔찍한 사고였으며,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사고로 믿기 어려웠다. 청소년 마약 사용에 관한 기사도 있었다. 강남 학원가 근처에서 학생들에게 마약을 제공하고 이를 빌미로 학부모를 협박하는 일도 있었고,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마약을 구매해 투약한 중학생 자녀를 어머니가 신고했다는 기사도 있었다. 대검찰청 자료에 따르면, 10대 마약사범은 2017년 119명에서 2022년 481명으로 5년 동안 약 4배로 증가했다.
마약 사용은 마약을 사용하는 개인은 물론 우리 사회에 막대한 사회경제적 손실을 초래한다. 따라서 마약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마약이 더는 확산하지 않도록 효과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할 때다. 정부도 마약의 확산을 인식하고 다양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으나 주로 마약 밀수 단속과 마약사범 처벌 강화에만 집중하고, 마약 사용에 대한 정확한 실태 파악에 기초한 정책을 마련하는 것 같지는 않다.
사실 지금까지 국내 마약 사용 인구에 관한 전국 규모의 조사가 이뤄진 적이 없다. 적발된 마약사범의 수에 근거하여 마약 사용 인구를 추정하는 수준이다. 예를 들면, 2022년에 검거된 마약사범 1만 8395명의 10배 또는 30배를 마약 사용 인구로 추정하는 식이다. 제대로 된 정책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실태 파악이 우선되어야 한다. 마약 사용 인구의 규모, 마약 사용 경험자의 특성, 주로 사용되는 마약의 종류, 구매 경로 등을 제대로 파악하고 그에 따른 정책이 마련될 때 그 정책이 효과를 낳을 수 있다는 것은 자명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우 1971년부터 약물 사용 및 건강에 관한 전국 규모의 조사(National Survey on Drug Use and Health)를 매년 실시하고 있다. 이 조사는 술, 담배뿐 아니라 마약에 관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으며 12세 이상 국민 약 7만 명이 조사에 참여하고 있다. 이 조사는 미국 국민의 마약 사용 실태에 관한 최신 정보를 제공하며, 관계 기관과 연구자들은 예방, 치료 및 재활 프로그램 개발을 위해 조사 결과를 활용하고 있다. 일본에서도 1995년부터 일반 성인을 대상으로 전국 규모의 마약 사용 실태조사를 해오고 있다.
이들 국가는 우리나라보다 마약 문제가 더 심각하여 일찍부터 마약 사용에 관한 실태조사를 했을 것이다. 이들 국가의 경험을 참고하여 전국 규모의 조사를 설계하고 시행해 국내 마약 사용의 실태를 정확히 파악할 필요가 있다. 또는 이미 시행 중인 국민건강영양조사, 정신건강실태조사, 청소년 건강행태조사에 마약 관련 문항을 추가하는 것도 효율적인 방법이 될 것이다.
특히 아직은 마약 사용 경험률이 낮은 청소년 대상 조사에서는 마약 사용 경험 외에 마약 사용에 대한 태도, 마약 사용 관련 보호 및 위험 요인을 파악하는 것도 필요하다. 대표성을 갖춘 표본을 대상으로 하는 실태조사가 조속히 시행되어 우리나라 마약 사용 실태를 정확하게 진단하고 그 결과에 기초하여 효과적인 마약 예방교육과 마약중독 치료 및 재활 정책이 마련되길 바란다.
김용석(프란치스코) 가톨릭대학교 사회복지학과·중독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