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0차 풍수원 성체현양대회가 6월 8일 원주교구 횡성 풍수원성당 성체광장과 성체동산에서 원주교구와 춘천교구 공동주최로 성대히 거행됐다.
제100차 풍수원 성체현양대회에는 춘천교구와 원주교구는 물론 전국 각 교구 신자 3500여 명이 참석해 입추의 여지없이 자리를 가득 메우며 어느 때보다 뜨거운 성체 신심을 드러냈다. 주최 측에서 미리 준비한 자리가 부족해 수백 명의 신자들은 성체광장 둘레 바닥에 간이 방석을 깔고 앉는 불편한 상황에서도 끝까지 성체현양대회에 참석했다.
이날 오전 10시30분 춘천교구장 김주영(시몬) 주교 주례로 성체광장에서 지극히 거룩하신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 미사를 봉헌하기 훨씬 전부터 본당 명칭이 붙은 버스와 승합차들, 개별적으로 출발한 승용차들이 풍수원성당에 속속 도착하기 시작했다. 성당 입구에서 성체광장으로 올라가는 언덕길 양쪽에는 한복을 곱게 차려 입은 여성 신자들이 참석자들에게 안내문을 나눠 주며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참석자 중에는 걸음이 불편한 노인들도 자주 눈에 띄어 100년을 이어온 풍수원 성체현양대회의 역사와 전통을 느끼게 했다.
신자들에게 생명을 주는 성체의 신비를 깊이 묵상하는 날을 맞아 ‘생명나눔 장기기증 희망등록 캠페인’ 부스도 운영돼 많은 신자들이 관심을 보였다.
미사를 주례한 김주영 주교는 인사말에서 “뜻깊은 풍수원 성체현양대회 100차를 맞이했다”며 “성체성사는 교회와 신자들을 살게 하는 신비의 핵심이면서 성체를 통해 주님의 현존을 체험한다”고 말했다. 김 주교는 “한국교회 천주교 신자 5명 중 1명 정도만이 실질적으로 신앙생활을 하고 있는 현실에서 하느님 백성이 주님의 현존을 체험하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면서 “풍수원 성체현양대회에 참석한 신자들은 성체의 신비 안에서 하느님을 만나도록 하자”고 당부했다.
강론을 맡은 김동훈 신부(라파엘·춘천교구 영북지구장) 역시 “오늘 이 자리는 성체 안에 현존하시는 예수님을 통해 하느님께 더 큰 영광을 드리고, 당신의 생명마저 나눠 주시는 하느님께 찬미를 드리는 시간”이라고 밝혔다. 이어 “하느님은 우리에게 생명을 택하는 삶을 살라고 요청하지만 우리 시대는 생명보다는 죽음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면서 “제100차 풍수원 성체현양대회에 참석한 우리는 죽음의 문화를 회개하고 생명을 살리는 삶에 우리 자신을 봉헌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미사 후에는 원주교구장 조규만(바실리오) 주교 주례로 성체행렬과 산상 성체강복을 했다. 산상 성체강복 장소인 풍수원성당 성체동산에 운집한 신자들은 ‘하느님 찬미’ 기도문을 바치며 성체 안에 계신 하느님께 간절히 자신을 의탁했다.
지팡이를 짚고 제100차 풍수원 성체현양대회에 참석한 박정임(마리아 고레티·80·춘천교구 양구 해안본당)씨는 “건강이 안 좋아 언제 또 풍수원에 올 수 있을지 몰라 기를 쓰고 찾아왔다”며 “매번 풍수원 성체현양대회에 참석할 때마다 하느님의 큰 사랑을 체험한다”고 말했다. 허은순(도로테아·80)씨는 “풍수원본당 신자로 살며 풍수원 성체현양대회에 참석한 지 벌써 60년이 넘었고, 매년 성체 안에 계신 예수님을 만나는 기쁨을 누린다”고 밝혔다.
풍수원 성체현양대회는 1920년에 처음 시작된 뒤 6·25전쟁이 이어지던 3년을 빼고는 코로나19 기간에도 매년 빠짐없이 거행돼 올해로 100차를 맞이했다. 1996년부터는 원주교구와 춘천교구가 공동으로 주최하고 있다. 풍수원 성체현양대회는 그리스도교 생활 전체의 원천이자 핵심으로 예수님께서 사람들을 구원하고자 십자가에 희생되시고, 당신의 몸과 피를 제물로 바쳐 우리에게 양식으로 남겨 주신 성체성사의 신비를 전하는 한국교회 대표적인 신심행위로 자리잡고 있다.
박지순 기자 beatles@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