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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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와 시노달리타스] (8) 시노달리타스의 전형으로서 제2차 바티칸공의회(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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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획은 한국그리스도사상연구소와 가톨릭신문이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시노달리타스는 한국교회의 쇄신을 위해 찾아온 절호의 기회다. 그런데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의 주제를 ‘시노드 정신을 살아가는 교회를 위하여’로 선정하고 전 세계적으로 시노드 과정에 들어갔지만, 한국의 각 교구별 시노드 이후 시노달리타스에 대한 관심은 많이 퇴색된 듯하다. 시노달리타스의 본격적 실천은 2024년 정기총회 2회기 이후가 될 것이지만, 총회가 끝나고 최종문헌이 반포된다고 지금의 현실이 변할지는 의문이다. 이는 오늘날 시노달리타스가 대두되고 있는 교회의 현실과 시대적 도전에 대한 위기의식의 부재가 원인일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시노달리타스의 전형인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정신을 새롭게 살피고 우리 것으로 하는 것은 매우 시급한 과제다.


■ 재조명되어야 할 공의회 정신

공의회 정신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현시대의 도전 앞에서 교회의 선교 사명을 새롭게 인식하고 회개와 쇄신을 통해 새로운 방법으로 전 구성원이 능동적으로 교회 사명에 투신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시대의 도전에 대한 진지한 경청이자 교회의 선교 사명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공의회는 문헌 이전에 하나의 ‘역사적이며 영적인 사건’이다. 과거에 일어난 사건이며, 역사의 매 순간 새롭게 일어나야 할 사건이다. 공의회는 교회가 자기 자신을 바라보고 세상을 바라보며 평신도를 바라보는 방식에서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온 사건이었다. 특히 그리스도교 중심적 세계관에서 벗어나 다원적이고 급변하는 세상과 대화하기 위해 세상 속으로 투신한 사건이었다. 이는 한 사람의 생각이나 한순간의 결정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닌 오랜 시간의 준비와 영적 싸움과 각고의 노력이 가져온 결과다. 여기에는 교회가 새로운 세상의 도전에 응답하기를 바라는 하느님 백성의 기대와 희망도 함께 작용하였다.

교회는 근대 계몽주의의 도전 앞에서 오랫동안 피상적으로 혹은 권위주의적으로 대응해 오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를 기점으로 전적인 변화와 쇄신을 도모했다. 그동안의 경직된 호교론적 자세, 곧 방어적이고 소극적이며 대화를 회피하는 자세에서 벗어나, 복음 진리가 모든 시대의 물음에 답한다는 확신을 바탕으로 벽을 허물고 세상과의 대화에 나섰으며, 세상 사람들의 문제와 어려움, 고민과 갈등 등을 함께 고민하며 복음 안에서 그에 대한 진정한 해결책을 모색하고자 하였다.


■ 교회 자신에 대한 새로운 인식

여기에는 근본적으로 교회 자신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 작용하였다. 공의회는 교회를 하느님 나라에 대한 약속된 표지라는 종말론적 전망에서 이해하였고, 교회 그 자체로 존재 의의를 지닌 것이 아니라 봉사하기 위해 존재함을 인식하였다. 교회는 완성된 실체가 아닌, 하느님 나라의 완성을 향해 인류와 함께 걷는 여정 중에 있는 순례자다.

이러한 인식 변화는 교회와 세상의 관계에도 변화를 가져온다. 공의회는 교회를 세상을 ‘향한’ 교회에서 세상 ‘안’의 교회로, 세상 안에서 세상과는 다른 삶을 살며 세상을 변화시키는 존재로 인식하였다. 세상을 향해 가르치고 계도하는 자세가 아닌, 세상 속에서 세상 사람들의 고민과 갈등, 어려움과 문제들을 함께 고민하며, 이에 대한 답을 함께 찾고자 하였다. 교회의 존재 이유는 세상 속에서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며 그들과 삶을 나누고 신앙의 증언을 통해 봉사함으로써 어두운 세상에 구원의 희망을 전해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 육화하는 진리

이러한 변화는 그리스도의 복음이 인간 문제에 대해 궁극적으로 답한다는 확신, 신앙 진리를 동시대 사람들에게 믿을 수 있고 이해할 수 있도록 전하기 위해, 곧 소통하기 위해 새로운 신앙 언어가 필요하다는 인식을 통해 가능했다.

또한 여기에는 그리스도 신앙 진리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 자리하였다. 그리스도 신앙 진리는 역사와 동떨어진 채 존재하는 것이 아닌 인간 역사 안에, 그리고 삶 안에 육화하는 진리다. 그리스도의 복음은 인간 삶이나 문화와 동떨어진 채 존재하는 것이 아닌, 삶과 문화를 관통하며 자신을 관철한다. 교회의 사명은 바로, 이 복음을 인간 삶의 모든 분야를 관통하는 진리로 제시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동시대 사람들과 대화하며 그들의 물음과 문제에 관심을 기울여야 하며, 그리스도의 복음을 그에 대한 답으로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이는 궁극적으로 세상과 교회를 성속이원론이 아닌 신학적 눈으로 새롭게 바라본 것이며, 이에 따라 평신도의 세속성이 구원의 역사에서 갖는 위상을 새롭게 인식한 것이다. 이는 평신도만이 아닌 교회 자신이 갖는 세속성이기도 하다.


■ 요청되는 회개

공의회를 통한 개방과 대화의 자세는 저절로 행해진 것이 아니라 교회의 내적, 외적 회개의 결과였다. 여기서 회개란 자족하는 교회에서 탈피하고, 세상 속에서 자신의 선교 사명을 새롭게 인식하는 것이다. 자기가 있어야 할 곳이 바로 세상 속임을 깨닫고 자기 자리를 떠나 밖으로 나가는 것이다. 시노드 정신을 실현하는 교회는 자기 것을 고수하지 않고 대화를 통해 새로운 내일을 모색하는 교회다. 세상을 향해 가르치고 훈계하는 자세에서 벗어나, 세상 사람들의 삶에서 출발하여, 그 안에서 그들이 겪는 고통과 괴로움, 어려움과 문제들에 귀를 기울이고, 그에 대한 답을 함께 찾아가는 교회다.

교회가 공의회를 통해 전적으로 개방과 대화의 자세로 돌아서기까지 각고의 노력과 시간이 필요했다. 그것은 공의회 개최와 함께 단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 서서히 준비되고 전개된 변화였으며, 여러 반대와 회의를 넘어야 하는 영적 싸움이기도 했다. 이는 공의회 정신을 한국교회의 것으로 삼기 위해서는 그와 같은 준비, 각고의 노력, 시간, 그리고 회개가 필요함을 의미한다.

시노드 정신을 구현하고자 노력하는 한국교회는 이러한 영적 여정에서 어디쯤 와 있는가? 세상 속에 현존하는 교회로서 자기 자신을 실현하고 있나? 한국인의 삶, 거기서 제기되는 문제, 갈등 등에 얼마나 많은 관심을 두고 함께 고민하며 그리스도의 복음과 신앙을 삶으로 증언하고자 하는가? 모든 이가 선교 사명의 주역이라는 인식, 세상 속에서 선교하는 제자로 파견되어 살아가는 신자로서의 신원을 명확히 인식하고 있는가? 하느님 백성 전체가 함께 던져야 할 질문들이다.







한민택 바오로 신부(수원가톨릭대학교 교수)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23-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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