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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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교구 평신도사도직협의회 ‘수산종자 방류 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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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5일 오후 2시 경남 창원시 광암항에서 열린 ‘수산종자 방류 사업’에
참가한 신자와 수도자들이 치어를 바다에 방류하고 있다.
사진 박원희 기자



끝은 ‘새로운 시작’으로 이어진다. 절망 후엔 희망을 품고, 죽음 뒤엔 부활을 꿈꾸는 것처럼, 흐르는 시간 안에서 세상의 많은 것들은 새롭게 태어난다.

6월 15일 오후 2시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진동면 광암항은 이런 단어들의 의미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는 자리였다. 오염된 바다의 모습을 보면서는 절망과 죽음을 떠올렸고, “해양 생태 회복”을 외치는 이들의 힘 있는 목소리에선 희망과 부활을 맛본 현장.

마산교구 평신도사도직협의회(회장 최종록 대건 안드레아, 담당 최봉원 야고보 신부, 이하 평협)가 주최한 ‘해양 생태 환경 및 자원회복을 위한 수산종자 방류 사업’ 현장을 찾았다.


바다를 품은 교구

때 이른 더위, 뙤약볕이 내리쬐는 광암항에는 활어차 2대가 멈춰 서 있었다. 활어차에서 내려진 건 수많은 치어들. 문치가자미, 우럭, 참돔, 참볼락 등 치어들이, 드넓은 바다로 향하는 순간을 꿈꾸며 커다란 아크릴 어항으로 옮겨졌다.

이번 방류사업은 올 1월, 평협 정기총회에서 ‘생태환경분과’(위원장 강석중 요한 보스코)가 결성되며 본격화됐다.
2022년 총회에서 ‘찬미받으소서’ 7년 여정의 실천 방안에 대해 논의했던 평협은, 교구 특성을 살릴 수 있는 활동들을 고민하다 ‘바다’에 주목했다. 바다를 품고 있는 교구에는 어업에 종사하는 교구민이 많았고, 해양 생태를 위한 노력을 이어가는 것이 교구만의 특색있는 활동이라는 데 의견이 모였다.

2022년에는 강의와 전시 등을 진행하며 관련 내용을 알리는 데 집중했다. 그리고 올해, 생태환경분과를 조직하면서 보다 실질적인 활동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고, 치어 방류 사업이 구체화되기 시작했다.

(사)한국수산종자산업협회도 힘을 보탰다. 한국수산종자산업협회 회장이자 평협 부회장을 맡고 있는 박완규(토마스 아퀴나스)씨는 협회 회원들에게 도움을 청했다. 행사 취지에 공감한 회원들은 십시일반 마음을 모았고, 전남 고흥과 여수, 경남 남해, 통영, 거제 등 10여 곳에서 정성껏 키운 치어들을 보내왔다. 총 15만 마리. 환산하면 1억3000여만 원에 달하는 양이었다.

생태환경분과위원장 강석중씨는 “해양 오염 실태와 수산 자원 중요성에 대해 알리는 것이 가장 필요한 일이라 생각했기에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끌 수 있는 치어 방류를 계획했다”면서 “어민들이 중요하다고 여기는 어종들을 골랐기에, 지역민들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행사장에는 세 개의 부스가 설치됐다. ▲‘NO 플라스틱’ 부스에서는 분해되지 않는 플라스틱 사용의 위험성과 플라스틱을 대체할 수 있는 종이 포장에 대해 알렸다. ▲‘유령 어구’ 부스에서는 바다에 버려진 채 방치된 어구들의 사진이 전시됐고, ▲‘비치코밍’ 부스에서는 바다 표류물이나 쓰레기를 주워 모아 재활용하는 방법에 대해 고민할 수 있도록 방문객들을 이끌었다.

평생을 광암항 인근에 살았다는 손명(81)씨는 “어린 시절과 비교해보면 물이 탁해졌고 어획량도 많이 줄었음을 느낀다”면서 “치어를 방류하면 어민들에게 도움이 될 것 같아 와 봤는데, 사람들이 잘 모르는 바다 상황에 대해 알려주는 좋은 행사인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마산교구장 서리 신은근 신부(가운데)와 전 총대리 최봉원 신부(오른쪽)가 전시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 박원희 기자



기적은 일어나지 않아도, 희망이 쌓이면

행사장에는 신자와 지역민 300여 명이 모였다. 기획 단계부터 지역민의 폭넓은 참여 방안을 고심했던 만큼 창원시의회, 마산합포구청, 수협, 경남수산자원연구소, 해양항만수산국 등 행정기관 관계자들이 참석했고, 다수의 주민과 수산업 제단체들, 그리고 소비자기후행동 등 지역 환경 단체도 함께했다.

마산교구장 서리 신은근(바오로) 신부는 격려사를 통해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필요한 생태 활동에 적극 나서준 모든 교우들과 행사 관계자들에게 감사드린다”면서 “이곳에서 바다를 새롭게 바라보고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날 참가자 중 가장 눈길을 끈 건 마산교구 창원 명서본당 성모유치원 7살 어린이 28명이다. 미래 세대 대표로 초청된 어린이들은 환경 보존 방법을 묻는 사회자의 질문에 “쓰레기 버리지 않기!”, “환경 사랑해주기!”를 크게 외쳤고, 치어를 바다로 방류하면서는 “잘 커서 다시 돌아와”, “나중에 꼭 다시 만나자” 등을 큰 목소리로 외쳐 눈길을 끌었다. 어린이들에 이어 참가자들이 작은 양동이에 치어를 나눠 담아, 바다에 풀어주는 것으로 이날 행사는 마무리됐다.

평협 회장 최종록씨는 “한 번의 행사로 생태계가 ‘기적처럼’ 좋아질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면서 “교구, 본당 등과 연계해 생활 속에서 생태 환경 운동이 지속적으로 이어질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최 회장의 말처럼, 단 한 번의 방류행사로 해양 생태계를 완전히 되살리는 건 어려운 일이다. 방류된 15만 마리 치어 중 살아남는 것도 극히 일부라고 한다. 하지만 치어들이 자라는 과정에서 나오는 배설물 등이 수초를 자라게 하고, 수초와 함께 다양한 생명 개체수가 늘어나 전체 해양 생태계가 ‘서서히’ 회복되기를 기대하는 것이 방류 사업의 핵심이다. 민둥산에 나무를 심으며 생태계가 회복되기를 기대하듯이.

프란치스코 교황은 말한다. “이러한 노력으로 세상을 바꿀 수 없다고 생각하지 말아야 합니다. 이러한 행동은 사회에 선을 퍼뜨려 우리가 가늠할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결실을 가져옵니다. 이러한 행동은, 때로 눈에 잘 뜨이지 않지만 늘 확산되는 경향이 있는 선을 이 세상에 불러일으키기 때문입니다. 더 나아가, 그러한 행동의 실천으로 우리는 자존감을 회복할 수 있게 됩니다.”(「찬미받으소서」 212장)

이미 망가진 생태계가 우리의 노력으로 회복될 수 있을지, 언제 어떻게 회복될지 명확하게 예측하는 것은 어렵다. 하지만 지금,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해보는 것이 생태 환경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 아닐까. 절망적인 현재를 바꿀 수 있다는 확고한 희망을 품고, 새로운 시작을 꿈꾸며.

최종록 회장(왼쪽 두 번째)과 박완규 부회장(오른쪽 두 번째) 등 평협 관계자들이 치어를 방류하는 모습.
사진 박원희 기자

 

한국수산종자산업협회 회원들의 기부로 마련된 15만 마리 치어들.     사진 박원희 기자

 

성모유치원 어린이들이 전시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 박원희 기자

 

이나영 기자 lala@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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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3-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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