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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한마음한몸 자살예방센터 공동기획 ‘우리는 모두 하나’] (25) 인생에 획을 그어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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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대한민국의 역술시장, 사주와 점을 보는 사업은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답답한 마음을 누군가 들어줬으면 좋겠고, 지금 힘든 게 해결되지 않더라도 힘든 이유(의미)라도 알면 마음이 가벼워질 것 같아 찾는다고 합니다. 지금 우리 사회가 얼마나 답답한 처지에 있는지 보여주는 듯합니다.

최근에 면담한 어느 30대 청년의 이야기입니다. 그동안 정말 열심히 살았는데 갑자기 힘들어서 한순간도 견딜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합니다. 몸도 여기저기 아픈 게 느껴지고 당장이라도 모든 걸 놓고 싶었지만 부모님 생각, 주변 사람들 생각하며 그날도 억지로 몸을 일으키고 출근을 했다고 합니다.

지금까지 열심히 살아왔는데 어느 순간 왜 사는지 이유를 모르겠다는 것입니다. 누군가는 배부른 소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 먹고 살만해지니까 하는 소리라고 말입니다. 하지만 물질적으로 풍요로워질수록 사람들은 물질로는 채울 수 없는 것을 더욱 강하게 느끼고 외로움과 불안감에 시달리며 삶의 의미를 찾으려고 합니다. 그 의미를 찾지 못할 때 살아가는 실감이 나지 않고 삶과 죽음의 경계선은 흔들리고 맙니다.

예수님이 만난 한 사람도 그러했습니다. 그의 이름은 디스마입니다. 예수님이 십자가형에 처해졌을 때 양 옆에 죄수 둘이 함께 매달렸는데 그는 오른쪽에 있었기 때문에 오른쪽 강도, 우도라고 부릅니다. 사실 그는 자신의 죗값을 마땅히 치르는 중이었습니다.

왼쪽에 매달린 이가 외쳤습니다. “너 자신도 살리고 우리도 살려봐라!” 악을 쓰며 외칩니다. 하지만 우도 디스마는 말합니다. “예수님, 선생님의 나라에 들어가실 때 저를 기억해 주십시오.”(Jesus, remember me when you come into your kingdom.)
“내가 진실로 너에게 말한다. 너는 오늘 나와 함께 낙원에 있을 것이다.”(루카 23,42-43 참조)

인생 막장에서 억세게 운 좋은 사람 우도 디스마. 하지만 저는 초점을 다스마가 아닌 예수님에게로 맞추고 싶습니다. 무엇이 그를 이렇게까지 만들었을까? 무엇이 그의 인생을 아무 의미도 없이 살다가 그토록 마무리하게 만들었을까?

예수님이 디스마의 옆에 있었던 것은 우연이 아닙니다. 홀로 쓸쓸히 죽어가고 있는 한 사람의 곁에 있어주기 위해서 예수님께서 일생을 거쳐 그곳에 도달하셨습니다. 디스마는 가장 고통스러운 순간에 자신의 말을 들어주시는 분을 만납니다. 그가 만난 것은 인생의 의미였고 곧 구원이었습니다. 삶의 의미를 잃고 결국 자신까지 잃은 한 사람의 옆에 있어주기 위해 예수님은 십자가에 달리셨던 것입니다. 예수님은 그 청년 인생에 획을 그어주었고, 그 획은 마침표를 쉼표로 바꾸었습니다.

우리도 예수님처럼 지금 내 눈 앞에 있는 이의 쉼표에 획을 그어줄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그 사람과 내가 지금 눈이 마주친 것은 우연이 아닙니다. 그리고 획을 그어주는 것은 거창한 일이 아닙니다. 그냥 잠시, 함께 머물러주는 것입니다. 그 획은 마침표를 쉼표로 바꾸어 줄 것입니다.
차바우나 바오로 신부
한마음한몸운동본부 자살예방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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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3-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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