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국회에 일명 조력존엄사 법안이 발의된 후, 안락사에 대한 찬반 논쟁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가톨릭교회는 안락사를 살인으로 보고, 법안에 대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는데요.
안타깝게도 안락사를 좋은 죽음이라고 잘못 생각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가톨릭이 보는 좋은 죽음이란 어떤 걸까요?
이를 명쾌하게 설명해주는 책이 번역됐습니다.
김혜영 기자가 소개해드립니다.
[기자] 개인의 자유를 존중하고 보장하는 우리 사회.
하지만 법적으로 허용되지 않는 자유가 있습니다.
바로 죽을 권리입니다.
안락사 또는 의사조력자살로 불리는 죽을 권리.
가톨릭은 이를 살인으로 바라봅니다.
그런데 반론을 제기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이들은 안락사가 환자의 요청에 따른 것이기에 살인이 아니라고 주장합니다.
이탈리아 밀라노 성심가톨릭대에서 윤리철학을 강의하는 아드리아노 페시나 교수는 저서 「안락사, 죽음과 그 밖의 것들」에서 이를 철학적으로 재반박합니다.
“안락사는 자살을 도와달라는 요청, 혹은 자기 살해의 위임이다”
그래서 “모든 살인이 안락사는 아니지만, 모든 안락사는 살인”이라고 경고합니다.
가톨릭생명윤리연구소장 박은호 신부가 페시나 교수의 저서를 번역한 것은 안락사를 존엄사로 미화하며 법제화하려는 국내 움직임과 맞닿아 있습니다.
<박은호 신부 / 가톨릭생명윤리연구소장>
“안락사나 의사조력자살 같은 문제들을 정확하게 바라보고 비판할 수 있는 시선을 길러주는 책이라고 생각을 해가지고 번역을 하게 됐고요. 특별히 죽을 권리에 대한 이야기라든가 이런 부분이 현재 한국 사회에 굉장히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생각해서…”
페시나 교수는 의료의 온정적 간섭주의의 문제점도 신랄하게 비판합니다.
환자에 대한 연민에 사로잡힌 일부 의사들이 안락사에 동의하며, 삶과 죽음을 인간학이 아닌 의료의 문제로 생각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죽음은 선(善)으로 제공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합니다.
좋은 죽음이란 고통이나 통증을 피하려고 죽음을 앞당기는 행위가 아닙니다.
영적으로 준비된 상태에서 돌봄을 받으면서 맞이하는 죽음이 좋은 죽음입니다.
<박은호 신부 / 가톨릭생명윤리연구소장>
“가톨릭교회가 바라보는 좋은 죽음이라는 건 마지막까지 사람들과의 관계 안에서 사랑 받고 존중받으면서 생을 마감할 수 있는 죽음이 아닐까 생각을 하게 되고요.”
중요한 건 연명치료 중단과 안락사는 다르다는 점입니다.
가톨릭은 피할 수 없는 죽음이 임박했을 때 특정한 처치를 포기하는 건 정당하지만, 환자에게 마땅히 제공해야 할 간호를 중단해선 안 된다고 강조합니다.
박은호 신부는 의료인을 비롯해 죽음에 대해 고민하는 이들에게 이 책을 추천했습니다.
<박은호 신부 / 가톨릭생명윤리연구소장>
“일단은 생애 말기 환자들을 돌보시는 의사라든가 간호사 같은 의료인분들에게 먼저 추천을 해드리고 싶고요. 또 꼭 그렇지 않더라도 죽음에 대해서, 죽음의 문제에 대해서 고민하시는 교우들에게 책을 추천해드리고 싶습니다.”
CPBC 김혜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