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청 세계주교대의원회의 사무처는 오는 10월 4~29일 교황청에서 열리는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첫 회기 의안집(Instrumentum Laboris, Working Document)을 6월 20일 공개했다. 의안집 공개에 앞서 5월 10일과 11일에는 의안집을 검토, 승인한 바 있다.
의안집은 오는 10월 교황청에서 시작해 내년 10월까지 이어지는,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제1회기와 제2회기 논의의 기본 자료가 된다. 이번 의안집은 2021년 10월부터 2년 가까이 진행된 교구 단계와 대륙별 단계의 논의를 모은 결실로서, 세계가 겪고 있는 전쟁과 불평등, 빈곤, 여성과 평신도의 역할 등을 다루고 있다.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의안집의 성격과 개요를 살펴본다.
■ 성격
의안집은 오는 10월과 내년 10월 두 회기로 나뉘어 교황청에서 열리는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안내서’(Guide)라고 볼 수 있다.
세계주교시노드 사무총장 마리오 그레크 추기경은 의안집을 공개하는 자리에서 “의안집은 교황청 문서가 아닌 모든 교회의 문서이고, 책상에서 쓰여진 문서가 아닌 모든 이가 공동 저자인 문서로서, 모든 저자는 성령에 순응해 각자 자기 역할을 하도록 부름받았다”고 말했다. 또한 “의안집에는 시노달리타스에 관한 이론적이고 체계적인 설명이 아니라 교회가 경험하며 맺은 열매, 교회가 함께 걷는 가운데 배운 것들과 우리가 배운 것에 대해 우리 자신에게 던진 질문이 담겨 있다”고 밝혔다.
이번 의안집에는 하느님 백성 어느 누구의 목소리도 배제돼 있지 않은 것이 본질적 특징이다. 하느님 백성 전체 목소리, 시노드 과정에서 분별 역할을 하고 있는 사목자들 목소리 그리고 시노드 참여자들을 지지하고 동반하면서 앞으로 나아가도록 격려하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목소리 모두가 담겨 있다. 그레크 추기경은 “의안집은 하느님의 모든 백성들이 이미 시작된 시노드 여정에 참여하는 기회이자, 지금까지 참여하지 못했던 이들을 시노드 여정에 참여시키는 기회이기도 하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레크 추기경의 말은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주제인 ‘시노드 정신을 살아가는 교회를 위하여: 친교, 참여, 사명’을 충실히 표현하고 있다. 이 점을 반영하듯 오는 10월 교황청에서 열리는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제1회기 참석자들의 자리 배치도 이전 세계주교시노드와는 달라질 예정이다. 이전에는 교황청 시노드홀에서 체육관 청중석 형태의 자리에 앉았지만 오는 10월 제1회기는 교황청 성 바오로 6세 홀에서 개최되고 참석자들은 원형 테이블에 앉는다. 원형 테이블은 참석자 모두가 토의에 보다 적극적으로 임하고 기여하는데 효율적인 도구가 될 수 있다는 의미를 표현한다.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책임보고관인 장-클로드 홀러리치 추기경 역시 의안집의 성격이 ‘문서’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홀러리치 추기경은 “의안집은 세계주교시노드에서 여러 차례 수정과 투표를 거쳐 최종안으로 도출될 것으로 기대되는 문서가 아니다”라며 “또한 의안집은 시노달리타스에 관한 질문들에 ‘임시적인’(provisional) 답변을 하는 것도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홀러리치 추기경은 “의안집은 모든 단계 시노드 과정의 결과이고, 그 결과는 시노드 참가자들이 답변해야 하는 질문으로 이끈다”는 말로 의안집의 성격을 규정했다. 즉, 의안집의 구성은 세계주교시노드의 구조적 역동성과 밀접하게 연결된다는 것이다.
의안집은 2021년 10월 교황에 의해 시노드 여정을 사는 교회로 성장하기 위한 발걸음으로서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가 시작된 이래 지난 2년 동안 전 세계 교구들의 경험을 하나로 모은 시작점이지 종착점은 아니다. 그렇기에 의안집이 요청하는 것은 참여와 식별이며, 앞으로 시노드 과정의 목표는 새로운 문서를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라 교회 사명을 완수하겠다는 희망의 지평을 여는 것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
■ 구성과 개요
의안집은 약 60쪽 분량으로 ‘서문’(Foreword), 그리고 본문에 해당하는 ‘워크시트’(Worksheets for the synodal assembly)로 구성돼 있다.
2021년 10월 이후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진행경과를 포함하고 있는 서문은 ▲‘시노드 여정으로 가는 교회를 위하여’ ▲‘친교, 참여, 사명’ 두 부분으로 나뉘어진다.
‘시노드 여정으로 가는 교회를 위하여’에서는 시노드 여정을 걷는 교회의 특징을 언급하면서 ‘성령 안에서의 대화’(Conversation in the Spirit)를 강조하고 있다.
‘친교, 참여, 사명’은 시노드 여정을 걷는 교회에 우선적으로 필요한 세 가지 과제이다. 친교는 우리가 하느님과 보다 온전히 일치를 이루기 위한 표지와 도구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서 시작된다. 참여의 문제는 복음 전파 사명에서 필요한 절차와 기구, 조직은 무엇인가라는 권한과 권위(Governance and Authority)와 관련된다. 사명의 핵심 요소는 공동 책임성이며, 복음 전파라는 사명에서 어떻게 우리의 재능과 책임을 더 잘 나눌 수 있는지 질문해야 한다.
본문은 5개씩 3부분이 모인 15개 주제를 다룬다. 주제 설명에 앞서 오는 10월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제1회기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 위해 작성된 의안집의 성격을 고려해 본문이 구성됐다는 사실을 밝히고 있다. 아울러 본문 내용이 각각의 대륙에서 도출된 세 가지 우선순위(친교, 참여, 사명)를 식별하는 효율적인 도구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도 제시한다.
본문 첫 번째 부분에서는 ‘공동의 집’을 위한 자비와 헌신이 시노드를 지향하는 교회의 친교를 어떻게 풍성하게 할 수 있는지, 교회 안에서 재능을 교환하는 역동적인 관계가 어떻게 성장할 수 있는지, 시노드를 사는 교회가 새로워진 교회일치 활동에서 어떻게 교회의 사명을 수행할지, 복음의 관점에서 종교 간 문화와 대화를 어떻게 인식하고 그 풍부한 결실을 거둘지를 논의한다.
본문 두 번째 부분은, 복음 전파 사명의 의미와 내용을 공유하면서 어떻게 함께 걸어갈지, 모든 이가 선교 사명을 수행하는 교회가 되기 위해 교회에 필요한 일은 무엇인지, 세례받은 여성 신자의 존엄성을 인식하고 증진함으로써 교회는 어떻게 사명을 더 잘 수행할 수 있는지, 선교의 관점에서 볼 때 사제직을 평신도 직책과의 관계에서 어떻게 적절히 평가할 것인지, 시노드적인 선교 관점에서 주교직을 어떻게 새롭게 하고 증진할 것인지 논의하고 있다.
마지막 본문에서는 교회의 봉사와 선교 실행을 새롭게 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인지, 성령의 도움을 받아 시노달리타스 정신 안에서 식별과 결론 도출 과정을 어떻게 발전시킬지, 지역교회를 조직화하는 시노달리타스 과정을 어떻게 구조화할 수 있는지, 교회의 협력을 표현하기 위해서 세계주교시노드 기구가 어떻게 강화될 수 있는지 다룬다.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제1회기에서는 의안집에 따라 각 교구와 대륙이 마주하고 있는 기후위기, 전쟁, 교회 내 여성 지위, 소수자 존중 등 구체적 현안을 다룰 전망이다.
박지순 기자 beatles@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