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노드 정신을 살아가는 교회를 위하여: 친교, 참여, 사명’을 주제로 2021년 10월 9일 교황청 개막미사로 시작된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첫 회기(10월 4~29일) 의안집(Instrumentum Laboris)이 승인됐다.
교황청 세계주교대의원회의 사무처는 지난 5월 10~11일 교황청에서 제15차 정기회의를 열고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첫 회기 의안집을 검토, 승인했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세계주교시노드는 교구 단계와 대륙별 단계를 거쳐 보편교회 단계로 돌입하게 됐다.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첫 회기 의안집 발표를 계기로 지금까지 거쳐 온 과정과 앞으로 진행 계획을 짚어 본다.
세계주교시노드는 경청의 자리
세계주교시노드(Synod of Bishops)는 지역교회 사목자인 전 세계 주교들이 교회의 중대사를 숙고하며 교황에게 자문하는 회합이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를 마무리한 성 바오로 6세 교황이 제정한 뒤 1967년 교황청에서 제1차 정기총회가 열렸고 이후 3~4년 주기로 이어지고 있다.
교회법 제342조는 세계주교시노드를 “교황과 주교들 사이에 밀접한 연합을 조장하고 또한 신앙과 도덕의 옹호와 발전 및 교회의 규율의 준수와 강화를 위하여 교황에게 자문으로 보필하며 아울러 세상에서의 교회의 행동에 관한 문제들을 숙고하기 위하여 세계의 여러 다른 지방들에서 선발되어 정하여진 시기에 함께 모이는 주교들의 회합”으로 정의한다.
‘경청’을 핵심 개념으로 하는 세계주교시노드는 특히 현재 진행 중인 제16차 정기총회에서 경청의 의미가 더욱 강조되고 있다. 이것은 이전과 달리 제16차 정기총회는 지역의 목소리를 경청하는 모임도 정기총회 과정에 포함시켰다는 점에서 확인할 수 있다.
또한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난해 10월 16일 “이미 시노드의 열매가 맺어지고 있지만 더 풍성한 열매를 맺기 위해서 우리는 결코 서두르지 않을 것”이라며 2023년 10월 한 회기로 예정했던 세계주교시노드 본회의를 2024년 10월까지 연장하기로 결정한 것은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가 갖는 중요성을 말해 준다.
아울러 세계주교대의원회의 사무처는 지난 4월 26일 기자회견에서 “교황이 비(非)주교, 즉 사제와 부제, 수도자, 평신도 남녀들이 투표권을 갖고 시노드에 폭넓게 참여하도록 승인했다”고 밝혔다. 특히 세계주교시노드에서 여성이 참관인으로 참여한 적은 있었지만 투표권을 갖게 된 것은 이번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가 처음이다. 그만큼 교회를 구성하는 모든 하느님 백성의 목소리를 더욱 경청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교구 단계-대륙별 단계 어떻게 이뤄졌나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첫 회기 의안집이 발표되기까지 2년 가까운 기간 동안 교구 단계와 대륙별 단계를 먼저 거쳤다. 이미 거쳐 온 단계를 다시 살피고 평가하는 것은 앞으로 진행될 보편교회 단계를 준비한다는 의미를 가질 수 있다.
한국교회는 2021년 10월 교황청과 전 세계 교회에서 일제히 개막한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교구 단계를 결산, 종합하는 ‘제3차 교구 책임자 전체 모임’을 2022년 6월 28~29일 서울 중곡동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에서 가졌다. 이에 앞서 전국 각 교구는 교구별로 진행한 교구 단계 시노드 모임을 마무리하고 2022년 6월 중순을 전후해 교구 보고서를 주교회의에 제출했다.
‘제3차 교구 책임자 전체 모임’에서 전국 16개 교구가 제출한 시노드 보고서를 바탕으로 교구 단계 성과를 공유하면서 교황청에 제출할 ‘한국교회 종합의견서’의 방향을 세웠다. 이후 2022년 10월 ‘한국교회 종합의견서’가 나왔다.
한국교회는 ‘한국교회 종합의견서’에서 시노드 정신을 살아가는 교회가 함께 걸어가야 할 ‘여정의 동반자’가 누구인지와 그들을 향한 교회의 태도를 성찰하는 시간을 가졌다고 밝혔다. 이 시간을 통해 무엇보다 하느님 백성인 성직자와 수도자, 평신도가 서로에게 온전한 동반자가 되지 못했음을 고백하고 하느님 백성들이 온전하게 동반하지 못한 것이 교회 내 여러 어려움에 근본적 원인이 되고 있다는 사실을 성찰했다. 또한 사회적 약자들인 청소년, 청년, 노인, 장애인, 북한이탈주민, 이주노동자, 성 소수자 등은 교회 안에서 자리를 찾기가 쉽지 않다는 현실도 바라보게 됐다.
한국교회는 교황청에 ‘한국교회 종합보고서’를 제출하며 “한국교회 하느님 백성은 공통의 사명과 책임 속에서 시노드 여정의 활력과 기쁨을 느낀다”는 표현으로 시노드 여정에 하느님 백성 모두가 참여하고 서로 경청해야 함을 재확인했다.
교구 단계에 이어진 대륙별 단계는 각 대륙별로 회의 결과를 모은 ‘최종 문서’(Final Document)를 교황청에 제출하면서 올해 3월 31일 공식 종료됐다. 대륙 단계는 아시아, 아프리카, 유럽, 남아메리카, 북아메리카, 오세아니아, 중동 등 7개 대륙에서 진행됐다. 대륙별 단계에서는 각 대륙별 특수 현안에 관심이 모아진 것을 볼 수 있다.
아시아 대륙회의는 2월 24~26일 태국 방콕대교구 반푸완 사목센터에서 아시아 29개국 대표단이 참가한 가운데 열려 평신도 양성, 기후위기 대응, 분쟁 종식과 평화 실현 등 아시아교회의 공통 현안, 인도와 동남아시아에서 횡행하는 인신매매, 노동착취 등 각 나라별 특수상황을 두루 논의했다.
3월 1~6일 에티오피아 아디스아바바에서 열린 아프리카 대륙회의는 만연한 전쟁과 사회 부정의로 가족의 가치가 위협받고 있는 지역적 특수성에 주목하면서 그리스도교 신앙을 다시 고백할 의무를 강조했다. 오세아니아 대륙회의는 2월 5~9일 피지 수바에서 개최돼 해수면 상승, 반복되는 홍수와 가뭄의 영향, 해양 생태계의 온전한 보전 등 섬 지역이라는 특수성에 초점을 맞춘 현안을 집중적으로 다뤘다. 2월 5~9일 폴란드 프라하에서 열린 유럽 대륙회의 역시 긴급 현안인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사제 성추문, ‘전통 라틴어 미사 금지’에 대한 찬반 논쟁 등 지역 교회의 특수상황이 주로 논의됐다.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제1회기는 ‘여정 속의 여정’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첫 회기 의안집은 7개 대륙이 제출한 ‘최종 문서’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이것은 시노드 여정이 ‘경청과 식별’의 행로여야 한다는 취지를 반영한다. 오는 10월 4~29일 교황청에서 열리는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제1회기는 교회의 더욱 큰 선익을 위한 한층 더 성숙한 성찰을 촉진하고자 ‘여정 속의 여정’을 형성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주교대의원회의 사무처는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제1회기 준비를 위해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방문 축일이며 성모 성월 마지막 날인 지난 5월 31일 ‘성모 기도의 날’ 개최를 각국 주교회의에 요청한 바 있다. 10월 1~3일에는 모든 대의원이 참여하는 피정을 개최한다. 이와 더불어 9월 30일에는 교황청 성 베드로 광장에서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의 모든 것을 하느님께 맡겨 드리기 위해 젊은이들이 참여하는 ‘함께 2023(Together 2023)’ 교회일치 철야기도회를 열기로 했다.
박지순 기자 beatles@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