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합니다.” 청년성서모임에서 매 나눔 끝에 서로가 주고받는 인사입니다. 여기서는 서로에게 이렇게 인사하는 것이 퍽 자연스럽습니다. 그리고 공동체를 표현할 때에도 종종 ‘가족’이라는 단어를 붙입니다. ‘성서 가족’이라고 말입니다. 사는 지역도, 알고 지내온 시간도 다 다르지만, 이곳에서 함께 기도하며 나눔을 할 때 우리는 가족이라는 단어를 스스럼없이 사용합니다.
지난 가을, 코로나19 이후 3년 만에 직장인 연수가 있었습니다. 오랜만에 열리는 것이기도 하거니와 그간 그룹 공부가 원활하지 않았기에 전과는 다르게 아주 적은 인원이 연수생으로 함께하게 되었습니다. 적은 인원인 탓에 혹여 그들의 기대가 꺾이지 않을까 걱정했으나 기우였습니다. 연수생들은 누구보다 뜨겁고 열린 마음이었고, 크게 하느님을 찬양했습니다.
1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사용하던 공간에 40명 남짓한 사람들이 함께하고 있었으나, 그곳이 허전하다거나 비어있단 인상은 받지 못했고, 그저 따뜻한 사랑과 기쁜 웃음만이 있었습니다. 그렇게 조금씩 하나 되어 갔습니다. ‘스며들다’라는 표현을 좋아하는데, 단어 그대로 처음 만난 사이임에도 날별 흐름에 따라 공동체가 차츰 뭉치고 있단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지금은 많이 회복되었으나 여전히 전보다는 적은 인원으로 연수에 임합니다. 그러나 그 안에도 같은 하느님께서 함께하고 계십니다. 하느님 안에서 서로가 함께 걷는 것을 느끼며 그렇게 매 계절 사랑의 공동체가 만들어집니다. 몇 번의 연수가 있고 나서 분명히 깨달은 게 있습니다. 연수 안에서의 체험은 ‘누가 얼마나 많이 왔느냐’가 아니라 ‘누가 얼마나 깊이 잠기고 참여하느냐’에 있다는 것을 말입니다.
평화를 사랑이란 단어와 동일시했던 한 연수생의 고백을 떠올립니다. 연수의 기간은 한정적이지만, 이후로도 계속 선으로 연결된 구성원들이 삶의 곡절마다 그때의 뜨거움에 기대어 잘 이겨나갈 수 있길 희망합니다. 덧붙여 자신의 자리에서 또 하나의 공동체를 영글어가기 위해 준비하는 많은 봉사자들에게 감사를 전합니다.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