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판결 노란봉투법과 같은 취지다? … 노-정 ''시각차''
[앵커] 노동자들의 파업으로 발생한 회사의 손해는 노동자와 노동조합 등 참여 주체의 역할에 따라 책임을 다르게 지워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습니다.
대법원의 이 판단을 두고 지금 국회에 계류 중인 이른바 ‘노란봉투법’의 취지와 부합한다는 시각과 그렇지 않다고 보는 주장이 엇갈리고 있는데요.
김현정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기자] 현대자동차가 과거 파업으로 인한 손해를 파업 참여 노조원들에게 물어내라며 10년 넘게 벌여온 소송에서 대법원이 최종적으로 노동자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대법원은 지난 15일 파업 참가 노동자들에게 20억 원이 넘는 손해배상을 인정한 원심과 항소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습니다.
대법원은 파업으로 발생한 손해에 대한 책임을 노조와 개별 노동조합원이 똑같은 비율로 부담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보았습니다.
파업으로 인한 불법행위 책임은 원칙적으로 노동조합이 지고 일반 조합원들 경우에는 각각의 가치나 기여도에 따라 다르게 판단하라는 것입니다.
노조와 조합원 개인에게 책임을 똑같이 묻는 건 헌법에서 보장하는 노동자의 단결권과 단체행동권을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는 것입니다.
이전까지 대법원은 노조와 노동자 개인의 책임을 똑같이 물었습니다.
이를 두고 지금 국회에서 논의 중인 ‘노란봉투법’과 사실상 같은 취지라는 시각과, 아니라는 시각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노동계는 대법원이 “노조와 조합원의 책임을 달리보고 또 개별 조합원끼리도 책임을 달리 본 것은 노란봉투법 개정의 내용과 일맥상통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면서 국회의 조속한 노란봉투법 제정을 촉구했습니다.
그러나 정부여당은 대법원의 기존 입장, 파업 참여자에 대한 공동의 불법행위 책임을 인정한 것은 변함이 없다며 이는 ‘노란봉투법’ 제정과 아무 상관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학계에서도 이번 대법원 판결이 이전과 크게 달라진 것은 아니지만 ‘책임 배분을 달리한 것’은 큰 틀에서 노란봉투법과 비슷하다는 해석입니다.
<조경배 / 순천향대학교 법학과(노동법) 교수>
“파업 같은 쟁의행위에 있어서는 뭔가 책임 배분을 달리하라는 거죠. 달리하라는 이제 그런 취지인데 그런 의미에서는 크게 보면 사실 「노란봉투법」하고 비슷해요.”
다만, 헌법에서 보장하는 노동자의 노동3권이 제대로 보장받기 위해선 근본적으로 사법부 판결을 통한 해석 보다는 국회에서 입법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조경배 / 순천향대학교 법학과(노동법) 교수>
“노동자들의 파업에 대해서 손해배상 책임을 묻지 못하게 한 것은 가장 영국이 1906년 영국 「노동쟁의법」이 바로 그거거든요. 특히 이런 노사 분쟁에서는 입법부의 역할이 제일 중요해요.”
관련 사목자는 손해배상 때문에 노동자들이 파업을 못해선 안 된다는 의견입니다.
<김시몬 신부 /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장>
“파업하는 것 자체가 불법이 아니니까 어떻게 왜 그렇게 됐는지를 우리는 따지지 않고 자꾸 파업하는 것 자체만 가지고 문제를 삼고 있거든요. 잘못된 건 분명히 처벌을 해야죠. 근데 그게 잘못하지 않은 것까지도 아예 그냥 그 파업 자체를 불법으로 보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 있어서는 정확하게 고칠 부분을 고쳐야 된다라는 거 말씀드립니다.”
CPBC 김현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