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 CPBC 뉴스
○ 진행 : 이혜은 아나운서
○ 출연 : 김형준 기자
[앵커] 지난주 경기도 수원의 한 아파트 냉장고에서 두 영아의 시신이 발견됐습니다.
많은 분들이 충격을 받으셨을 텐데요.
이 아이들은 분명히 존재하고 있음에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출생 미신고 아동들이었습니다.
이른바 ‘유령 아동’에 대한 문제, 생명의 관점에서 오늘 첫 소식으로 짚어보겠습니다.
스튜디오에 김형준 기자 나와있습니다.
▷ 김 기자 어서오세요.
▶ 안녕하세요.
▷ 먼저 냉장고 영아 살해 사건, 상황부터 짚어보고 가야할 것 같습니다.
▶ 네, 지난 3월이었습니다.
감사원이 보건복지부에 대한 정기감사를 실시했는데요.
위기아동에 대한 조사를 하는 과정에서 의료기관에서 출생은 분명히 했는데 주민번호가 없는, 그러니까 출생신고가 안 된 아이들을 발견을 하게 됩니다. 아이들은 태어나면 필수적인 예방접종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임시 신생아 번호라는 것을 부여받는데요, 그 번호만 있고 주민번호는 없는 아이들이었던 겁니다. 그런 아이들이 8년간 무려 2,236명에 달했습니다. 이들 가운데 1를 뽑아 표본조사를 했는데, 그 과정에서 두 명의 아이가 냉장고에서 발견이 된 거죠. 아이들의 친모는 아이 셋을 키우고 있었고요, 넷째와 다섯째가 생기자 생활고가 우려돼 범행을 저질렀다고 자백한 상황입니다.
▷ 8년간 무려 2000명이 넘는 아이들이 이렇게 유령아동으로 존재하고 있다고 저희가 알게 됐는데, 자세한 내막은 더 살펴봐야겠지만요, 사건 자체가 워낙 충격적이면서도 친모가 주장하고 있는 생활고 이야기는 상당히 안타깝기도 합니다. 이런 일이 왜 벌어졌다고 봐야 할까요?
▶ 출생신고를 안 했다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부모가 아이들을 받아들이지 않았다라고 해석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심지어 살해에 이르게 한 것은 아이를 인간 생명으로 인지한 것인가에 대해서도 의문이 생기고요. 또 생명의 존엄성에 대한 인식 자체가 희박했던 것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부부가 사랑의 결실로 태어난 아이를 축복으로 여기지 않고, 생명에 대한 책임과 의무는 피하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지게 되는 것이란 지적이 나오는데요.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 사무국장 박정우 신부의 이야기 들어보시죠.
<박정우 신부 /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 사무국장>
“남녀의 성관계는 두 사람만의 문제가 아니라 그 성관계의 결과로 태어나는 생명에 대한 책임, 법적인 사회적인 책임과 의무도 다 관련되어 있다는 것인데 그런 의식과 가치관이 너무 부족한 것이 아닌가…”
▷ 의식과 가치관 정립이 우선돼야 한다는 이야기인데, 사건이 일어나고 대책들도 속속 나오고 있죠?
▶ 그렇습니다. 일단 정부는 어제부터 감사에서 드러난 출생 미신고 아동 전체에 대한 전수조사에 나섰습니다. 그리고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 두 가지 대책 내놨는데요. 먼저 출생통보제입니다. 아동이 의료기관에서 태어나면, 출생신고가 누락되지 않도록 의료기관에서 출생사실을 바로 지자체에 통보하도록 하는 제도입니다. 두 번째는 보호출산제인데요. 위기 상황의 임산부가 출산을 포기하거나 유기하는 일을 막기 위해 익명으로 출산할 수 있도록 돕는 제도입니다. 익명으로 출생신고를 하고 난 후에 입양절차까지 밟을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인데요. 두 법안은 모두 국회에 계류되어 있고 이번 계기로 급물살을 타고 있는데, 통과 여부는 더 지켜봐야 하는 상황입니다.
▷ 출생통보제와 보호출산제. 물론 통과 여부는 확인을 해야 한다는 말씀을 해주셨습니다만, 대책에 대한 반응들은 대체로 긍정적입니까? 어떻습니까?
▶ 출생통보제에 대해서는 공감대가 어느 정도 형성된 것으로 보입니다. 왜냐하면 이번 사건을 계기로 출생신고가 얼마나 중요한지 수면 위로 떠올랐으니까요. 다만 이 보호출산제에 대해서는 찬반 양론이 팽팽한데요. 보호출산제를 통해 산모의 익명성을 보장을 해주 아이들의 생명을 더 지킬 수 있다는 찬성 여론도 분명히 있고요. 다만 익명으로 출산과 입양절차까지 할 수 있다보니 양육 자체를 포기하는 케이스가 많아질 수 있다는 지적 있는 겁니다. 또 이러한 제도를 도입하는 것도 좋지만, 위기 임산부가 출산과 양육을 선택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시스템 마련이 선행해야 한다는 입장도 있었고요. 교회적인 관점에서는 무엇보다, 생명에 대한 제대로 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는 교육이 어려서부터 이뤄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서울대교구 생명위 사무국장 박정우 신부의 이야기 다시 한번 들어보시죠.
<박정우 신부 /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 사무국장>
“마치 아이를 자기의 소유물처럼 생각하는 그런 것이 아니라, 정말 신중하고 책임있게 자기의 성을 사용하고 생명과 사랑이 동반된 그런 성. 부부생활도 마찬가지이고. 그런 성찰, 그런 교육이 가정부터 학교, 성당, 사회 곳곳에서 많이 이뤄지면 좋겠습니다.”
▷ 결국 생명에 대한 교육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이야기 들어봤습니다. 오늘 김형준 기자와 함께 이른바 ‘유령 아동’ 문제에 대해 살펴봤습니다. 김 기자 고맙습니다.
▶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