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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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와 시노달리타스] (10) 200주년 사목회의와 시노달리타스(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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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노달리타스의 문이 닫히기 전에

시노달리타스는 여전히 낯선 개념으로 다가온다. 이 낯섬은 단지 외국어라는 데서 오지 않는다. 모두 열심히 외침에도 불구하고 크게 변하는 것이 없을 때, 더 나아가 앞으로도 크게 변하지 않을 듯 보일 때 느끼는 낯섦이다. 시노달리타스를 추진하는 동안 코로나바이러스라는 큰 변곡점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큰 희망을 갖지 못함을 고백한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로 전 세계와 교회가 흥분하던 시기를 기억한다. 한국에 돌아와서 느끼는 온도 차이가 있었지만 그런데도 불구하고 무언가 변했다는 점은 분명하다. 그러나 또한 분명하게 느끼며 지냈던 바는 한국교회와 제2차 바티칸공의회 신학의 간극이었다. 공의회 정신을 끊임없이 외쳐야 할 만큼 변화에 저항하는 흐름이 우리 교회에 분명히 존재했다.

결코 밝지만은 않았던 시기에 큰 희망의 빛은 200주년 사목회의 의안을 준비하고 완성하는 기간에 밝혀졌다. 교회 내의 모든 구성원이 모여 조금 늦은 감이 있지만 아직 포기할 수 없는 교회의 변화를 꿈꾸었다. 그러나, 모든 노력의 시간이 허탈할 만큼 사목회의 의안은 그저 하나의 문서 작업으로 남아있다고 말할 수 있다. 평신도사도직협의회에서 본당 총회장을 제외하는 결정은 한국교회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주었고, 허탈감을 넘어 자괴감을 안겨주었다.


■ 비어가는 교회 직시하고 거듭 태어냐야

시노달리타스를 두고 누군가는 신나게 손을 잡고 달리자는 의미로 설명한다. 쉬운 설명임이 분명하지만, 신나게 달리다 탈이 나지 않을까라는 걱정이 앞선다. 기대가 큰 만큼 실망도 클 터인데, 다시 희망을 품기가 쉽지 않다. 무엇보다 사제중심주의를 결코 내려놓지 못하는 우리 교회의 분위기에서 시노달리타스가 실현될 가능성을 품기 어렵다.

시노달리타스는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교회론, 곧 하느님 백성으로서의 교회 이해를 다시 천명하고 있음을 우리는 알고 있다. 절대 새롭지 않은 내용을 다시 천명하는 것은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음을 교회 스스로 시인하는 장면으로 이해할 수 있다. 또한 제2차 바티칸공의회가 그러했듯, 현대교회도 결코 녹록지 않은 위기를 직면하고 있음을 암시한다.

현재 한국의 많은 지방 도시가 소멸 위기를 실감하고 있다. 특히 빠르게 비어가는 초등학교는 수년 내에 중학교와 고등학교, 대학교 순으로 빠르게 비어가는 학교로 이어질 것이다. 그렇다면 교회는 어떨까? 지금도 빠르게 비어가지만, 유럽이 경험했던 속도보다 훨씬 빠르게 비어가리라고 많은 사람들이 예상한다. 이를 보지 못하거나 인정하지 못하는 곳에서 시노달리타스는 공염불로 간주되고 있다.

교회가 비어가는 현상을 직시하고 교회다운 교회로 거듭나야 한다. 이러한 변화 안에서 많은 이들이 신나는 교회의 자리로 들어와 구원의 기쁨을 경험할 수 있다. 시노달리타스는 근본적으로 구원을 선포하고 증거하는 교회를 밝히는 노력이기 때문이다. 한국교회의 시노달리타스가 공염불로 보인다면, 선교의 시급함이 체감되지 않음을 의미하며, 안정된 교회라는 허상에서 벗어나지 못함을 드러낸다.


■ 사제 중심성, 교구 울타리 넘어서는 시노달리타스의 논의

지금까지 한국교회가 보여준 시노달리타스 논의의 무게중심은 사제와 수도자, 평신도의 관계에 놓여있는 듯하다. 환경문제나 아시아 지역교회와의 문제를 검토하는 움직임도 있지만, 무게중심을 이동할 만큼 큰 영향력을 보여주지 않는다. 이러한 모습은 한국교회가 사제 중심의 모습을 결코 내려놓지 못하는 가운데, 본당과 교구의 높은 벽을 결코 낮추지 못하는 고리를 보여준다.

이러한 분위기에서 교회는 세상의 복음화를 실천하는 큰 장애물을 교회 안에서 맞닥뜨리게 된다. 세상 안에서, 자신의 전문지식과 기량을 쏟아 그리스도교의 정신을 통해 변화를 이룩하려는 모든 노력은 사제나 교구의 울타리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청소년 사목 활성화를 위한 청소년 교리 및 교육과정을 고민하거나, 진정한 평화를 동아시아 지역에 정착시키려는 노력, 평신도 선교사를 양성하여 외국에 파견하는 활동 등은 소수의 사제와 교구라는 울타리로 담아낼 수 없다.

한국교회가 평신도의 목소리와 활동을 적극적으로 지지하며, 이들이 교회 안에서뿐 아니라 교회 밖에서 그리스도인의 정신을 실천하는 데 버팀목이 되어주어야 한다. 이런 여건 안에서 교회는 세상과 더불어 구원의 길을 걷는 시노달리타스를 실현할 수 있다. 지금처럼 사제 중심성을 얼마나 양보하는지가 논의의 중심점에 남아있다면 시노달리타스는 공염불에 머물 것이다.


■ 시노달리타스의 강조는 직면한 위기를 증거한다

시노달리타스는 결코 새롭거나 파격적인 내용을 담지 않는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꾸준하고 조직적인 노력은 교회가 가야 할 길을 제대로 가자는 독려이다. 이 바람이 어느 날 던져진 거북한 숙제로 여겨지는 한, 한국교회는 빠른 출산율 감소보다 더 빠른 속도로 빈 교회를 직면하게 될 것이다. 시노달리타스를 강조하는 상황은 위기에 직면했음을 의미한다는 점을 받아들여야 한다. 이 위기는 그리스도인이 세상 안에서 신나게 복음을 선포하고 증거하는 삶을 살 때, 교회 안에서 이를 위한 충분한 열기와 동력을 충전 받을 때 그 수위가 낮아질 것이다.

아직 늦지 않았다. 시노달리타스 열기가 완전히 사라지기 전에, 아직 담론을 나눌 수 있는 여건이 제공될 때, 교회다운 교회로 변화되려는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사제 중심주의, 본당 중심의 사목방침, 교구 간의 견제 등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을 때 시노달리타스는 탈만 남기는 신나지 않은 기억이 될 것이다.

다시금 평신도 회장이 평신도협의회의 구성원이 되고, 교회 안에서 목소리를 낼 수 있기를 기대한다. 청소년 문제와 낮은 출산율, 높은 낙태율과 자살률 등을 교회가 교회답지 못함을 보여주는 지점으로 받아안고 통회하는 마음으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 이럴 때 한국교회의 시노달리타스는 신나게 달리는 교회로 우리를 이끌어 줄 것이다. 그날이 오리라는 희망마저 버리기 전에, 변해야 한다.





심상태 요한 세례자 몬시뇰(수원교구 원로사목자·한국그리스도사상연구소 명예소장)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23-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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